‘용의자 X의 헌신’

살해당한 것이 분명한 시신이 있다. 형사들은 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려고 애쓰지만 관객은 살인범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추리극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증거를 수집해 수사망을 좁혀가는 데서 발생하는 쾌감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일본의 인기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만든 이 영화는 차가운 논리를 바탕으로 뜨거운 감정을 추적하는 추리극이다.알리바이를 완벽하게 조작하려는 천재 수학자와 어떤 사건이라도 해결하는 천재 물리학자의 대결이 증명하는 것은 사랑의 힘이다.이시가미 데쓰야(쓰쓰미 신이치 분)는 고등학교 수학 교사다. 그는 옆집 여자 하나오카 야스코를 마음에 두고 있다. 한때 호스티스로 일하기도 했던 야스코는 도시락 가게를 운영하면서 딸 미사토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행방을 어떻게 찾았는지 전남편 도가시 신지가 불쑥 찾아와 모녀를 협박한다. 참다못한 야스코와 미사토는 그를 교살하고, 사건의 전모를 안 데쓰야는 그들을 도우려고 한다.그 다음 장면은 하천 근처. 시체 한 구가 발견됐다는 제보가 접수되자 형사들이 그곳으로 출동한다. 우쓰미 형사(시바사키 코우 분)는 희생자의 전처 야스코를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그녀의 행적은 너무나 뚜렷하다. 우쓰미는 ‘천재 탐정 갈릴레오’라고 불리는 물리학과 교수 유카와 마나부(후쿠야마 마사하루 분)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알고 보니 데쓰야와 마나부는 대학 동기다. 게다가 데쓰야는 마나부조차 천재라고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 뛰어난 수학자다.‘기하학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은 함수 문제다.’ 마나부는 데쓰야가 무심코 흘린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 야스코의 알리바이를 풀어낸다. 이어 데쓰야의 행동이 어떤 의미였는지 폭로되는 대반전의 순간이 있다. 물론 게이고의 치밀한 추리를 즐기려면 책을 읽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작은 일본판 ‘하얀 거탑’ 등을 히트시킨 니시타니 히로시 감독의 지휘 아래 원작을 존중하되 성공적인 각색을 위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덧붙여야 하는지 명확하게 꿰뚫은 꽤 탄탄한 추리극으로 탄생했다.감독: 니시타니 히로시 / 출연: 후쿠야마 마사하루, 쓰쓰미 신이치, 시바사키 코우 / 분량: 128분 / 개봉: 4월 9일 / 등급: 12세 관람가‘브리짓 존스’ 러네이 젤위거의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 루시힐(러네이 젤위거 분)은 출세 지향적인 커리어 우먼이다. 승부욕에 불타오르던 그녀는 모두가 꺼리던 프로젝트를 맡아 미네소타의 깡촌 뉴엄으로 발령되는데, 공장 관리자로 회사를 구조조정하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노조 대표 테드와는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 난 원수지간이 되고 만다. 시나리오 작가인 케네스 랜스가 고향의 클럽에서 직접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쓴 작품이라고.장쯔이와 리밍, 첸카이거 감독의 교집합에서 탄생한 천재 예술가의 사랑 이야기. 경극계에서 따라올 이 없는 스타인 매란방(리밍 분)은 남장 전문 배우 맹소동(장쯔이 분)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평범한 삶을 소망하게 되지만 그들은 이별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매란방은 ‘패왕별희’에서 장궈룽이 연기하는데 이 역의 실존 모델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개봉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첸카이거 감독의 신작 멜로드라마다.또 하나의 괴짜 여성 캐릭터가 탄생한 걸까. “다녀왔습니다”라는 말을 앞세우고 병희(박희순 분)의 집에 들이닥친 여자 이수강(강혜정 분). 이모저모 따져 봐도 절대 병희가 알고 지내던 사람이 아니다. 마당에 묻어야 할 놈이 있다면서 하루 종일 창밖으로 누군가를 감시하는 그녀에겐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강혜정과 박희순의 앙상블이 기대를 모으는 CF감독 출신 황수아 감독의 데뷔작.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인 승리가 출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장미·씨네21 기자 rosa@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