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보상금의 재테크
“토지 보상금으로 받은 채권을 팔아 평생 생활비를 받는 즉시연금이 괜찮을까요?”남편과 사별한 지 올해로 10년 된 65세의 할머니가 올해 서울 마곡지구 토지 보상금 10억 원을 전액 채권으로 수령한 다음 조심스럽게 물었다.보상금을 5% 더 준다는 말에 현금 아닌 채권으로 받았지만 1년이 채 안된 올해 말께 이미 보상 채권의 이자가 4000만 원이 넘어 금융소득종합과세(최고세율 38.5%)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차분하게 재무 상담을 하다 보니 노후와 여가를 즐길 생활비와 손자들의 학비가 많이 드는 자녀들에게 증여하는 것이 우선적인 관심 사항이었다.특히 이분은 류마티스 근육염 등 고질적인 병으로 병원비를 포함해 150여만 원 정도의 생활비가 드는 상황이었다. 자녀들은 결혼해 출가했고 그동안 본인 소유의 집에서 홀로 생활해 오다 보상금을 수령한 경우였다.토지 보상금처럼 노년에 일시 자금을 수령하게 되면 재테크에 대한 불안감이 앞서거나 자녀와 적지 않은 갈등을 빚게 된다. 그러나 이때는 무리한 재테크로 수익을 내기보다 안정적인 자산 증식과 계획적인 현금흐름을 통해 자산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일단 그동안 생활비를 보태주던 두 자녀 가정에는 증여 공제가 가능한 3000만 원씩 자녀와 며느리에게 총 1억2000만 원을 증여했다. 재테크 방법을 떠나 자녀들과 대화를 통한 마음 편한 결정이었다.노후 생활비를 위해선 나라가 주는 세제 혜택을 잘만 이용해도 큰 재테크가 된다. 즉시연금의 경우 이자소득이 비과세되고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 제외되며 보통 은행 이율보다 높은 공시이율(변동)로 운용돼 종신 지급 연금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 계획이 가능해진다.문제는 즉시연금으로 매월 수령하는 생활비가 물가 상승과 노년기 의료비 증가에 따라 부족해질 경우다. 상속형 즉시연금에 5억 원을 납입할 경우 현재 5% 공시이율을 기준으로 190만 원 정도 연금 수령이 가능하지만 10년 후 실질적인 돈의 가치는 130만 원이 된다(물가 상승 4% 기준).‘안정성’을 중요시해야 할 노령층에게 물가 상승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합리적인 재무관리 관점에서 해결책은 노후 자금을 기간별로 배분하는 것이다. 노년기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해 자금 계획을 세우고 금융 포트폴리오를 통해 안정적인 투자수익률을 확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이분의 경우 5억 원 정도의 즉시연금을 통해 평생 생활비를 마련하는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생계형 비과세 저축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6000만 원 정도의 유동 자금을 넣고 우량 회사채(A등급 이상)와 안정적인 혼합형 펀드에 각각 6000만 원 정도를 투자해 7% 내외의 수익률을 목표로 5~10년 뒤 중기적인 필요 자금에 대비했다.장기적으로 2억 원은 10년 뒤부터 받게 되는 투자성 변액연금에 일시 납입해 평생 수령 가능한 연금액 목표치를 올리도록 했다. 장기 투자수익률을 6%로 예시했을 때 10년의 거치 기간 후 75세부터 매월 180만 원씩 연금 수령이 예상된다. 5억 원을 예치한 즉시연금으로 받는 190만 원과 함께 10년 뒤부터는 총 370만 원 정도의 연금액이 마련되는 것이다.변액연금은 최저연금보증제도가 있기 때문에 원금을 보장받으면서도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화폐가치의 하락을 방어할 수가 있게 된다. 국내 증시 여건과 장기 투자 측면에서 본다면 실제 변액연금을 통한 수령액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주식 부동산 시장의 불안감 속에 토지 보상금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금융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절세와 편리성만 생각하는 금융 상품이라면 즉시연금이 답이겠지만 안정성만 중시해서는 ‘오래 사는 위험’을 책임지지 못할 수 있다.적지 않은 토지 보상금이든, 노후를 염두에 둔 종잣돈이든 노후 삶에 대한 지혜를 나누며 실제 현금흐름을 관리하는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박상훈·TNV 어드바이저 fxpark@tnvadvisors.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