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전략

자산시장에 훈풍이 불기 시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집단에 재테크 전략을 물어보면 십인십색의 답을 들을 수 있다. 가장 민감하게 온기를 느끼는 곳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고 가장 보수적인 곳은 CFP(Certified Financial Planner: 국제공인재무설계사)를 비롯한 자산관리사들이다.지금이 재테크 해빙기로 여긴다면 장기적인 상승 추세와 일시적 상승의 두 가지 가능성을 나눠서 생각해 봐야 한다. 일시적인 반짝 상승이라고 봤을 때 이 열매를 가장 잘 따먹는 방법은 ‘단타’일 것이다. 그러나 그 달콤함 뒤에는 그늘이 항상 따른다.“4월 한 달 동안 반짝 상승이 올 것이고 1300선을 노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안정균 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이 열매를 따먹으려면 적립식(매달 조금씩 투자하는 것)보다 거치식(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 그러나 펀드는 3개월 이내 환매하면 수익의 70%에 부과하는 환매수수료가 붙기 때문에 차라리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이는 단지 환매수수료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지 펀드보다 직접 투자가 더 낫다는 얘기는 아니다. 개별 종목에 자신이 없다면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하는 것이 모범 답안일 것”이라고 조언했다.안 연구원은 “5월 미국에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부실 자산의 상각(손실을 현실화해 장부에 반영함)으로 금융회사들의 실적이 일시적으로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빙기는 ‘반짝’ 왔다가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3년 이상 장기적인 투자를 할 경우는 ‘적립식의 주식형 펀드’라는 모범 답안을 내놓았다.앞서 의견을 개진한 애널리스트들과 달리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대부분 “지금이 해빙기라고 보지 않는다”는 의견이었다. 서기수 HB파트너스 대표는 “미국의 경제 위기 중 뭣 하나 깔끔하게 해결된 것이 없다. 또 동유럽의 금융 위기가 그대로이고 호주의 부동산은 폭락했다. 러시아 중국 인도도 마찬가지로 회복의 조짐이 미약하다. 일본은 1979년 이후 최악의 적자로 장기 불황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올 가을까지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지금의 유동성 장세는 일시적 현상이다. 한시름 놓았다고 말할 때가 아니다”고 얘기했다.그가 주로 추천하는 전략은 올 9월까지는 안전 자산 위주로 접근하는 것. 지금 여유 자금이 있다면 채권 또는 외화표시 채권을 매입하거나 강남 이면도로의 30억 원 안팎의 4~5층 빌딩을 저가로 매입하는 것을 주로 권하고 있다. 또 원룸 위주로 사되 요즘엔 원룸 오피스텔 전체를 ‘통’으로 사기도 한다고. 안전을 위주로 하되 틈새를 찾는 전략이다.그는 “요즘 강의를 나가거나 현장을 둘러보면 작년 가을의 힘든 시기를 잊고 너무 풀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의 경우 선거를 앞둔 오세훈 시장이 주장하는 ‘한강 르네상스’ 때문에 들썩이는 측면이 있고 증권사의 경우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변의 고객·상담사는 주가(코스피지수)가 800~900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한만형 머니트리 FP도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지금의 포트폴리오 전략은 위험관리 측면에서 접근해야지, 수익을 내겠다는 개념은 무리”라고 얘기했다. 이를 바탕으로 “달러 가치의 불안으로 금 등의 실물에 배분하라고 추천하는데, 이것도 위험 관리 차원이지 수익 추구가 목적은 아니다”고 조언했다.위의 두 사람 모두 채권을 얘기했다. 한만형 FP는 “은행 예금 금리가 3%대다. 우량 회사채 단기물은 그보다 금리가 높은 편이다. 개별 회사채가 불안하면 회사채 펀드를 권하기도 한다”고 전했다.그러나 최근 8% 이상으로 고공행진하던 채권 금리가 많이 낮아졌다. 우량 회사채의 경우 국고채 금리와의 차이(신용 크레디트)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채권의 매력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를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두 가지로 설명한다.우선 저금리 시대에는 채권 금리가 여전히 은행 예금 금리보다 높은 편이다. 국고채보다 금리가 높은 회사채의 경우 우량 회사채를 선택하면 예금과 마찬가지로 안전성이 높으면서 고금리를 누릴 수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지금의 경기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저물가·저성장 기조가 향후 몇 년 간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주식 투자 수익률과 채권 투자 수익률이 예전만큼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저성장·저물가 시대에 대해 최 파트장은 “미국 경제는 지난 2003년부터 2007년 기간 동안 대부분의 성장을 가계의 부채 증가와 그에 따른 주택 가격 상승, 그로부터 얻어진 자산 소득에 의존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국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판 것은 우리나라와 중국 등 제조업 수출 국가들이었다. 그런데 이제 미국의 자산 가격이 떨어지며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가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벌어들인 만큼 소비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제조업 수출 국가들의 시설은 새로운 수요가 나타나기 전까지 과잉 상태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이러한 상황은 결국 글로벌 경제, 특히 수출 지향적 국가의 경제가 당분간 2000년대 누렸던 호황을 더 이상 누리기 어렵다는 점을 의미하며, 돈을 투입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줄었음을 시사한다. 이렇듯 기대수익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실질금리가 높을 수 없고 과잉 공급 상태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클 수 없으니 당연히 금리는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장기적인 저성장 환경에서 위험 자산의 가치 상승이 지속되기 어려우니 채권 투자의 매력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다만 채권을 사더라도 1년 만기가 아닌 3년, 5년 등의 장기 채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1년 만기 채권의 경우 지난해 말 금리가 8% 이상일 때 샀더라도 만기가 지난 후에는 동일한 금리의 채권을 산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아질 경우 고이율의 채권 가격 자체가 높게 형성된다는 보너스도 있다.위의 경우처럼 안전 위주의 포트폴리오는 채권을 위주로 하되 틈새 전략을 노리는 것이 요점이다. 물론 현금성 자산, 저위험 자산, 고위험 자산의 비율을 적절히 가져가는 것은 기본일 것이다.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은 ‘봄’을 맞이하는 독특한 전략을 제시했다. “적립식 펀드라도 투자 목적에 따라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 1년 이내에 사용할 자금이라면 지금 투자 상품을 추천하지 않는다. 불황이 L자 또는 U자 형으로 장기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3년 뒤에 활용할 자금이라면 적립식 펀드가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국내 투자자들의 평균 펀드 투자 기간은 330일이었다. 1년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본다면 지금부터 적립식으로 투자해야 봄을 맞을 수 있다”고 얘기했다.“해빙기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해빙기를 알고 투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해빙기임을 확인하는 순간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바로 여름으로 이어진다. 이때는 이미 바닥 때보다 3분의 1 이상 오른 상태다. 봄을 제대로 맞이하려면 미리 밭을 갈고 씨를 뿌려 놓은 사람이 열매를 딸 수 있다. 따라서 빙하기에 적립식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해빙기는 단타를 노리는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만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논의 자체가 의미 없다”고 덧붙였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