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전략

역사는 반복하는가. 최근 발표된 미국 주택시장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월 기존주택판매가격(중간값)이 전월비 0.4% 상승하며 주택 가격의 하락 속도가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2월 기존 주택 및 신규 주택 판매도 각각 5.1%와 4.7% 증가했다.이런 주택시장의 긍정적인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현재 글로벌 금융 위기는 미국 주택 가격의 하락에서 비롯됐다. 주택 가격의 급락으로 ‘역자산 효과’가 나타나면서 가계 소비와 투자가 위축됐고 이는 기업의 실적과 성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또한 시중은행(옛 투자은행 포함)은 부동산 관련 대출 및 투자 상품의 손실로 인해 자산 건전성이 부실해지면서 ‘좀비은행(Zombie Bank)’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따라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미국 주택 시장의 회복 시그널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한편 부실 은행에 대해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책을 마련하고 나섬에 따라 은행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자본 확충이 쉬워질 전망이다. 최근 발표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장기 국채 매입과 재무부의 공공민간투자프로그램(PPIP: Public-Private Investment Program for Legacy Asset)이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지난 3월 18일 FRB는 3000억 달러 규모의 장기 국채 매입을 골자로 하는 1조1500억 달러(2008년 GDP 대비 8%)의 양적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시중은행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생각해 보면 ‘장기 국채 매입→ 국채 수익률 하락→ 대출금리 하락→ 주택 수요 창출→ 주택 가격 회복→ 은행의 자산 건전성 및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이어 재무부는 3월 23일 기존 PPIP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조성될 금액은 5000억 달러에서 최대 1조 달러이며 은행 보유의 부실자산(부동산 관련 부실대출과 부실 유가증권 포함)의 매입이 시작될 전망이다.중국 제조업 경기의 회복과 한국 경제의 턴어라운드(turn-around: 추세 전환)에 이어 글로벌 경제도 극심한 침체를 지나 회복을 위한 반환점을 돌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연초 이후 금융시장에서 주식의 성과가 채권의 성과를 상회하기 시작한 것은 글로벌 경기의 반전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특히 1990년대 이후 글로벌 경기 순환에서 금융시장의 기대 변화는 모든 경기 순환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신뢰를 함축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와 같은 글로벌 경기지표는 발표되는 시차를 고려할 경우 2분기부터 반전이 확인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펀더멘털 측면에서 미국의 소비, 주택, 내구재 지표 등의 개선은 경기 저점의 통과를 시사하는 중요한 변화다.미국과 한국의 잉여유동성(M2-CPI-IP, %)을 보면 미국의 경우는 199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으며 한국도 199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주택 가격의 회복 시그널, 미국 정부의 금융 시스템 정상화 노력, 시중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의 1분기 수익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코멘트 등으로 인해 증시에서 체감하는 위험 수준이 한층 감소했다. 그 가운데 시중의 잉여자금은 수익성이 있는 투자처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또한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은행의 대출 태도도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 모멘텀(한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변동하려는 경향)과 관련해서는 경기선행지수의 구성 요소 중 금융회사 유동성, 순상품 교역 조건, 장·단기 금리차, 재고 순환지표 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회복의 시그널이 점차 가시화될 전망이다.이상의 조건들을 종합해 보면 펀더멘털 요인들의 긍정적인 변화까지 확인된 상황은 아니지만 낮아진 위험 수준, 급격히 증가한 시중의 단기성 자금, 마이너스에 진입한 실질금리 등을 감안할 때 유동성 랠리를 뒷받침할 만한 긍정적인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당분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증시 격언 가운데 ‘주식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라고, 낙관 속에서 성숙하며 행복감 속에서 사라진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지금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난 3월 국내 증시는 극도의 두려움 속에서 바닥을 만든 것으로 보이며 아직까지 회의감과 두려움이 충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좀 더 자랄(상승할) 수 있을 여지는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아직도 부정적 견해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펀더멘털 전망이 비관론을 지지하고 있지만 미국 주택 경기의 회복 조짐으로부터 이번 금융 위기의 실마리가 풀어지고 있다는 점, 양적 완화와 구조조정의 실질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 그리고 유동성 조건들이 충족돼 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긍정적인 장세 변화가 예상된다.2008년 10월 이후 5개월간 유지돼 온 1000~1200 범위를 상향 돌파하며 추세 전환 판단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해 있다. 그러나 현 국면은 장기 하락 추세에서 가능한 베어마켓 랠리이고 강세장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확인해야 될 요인들이 남아 있다. 크게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실물경기 침체의 완화가 경기 회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 △글로벌 제조업 전반의 불가피한 공급과잉 해소와 한계 기업의 구조조정이 막 시작되고 있다는 점 △새로운 금융 시스템의 관리 감독 체계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대내외 실물경제 침체의 강도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바닥 확인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침체의 강도가 완화되는 배경은 크게 4가지인데 △향후 2년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3.4%가 실물에 투입될 예정이고 △1분기에 국내외 우량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재개되고 있으며 △악재 일색이던 미국 부동산 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호재를 양산할 개연성이 있고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이 극단적인 상태를 벗어나 정상적인 경기 둔화 시기의 상태로 수렴할 가능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징후는 2008년 4분기의 비정상적인 상황이 정상적인 ‘경기 둔화’ 상황으로 수렴하는 과정일 뿐이고, 이후에도 경기 둔화 추세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이 강도 높게 진행 중이기 때문에 연쇄적인 부품 공급 산업의 위축과 고용 감소로 인한 소비 위축 여파를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2002~07년 동안 글로벌 경제의 생산기지 역할을 해 온 중국은 주요 산업들의 과잉 투자된 설비를 제거하기 위해 통폐합을 추진 중이다.미국과 중국의 상황이 아직은 부정적이지만 불가피한 과정이고 긍정적으로 진행될 경우 증시의 하락 압력은 완화될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정상적인 기능과 경제 주체 간의 신뢰 회복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혼돈 상태에 있는 금융시장의 관리 감독을 위한 기준 수립이 시급하다. 현재 G20 회담과 국제협력기구를 통해 이러한 과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한동욱·현대증권 투자전략 애널리스트 tuksan.han@hdsrc.com김주형·동양종합금융증권 투자전략팀장 jhkim@my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