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점포 입지 탐구-쇠고기 전문점
점포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뜨는 아이템’을 입에 올린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업종이 최적의 업종’이란 답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뭔가 새로운 게 없나 싶은 것이 창업자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창업박람회가 한창인 요즘 프랜차이즈 부스들을 돌아보면 여전히 치킨, 호프 업종 일색으로 쏠림 현상이 심한 가운데 유독 고기 전문점들의 등장이 눈에 띈다. 꾸준히 성장세를 탔던 돼지고기가 아니라 쇠고기라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원가가 대폭 올라 창업자의 판매 마진이 낮아진 삼겹살 전문점이 시들해진 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돼 저가형 쇠고기 전문점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수그러들었던 저가형 쇠고기 전문점 창업이 다시 한 번 흐름을 타게 된 것이다.이런 분위기는 창업 시장 전반에서 관찰되는데 시장에 신규 프랜차이즈 본사가 생겨나는 것이나 기존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변신 또는 제2 브랜드 론칭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입 유통망을 갖춘 기존 업체들이 설립한 신규 프랜차이즈 본사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부위의 고기를 싼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졌다. 반면 이에 대항하는 기존 브랜드들의 변신이나 제2 브랜드의 경우 이미 프랜차이즈 가맹을 전개해 본 경험과 시스템에 대한 노하우를 내세우고 있다.일례로 고기 브랜드로 잘 알려진 기존 브랜드의 경우 ‘저가형이지만 한우를 사용한다’는 점과 ‘여성이 좋아할 깨끗한 인테리어’를 마케팅 포인트로 잡아 경쟁 업체들과 가격이 아닌 차별화 요소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한차례 가맹점을 출점시켰지만 매출이 저조했던 브랜드는 심리적인 저항을 제외한다면 맛으로는 호주산보다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 미국산 쇠고기로 메뉴를 교체하거나 추가하는 것으로 대처 방안을 세우고 있다.이런 쇠고기 시장의 지각변동은 막상 창업을 희망하는 개인에게는 아직 체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촛불 시위가 아직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은 아직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미국산 쇠고기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점포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닐까’라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소매 점포와 대형 마트에 유통이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의 판매 호조, 그리고 가파른 상승곡선은 충분히 시장의 가능성을 방증하고 있다. 선택의 문제겠지만 도입기의 성장 아이템을 잡고 싶다면 지금이 그 시기라고 볼 수 있다.저가형 쇠고기 전문점의 입지는 기본적으로 기존의 외식 업종 입지와 동일하다. 과거의 ‘00가든’ 유의 전통적인 쇠고기 전문점은 소비력이 높은 상권의 A급지로 입지가 제한적이었으나 지금의 저가형 쇠고기 전문점은 어느 상권이나 입점이 자유롭다. 당연히 전통적인 외식업 입지인 역세상권의 ‘먹자라인’이 가장 선호되는 입지라고 할 수 있다.유동인구가 풍부한 역세상권에서 이면도로에 식당과 주점 점포가 형성된 곳이 가장 좋은 입지다. 가격 경쟁력이 있어 젊은 층 중심의 유동인구가 있는 상권에도 무난히 진입이 가능한 것도 이점이 된다. 다만 주거지 상권에 입점할 경우에는 유동인구가 적은 거주자 위주의 상권이므로 영업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주거 상권은 오피스 상권과 달리 주말 매출이 발생하는 반면 점심 매출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한된 저녁 시간에 매출을 최대한 발생시키려면 매장의 대형화 전략이 유리하다. 타 상권보다 상대적으로 점포 임차료가 낮은 지역이므로 투자비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점포의 규모를 늘리는 것이 좋다.기본적으로 박리다매형 점포이므로 적어도 66㎡(옛 20평) 이상의 점포를 택하는 것이 좋고 99㎡(옛 30평) 정도가 돼야 테이블을 15개 이상 놓을 수 있어 무난한 편이다. 특히 주거 상권의 점포는 대형화뿐만 아니라 주차장 구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가족 중심의 외식 상권의 경우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이용한 이동이 많기 때문이다. 주차의 편의성을 확보해 고객의 접근성을 높여 주는 것도 맛이나 가격처럼 중요한 매출 발생 요인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쇠고기 전문점은 해당 상권에 따라 점포의 운영도 탄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일례로 오피스 상권의 식당가는 확실한 소비 인구를 끼고 있는 좋은 입점지로 꼽힌다. 그러나 저가형 쇠고기 전문점의 경우 저녁의 고기 매출이 중심이기 때문에 점심 매출을 포기하고 개점 시간을 늦은 오후로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저녁 늦게까지 주류를 동반한 영업을 하게 되면 다음날 식재료 준비며 기타 준비 시간이 필요해 점심 영업을 포기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상권에서는 ‘점심에 만족한 고객이 저녁 매출까지’이어진다. 주거 상권은 아니지만 오피스 상권의 유동인구는 흘러가는 인구와는 다르게 단골 마케팅이 통한다. 따라서 노동력에 비해 기대 수익은 낮더라도 점심 메뉴를 알차게 구성할 경우 저녁 매출 상승에 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점심 메뉴로 사용할 메뉴들을 구성해 입점하는 것이 성공 전략이 될 것이다.창업 시장도 장기 불황으로 인한 소비 양극화 현상이 반영되고 있지만 ‘무조건 싼’ 저가보다는 ‘질을 갖춘 합리적인’ 아이템이 이후 경기가 회복된 후에도 나름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단순히 새로운 것, 지금 인기 있는 업종을 찾을게 아니라 원재료 유통 시장의 흐름이나 전반적인 소비 환경을 보고 창업 아이템을 잡아야 소자본 성공 창업의 길이 열릴 것이다.신사역 4거리를 중심으로 번성한 주점과 식당가는 서울에서 손꼽히는 거대한 유흥 상권이다. 잠원역 방향의 간장게장 골목이나 한남대교 방향의 리버사이드 호텔 뒤쪽 역시 번성한 대로변뿐만 아니라 이면도로까지 두툼한 유흥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학동사거리 방향으로는 이면에 유명한 바 골목이 조성돼 있다. 그러나 이런 대표적 유흥 상권인 신사역 상권을 다른 방향으로 유명하게 만드는 곳이 있으니 바로 ‘가로수길’이다. 신사역을 주변으로 형성된 주점 골목이 전통적으로 대표적인 번화 상권이었다면 인접해 있는 가로수길은 조용히 성장해 점점 상권이 넓어지고 있는 신흥 상권이라고 볼 수 있다. 걷고 싶은 거리, 매년 가을 은행나무 축제가 열리는 곳. 독특한 디자인 소품점과 이국적인 퓨전 점포들이 가로수길을 대표하는 것들이다. 진로타워에서 현대고등학교로 이어지는 고작 왕복 2차로의 좁은 거리지만 지금은 점포 매물도 거의 없고 권리금도 주변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안테나숍이나 직영점 자리로 여전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대로변에서 커피빈, 구스티모 빨라쪼 등 대형 브랜드 카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초기에 청담동의 높은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한 젊은 디자이너들이 숍을 차리기 시작했고 이런 디자이너 숍을 따라 온 젊고 세련된 여성들로 인해 거리는 활기를 띠게 됐다.패션 리더, 얼리어답터 위주의 유동인구가 형성되면서 먹자 상권도 여타의 상권과 다른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성장하게 됐다. 과거 주변의 회사원들만이 주고객이었던 이 지역의 먹자라인이 이제 잡지와 TV에 소개되는 독특한 카페와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각종 내로라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입점하게 된 것이다. 메인 도로에 점포를 구하지 못해 이면도로와 이면도로의 2층까지 와인바와 레스토랑이 들어설 만큼 번성했다. 가로수길의 높은 권리금 상승에 힘입어 이곳의 먹자 라인까지 덩달아 권리금과 임차료가 높아진 것이다.한편 신사역 사거리에 있는 브로드웨이 극장 상권도 재평가를 받을 시간이 올 것 같다. 극장과 건물주와의 계약 기간을 마치고 나면 건물을 증축하고 대형 극장 체인인 CGV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곳곳에 호재를 낀 신사역 상권은 다시 한 번 도약할 전망이다.이재영·김앤리컨설팅 대표 jy.lee200@gmail.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