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니즈는 드러나지 않는다
기업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아야 살아갈 수 있다. 다시 말해 고객으로부터 선택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객은 다양한 경쟁 상품 중 한 기업의 상품을 선택함으로써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재판관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고객으로부터 선택받기 위해서는 고객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경쟁 시장에서 기업은 고객을 통제할 수 없고 다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객은 왕이라고 말하곤 한다. 고객이 왕이면 왕의 의견을 물어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면 될까. 그러면 간단하겠지만 그럴 수가 없다. 왜냐하면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왕이기 때문이다. 고객은 기업의 상품을 선택함으로써 기업을 심판하지만 고객이 먼저 기업에 어떻게 해 달라고 얘기하지는 않는다.예를 들어 우리가 낚시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낚시꾼은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고기가 원하는 먹이를 낚싯바늘에 끼워야 할 것이다. 문제는 물고기가 좋아하는 먹이가 무엇인지 어떻게 아느냐다. 물고기와는 언어소통이 되지 않는다. 물어볼 수도 없다. 물고기가 좋아하는 먹이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양한 미끼로 시험해 보는 것이다. 고객도 마찬가지다.우리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더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는 피상적인 대답밖에 얻을 수 없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는 친구의 안부 인사에 그랜저로 대답한다는 광고가 있다. 만약 우리가 ‘왜 그랜저를 구입하셨습니까’라고 고객에게 묻는다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가격 대비 품질이 좋아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디자인이 좋다거나 가격이 적당하다거나 옵션 사양이 좋다거나, 할부 조건이 좋아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정작 중요한 이유 즉,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고 싶기 때문에 구매했다는 얘기는 어느 누구도 하지 않는다.왜냐하면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말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내면 깊이 숨어 있는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하기도 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숨기기도 한다. 따라서 질문을 해도 돌아오는 것은 그저 그런 대답뿐이다. 그래서 일부 마케터는 리서치가 상식을 확인해 줄 뿐 결정적 정보는 제공하지 못한다고 말한다.자동차 회사에서 가격 대비 좋은 품질 때문에 자동차를 구매했다는 이유만 믿고 자동차를 만들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은 피상적인 이유 말고 진짜 니즈를 알아야 한다. 고객은 남들에게 과시해 보고 싶기 때문에 그랜저를 구입하는 것이다.이처럼 고객의 숨어 있는 니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 다음 사례가 그 실마리를 풀어줄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아이팟을 소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어떤 기자가 물었다. “회장님, 이렇게 멋진 상품을 어떻게 개발하게 됐습니까. 시장조사를 합니까라고. 스티브 잡스는 단호하게 “우리는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 직원을 믿는다”고 대답했다.그러면서 자신도 예전에는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했다고 한다. 문제는 아이디어를 수집하기 위해 실시한 시장조사 결과가 참신하고 기발한 생각을 전달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어떤 구체적인 상품을 보여주면, 그 상품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싫어하는지 쉽게 자신의 기호를 표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우리는 오늘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고객에게 묻고 고객의 집을 방문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제한적이다. 왜냐하면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시각적인 정보를 언어로 바꿔 표현해야 하는 문제다. 인간은 오감을 통해 시장의 정보를 수집하지만, 눈을 통해 가장 많은 정보를 저장한다.고객에게 질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기업에 큰 영감을 주지 못한다. 이런 정보는 경쟁사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가 모르는 새로운 아이디어 샘물을 얻기 위해서는 보다 더 정교한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다양한 자극을 보여 주는 것이다. 자극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관찰해 보면 어떤 니즈를 추구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황경남·컨슈머초이스( thechoice.kr) 대표©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