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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과 호황을 반복하는 경기 변동을 보면 현대의 산업사회나 근대 이전 농경목축 시대나 인간사 살아가는 일의 근본은 모두 같은 듯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어느 어느 해 대흉년이 들어 굶주림이 극에 달했다는 기록이 있고, 어떤 때는 외적의 침입으로 유랑자가 많이 나왔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어떤 시기에는 도적이 특히 들끓었다는 사실도 있다. 현대 상황과 비교해 보면 대불황 국면은 대흉년일 테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나 최근처럼 원화 가치가 갑자기 떨어져 내 지갑이 대외적으로 반 토막 난 상황은 외적의 침입과 비교할 만하겠다. 천문학적인 부실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보너스를 챙겼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월가 경영진의 경우를 보면서 도둑떼를 연상시키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이래서 인간의 경제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본질적으로 태양 활동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농업 어업 목축 등 1차산업이 중심일 때는 말할 것도 없고, 과학과 기술의 시대라지만 자연현상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게 경제라는 얘기다.국제 공조로 경제 위기를 조기에, 보다 효율적으로 벗어나려고 지혜를 모으는 정도가 지구촌 시대가 된 지금과 과거의 차이라면 차이점이 될까. 그러나 이것 또한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역사책을 보면 대제국이었던 중국 청조 때 한발이 심해 흉년이 들자 월남을 넘어 태국에까지 멀리 사신을 보내 쌀을 구한 일이 있었다. 요즘으로 치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거나 한국은행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는 것과 비교될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제 공조만큼은 지금과 과거를 비교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국경이 갈수록 낮아지고, 특히 경제에 관한 한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인 만큼 나라 간 협조는 매우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글로벌 경제 위기의 한가운데서 열린 런던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적지 않은 관심이 쏠렸다. 이번 회의에서는 갈수록 확대되는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문제를 비롯해 경기 대책에서 정부 역할과 금융규제, IMF 등 국제금융기구 기능 조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제 현안이 거론됐다. 그러나 하루 일정의 회의에서 이런 누적된 난제들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고 완벽한 해법까지 찾기란 애당초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위기 국면에서는 주요국 간의 협력 여부가 현실적으로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또 과거와 달리 한국이 이 회의의 공동 의장국이어서 우리의 목소리를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기대가 간 것이다.주요 20개국들이 이런 국제회의를 통해 확인하고 노력해야 할 기본 원칙은 개방 확대와 국가 간 공정한 경쟁을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처럼 개방경제의 흐름을 타고 교역으로 경제를 일궈나가는 처지에서는 특히 중요한 전략이다. 세계경제가 나갈 방향과 우리의 지향점을 같은 것으로 묶는 지혜라고 해야 할지…. 이래저래 경제관료, 외교관료들의 역할은 정말로 막중하다.그런 맥락에서 주목되는 최대 쟁점은 보호무역주의다. 사실 보호무역에 관한 한 각국 공히 겉 다르고 속 다른 목소리를 내기 쉬운 속성이 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더하다. 우선 미국부터 그렇다. G20 회의를 주도하고 있는 주요국들도 각종 지표가 뚝뚝 떨어지는 당장 다급한 자국 내 경제 여건과 정치적 압력을 이겨내지 못해 나라 안팎의 입장을 바꾸곤 했던 게 바로 이 문제다.이 때문에 이번 회의를 통해 경쟁적인 보호주의 정책이 얼마나 완화되느냐가 국제 협력의 현실적인 시금석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번 회의에서 이 점을 역설했지만 우리 입장이 과연 얼마만큼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상품과 서비스 교역만이 아니라 금융보호주의도 심각한 문제다. 이미 개도국으로 향하는 선진국 자본이 급감하고 있고 공적자금이 집행되면서 제3세계로 나간 선진국 자본의 회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의미 있는 합의가 도출되고 이행 가능한 실행 방안이 나온다면 세계경제는 더 빨리 회복될 텐데 각국의 이기심을 꺾을 길이 없으니 그게 문제다.허원순·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