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팅 회사를 운영하면서 최고경영자(CEO)나 임원, 핵심 인재를 기업에 추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당 기업의 인재 상황을 접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매번 확인하는 것은 ‘좋은 기업에는 뛰어난 인재가 있고, 뛰어난 인재는 우량한 기업에 가기를 원한다’는 점이다.당연한 현상이라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경영자들의 입장에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좋은 기업이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가 몰리는 것인지, 아니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한 결과 좋은 기업이 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좋은 기업과 우수한 인재는 분명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나는 이런 현상을 보면서 ‘인재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법을 개발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해 봤다. 그동안 기업 가치 평가 기준은 현금과 부동산 등 자산이 주를 이뤘고 안정성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정보기술(IT)과 벤처기업 붐에 힘입어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성장성이 주요 평가 기준으로 추가됐다. 그러나 나는 이것만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사람이다. 따라서 임직원이 기업 가치 평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닐까. 당장은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고 수익을 많이 못내는 벤처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맨 파워가 뛰어나면 기업 가치를 크게 평가해야 한다. 성장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랜 역사에다 강한 브랜드를 갖고 있는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우수한 인재가 빠져나가고 역량 인재를 뽑지 못한다면 가치 평가는 박할 수밖에 없다. 인재의 질이 계속 떨어진다면 기업의 쇠락은 시간문제다.따라서 경영자들이 기업을 키우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1전략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돼야 한다. 자산이나 기술은 인재를 뒤따라오게 마련이다. 경영자들은 연봉과 근무 조건, 기업 문화 등에 과감하게 투자해 좋은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이렇게 확보한 인재가 기업을 성장 발전시키고 기업의 이런 모습을 보고 다시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드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나는 CEO가 이런 구조를 정착시키려고 애쓴 결과 기업이 빠르게 성장 발전하는 모습을 많이 봐 왔다. 반대로 악순환 구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도태되고 말았다.유감스럽게도 기업들의 인재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인색하다. 기업에 인재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얼마 안 되는 연봉 차이 때문에, 기존의 직급 및 직책 체계가 헝클어질 것을 우려해, 그리고 출신 지역과 가정환경 등 개인적 선호도 때문에 회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인재를 놓치는 경영자들을 많이 봤다. 반대로 이런저런 이유로 평범하거나 평균 수준 이하의 임직원을 채용해 기업의 가치를 계속 끌어내리는 경영자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기업의 가치와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싶다면 우선적으로 인재에 투자해야 한다. CEO가 직접 나서 우수한 인재 영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내부 인재를 교육하고 핵심 인재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애를 써야 한다. 일은 사장이 하는 게 아니다. 경영자는 우수한 임원과 핵심 간부를 회사에 들이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그 임원과 간부가 실무자들을 불러 모아 일을 할 것이다.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고민하지 말고 그 분야의 선수를 영입하라. 그러면 그가 와서 방향을 정할 것이다. 해법을 찾으려고 머리를 쥐어뜯을 필요가 없다. 전문가가 오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경제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깊은 터널을 지나고 있다. 언제 터널을 벗어날 것인지,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두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내일을 준비하는 기업은 칠흑 같은 한밤에 강을 건넌다. 인재 확보와 양성으로 어둠이 걷힐 내일을 준비하자. 전문가를 영입하고 직원을 교육 훈련해 불황 이후를 대비하자. 모두에게 위기지만, 모두에게 기회로 다가오지는 않는 시기다.커리어케어 사장약력: 1988년 서울대 영어교육과 졸업. 2004년 한양대 저널리즘 석사. 98년 한겨레신문 기자. 2000년 한겨레커뮤니케이션스 대표. 2002년 커리어케어 대표이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