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마케팅’, ‘여성 마케터가 시대를 연다’, ‘여성을 잡아라’ 등 여성 비즈니스에 관련된 책들만 해도 다양하다.이 책의 저자들은 모두 여성을 잘만 겨냥하면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의 말이 사실일까. 여성 전용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가들은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여성 전용 공간을 이용하는 고객들 반응도 상당히 긍정적이다.사례1.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사는 이미향 씨. 에어로빅과 수영 등을 해 봤지만 몸무게는 빠지지 않았다. 그가 택한 것은 여성 전용 피트니스 클럽. 3개월째 되는 날, 그의 몸무게는 무려 9.3kg이나 줄어 있었다. 이 씨는 “피로도 사라지고 갱년기 현상도 없어졌다”며 “지인들에게 추천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사례2. 강남구에 사는 전미희(가명) 씨.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면 항상 강남의 러브홀릭(여성 전용 바)을 찾아 스태프들의 화려한 개인기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스태프들의 말솜씨 또한 한몫한다. 그는 “스태프들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스트레스는 어느새 사라진다”며 “혼자서도 자주 오곤 한다”고 말했다.여성 전용 비즈니스가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여성 전용 공간을 처음 이용해 본 사람들도 쉽게 단골이 될 정도다. 이에 따라 여성들만을 위한 공간도 속속 늘어나는 모습이다.성백서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성들이 여성 전용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현대사회 트렌드에 맞게 다양한 비즈니스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여성 전용 비즈니스는 불경기를 모른다. 여성 전용 공간을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매출액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여성 전용 피트니스 클럽으로 유명한 커브스의 경우 전국 28개 점포에서 3월에만 1100여 명이 가입, 전달보다 회원이 20%가량 늘었다. 고객들의 관심 역시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김수정 회원은 “병원에 입원해도 요통이 완전히 낫지 않았는데 이 운동을 하고 나서 요통이 없어졌다”며 “동시에 체중도 6개월 만에 13.4kg 감량돼 외모적 측면에서도 효과를 봤다. 앞으로도 꾸준히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김혜련 회원도 “출산 후 불어난 몸무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5개월 정도 다니고 나서 체중이 10kg 줄었다”며 “곧 있으면 기간이 만료되는데 또 가입할 것”이라고 말했다.커브스는 현재 총 6500여 명의 회원을 확보, 1년 전(2000여 명)에 비해 회원이 3배 이상 늘었고 매장 수는 15개가 증가했다. 올 하반기에는 인천에도 개장될 예정이다.커브스 이민원 대리는 “작년에는 2007년보다 2배 가까이 매출액이 올랐다”며 “앞으로 5년 안에 전국 600개 매장을 출점하고 15만여 명의 회원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강남의 여성 전용 바 러브홀릭도 인기다. 작년 9월 개장한 러브홀릭은 10월 이후 매출액이 2배 가까이 올랐다. 그 후 다달이 10~20% 정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게 유태성 러브홀릭 실장의 말이다.유 실장은 “레이디 전용 바의 주 고객층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골드 미스들”이라며 “이틀에 한 벌꼴로 오는 단골도 적지 않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여성 전용 불한증막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스파레이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거의 매일 오는 손님도 있다는 게 이현경 스파레이 매니저의 말이다.이 매니저는 “4년 정도 거의 매일 꾸준히 다니고 있는 회원이 있다. 건강뿐만 아니라 피부도 많이 좋아졌다며 자주 애용한다”며 “송년 모임이나 회식을 하기 위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스파레이는 일본에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3월만 해도 일본 잡지 윙키, 미스, 비비, 오지 등 10여 개의 잡지에 실렸다. 이 때문에 내국인들뿐만 아니라 일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매출액도 증가 추세다.김계환 스파레이 팀장은 “2005년에 개장하고 나서 2007년과 2008년에 인기 정점을 달렸다. 당시에는 매출액이 다달이 20%씩 올랐었다”며 “경기가 불황인 요즘에도 10%씩 매출액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 외에도 여성 전용 고시원, 여성 전용 찜질방, 여성 전용 마사지, 여성 전용 PC방, 여성 전용 만화방, 여성 전용 스포츠센터 등 다양한 여성 전용 비즈니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이화여대 입구에 있었던 여성 전용 만화방 ‘이화만화사랑’은 직장인들에게도 인기다. 직장이 멀어도 일부러 이화만화사랑을 이용하기 위해 이화여대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작년 여름에 나온 여성 전용 숙취 해소 아이스크림 ‘쿨레이디’는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쿨레이디’는 미배아 대두 발효 추출물, 호깨나무 추출 분말, 타우린, 아스파라긴과 콜라겐, 히알루론산이 들어 있어 술 마신 다음 날 아침 상쾌하게 피부와 몸을 깨우는 아이스크림이다.쿨레이디 애용자는 “닥터케어, 모닝케어, 컨디션 등 다른 숙취 해소 음료는 부작용이 있었는데 쿨레이디는 부작용이 없어 자주 애용한다”며 “지인들에게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여성 전용 비즈니스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여성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전업주부 역시 이전에 비해 가정의 경제 운용권을 크게 가지게 된 것도 원인이다.마사 발레타는 ‘여자한테 팔아라’라는 책을 통해 “정보화 사회로 갈수록 고학력 여성들이 많아지며, 더불어 여성들의 경제력도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며 “여성 소비자의 본심이나 감성을 잘 이해하면 여성 비즈니스는 성공할 수 있다. 여성의 마음을 잘 간파하기만 한다면 돈이 들어온다”고 말했다.실제로 여성 전용 비즈니스로 성공한 커브스나 러브홀릭, 스파레이 등은 여성들의 가려움을 잘 긁어줬다.커브스의 경우 지방이 20~24%, 근육이 23%인 여성 신체적 조건을 고려, 여성에게 적합하고 안전한 유압식 기구를 사용했다. 또 ‘하루 30분 1주일에 3번’이라는 기본 운동 시간을 제시하면서 효율성을 높였다. 기본 운동시간만 지켜도 다이어트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은 여성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노 맨·노 미러·노 메이크업’으로 운동 외에 다른 부분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강남의 러브홀릭도 젊은 여성의 마음을 꿰뚫었다. 꽃미남을 스태프로 내세워 여심을 사로잡은 것. 유태성 실장은 “일부러 여성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끼 많고 성격 좋은 풋풋한 꽃미남을 스태프로 섭외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곳 스태프들은 모델 가수 연기자 등 연예인 지망생들로 구성돼 있다. 이뿐만 아니다. 여성들의 지갑 사정도 고려했다. 기존 여성 전용 바에 비해 3분의 1가량 저렴하다. 직원들의 이벤트도 빼놓을 수 없다. 직원들의 댄스, 노래, 퍼포먼스 등은 거의 수준급이다.러브홀릭 애용자는 “지난 밸런타인데이에는 오직 싱글 여성만을 위한 특별 이벤트가 있었다”며 “모델과 연예인 지망생 등 꽃미남 스태프들이 참석한 여성들로부터 밸런타인 초콜릿을 쟁취하기 위해 다양한 개인기 열전을 선보여 재미있었다”고 말했다.스파레이 역시 여성들의 필요성을 흡족히 채워줬다. 여성들의 최고 관심사가 외모인 것을 간파해 피부 미용에 초점을 맞췄다. 토털 케어 뷰티살롱 외에도 피부 탄력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는 다시마탕 장미탕 국화탕 등이 마련돼 있다. 이 때문에 주부들뿐만 아니라 20대 여성들도 많이 찾는다는 게 이현경 매니저의 말이다.동시에 여성들의 건강에도 신경을 썼다. 인체 세포를 회복하고 암 저항력을 향상시키는 작용을 하는 불한증막, 자궁암 유방암 신경통 피부병 알레르기 등을 막을 수 있는 좌욕, 붓기를 빼고 기관지에 좋은 배즙 호박물, 해수탕 등이 있다.산후 조리를 하고 있는 김영희(가명) 씨는 “이곳에 오면 붓기가 많이 빠지기 때문에 자주 찾는다”며 “배즙 호박물 등 몸에 좋은 음료도 섭취할 수 있어 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장미연(가명) 씨도 “정형외과를 가도 관절염이 없어지지 않았는데 해수탕을 이용했더니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롯데제과가 내놓은 숙취 해소 아이스크림도 상큼한 맛을 좋아하는 여성의 심리를 이용했다. 쿨레이디는 레몬 오렌지 맛, 먹기 편한 치어팩 타입으로 제조됐다.롯데제과 관계자는 “여성들은 음주 후 찬 음식으로 속을 진정시킨다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개발한 제품”이라며 “숙취 및 갈증 해소는 물론 붉은 얼굴을 진정시키는 효과까지 있어 술 마신 다음날 아침 여성들의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고 말했다.앞으로도 여성 전용 비즈니스의 전망이 밝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재력 있는 커리어 우먼들이 속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결혼 적령기도 늦춰지고 있어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 더욱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러브홀릭 유 실장은 “경제력 있는 커리어 우먼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 만한 장소가 그리 많지 않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장소들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호텔에도 여성 전용 공간이 있다? 불과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터무니없는 얘기로만 들렸던 게 이제는 현실이 됐다. 롯데호텔이 레이디스 플로어(ladies floor)를 작년 9월 오픈한 것. 여성 전용 공간인 레이디스 플로어는 여성들만을 위한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고 롯데호텔이 기획한 아이디어다.서광일 롯데호텔 홍보팀 과장은 “남성들과 같이 한 층에서 생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거나 거부감을 가졌던 외국 관광객들이 있었던 것을 감안해 레이디스 플로어를 기획했다”라며 “국내 처음으로 한 층을 모두 22개 여성 전용 객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레이디스 플로어는 유리문 출입구부터 여성들만 입장이 가능하도록 자동 보안 시스템을 마련해 놓았다. 남성 아이들조차 입장할 수 없다.내부 인테리어를 여성 취향에 맞도록 갖춰 놓은 것도 특징이다. 프랑스 플로리스트 크리스티앙 토투(Christian Tortu)가 꽃, 나무, 숲 등 연상케 하는 자연주의 콘셉트로 기획한 것. 레이디스 라운지에는 요리 패션 여행 미용 인테리어 건축 등 여성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전문 서적 800여 권이 마련돼 있다. 전 객실에는 월풀(자쿠지)이 갖춰져 있으며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인 록시땅, 목욕 제품 및 마스크팩, ‘바비리스’ 여성 전용 헤어스타일링 세트가 무료로 구비돼 있다. 또한 여성 전용 가운과 슬리퍼, 여성들이 선호하는 유기농 및 미용 음료 등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하우스 키핑에 요청하면 족욕기, 미용 스팀기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서 과장은 “30대 후반 골드 미스들이 주로 애용한다. 특히 70%가 외국인 비즈니스인들”이라며 “아무런 준비 없이 와도 호텔 내부에 드라이, 목욕 제품, 미용 스팀기 등 필요 용품들이 모두 있기 때문에 외국인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지도가 아직 약한 게 사실이지만 22개 실 중 18개가 항상 찰 정도로 인기가 좋다는 게 서 과장의 말이다.서 과장은 “작년에 오픈한 이후 판매율이 10%씩 향상됐다. 현재 평균 객실 점유율은 80%”라며 “앞으로 인지도가 높아지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올 것”이라고 말했다.취재= 김선명 기자 kim069@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