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과의 협상은 미국인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무식하게 원칙에 따라 밀어붙이는 것은 미국인, 능구렁이처럼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건 영국인, 겉은 높은 문화와 교양을 자랑하지만 다소 지저분한 협상을 하는 건 프랑스인’이라는 말이 있어요.”박상기 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유럽의 협상가들은 미국 협상가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협상 초기에는 전혀 언급도 하지 않던 내용이나 조건 등을 협상 중·후반부터 갖은 술수를 다해 위장한 채 상대를 압박하는 다소 비윤리적인 스타일이 바로 유럽인들의 협상”이라고 말했다.박 대표는 이 같은 유럽인들의 협상 스타일을 그들의 역사와 문화에서 찾았다. 유럽인들은 한정된 땅덩어리를 잘게 나눈 채 상황 변화에 따라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어제의 동맹이 오늘의 숙적으로 변하는 중세 봉건시대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 또 유럽인들은 근대에 들어오면서도 부족한 자원과 탐욕을 채우기 위해 해외 식민지 정책을 추진한 경험이 있다고 강조한다.박상기 대표는 삼성 포스코 SK CJ 기아자동차 등 70여 개 기업에서 약 400회의 협상 관련 강의와 컨설팅을 진행해 온 국내 최고의 ‘비즈니스 네고시에이터’ 중 한 명이다. 대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각종 국제 계약, 해외 영업 및 구매 업무에 필요한 국제 비즈니스 협상 교육이 박 대표가 강의하는 주요 프로그램이다. 특히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의 실제 비즈니스 협상 테이블에도 참석해 자문 및 협상 대행도 하고 있다.박 대표의 기억에 가장 크게 남는 컨설팅은 몇 년 전 진행했던 기아자동차의 사례다. 이탈리아 지역의 정체된 매출을 올리기 위해 현지 대리점과 협상 컨설팅을 진행한 것. 박 대표는 컨설팅 이후 기아자동차의 이탈리아 시장 수출이 4년간 매년 2배 이상 성장하는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단 한 번의 협상 컨설팅과 3일간의 주재원 훈련이 그토록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사실에 나 자신도 크게 놀랐고 자랑스러웠다”며 “동시에 아직도 체계적인 협상 컨설팅과 훈련을 받지 못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있다는 데 안타까움도 들었다”고 말했다.박 대표의 우려는 또 있다. 최근 ‘비즈니스 협상’의 중요성을 절감한 기업들이 협상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이들에게 직원들의 교육을 부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아직 국내에서 활동하는 협상 전문가의 대다수가 변호사나 학자 출신”이라며 “이들 직업의 특성상 지나치게 대립적인 구도로 협상을 몰아가거나 원론적인 내용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박 대표는 기업의 일원으로, 협상의 당사자로 수많은 경험을 쌓았다. 또 법률 협상이 아닌 비즈니스 협상을 배우고 연구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에 더 실질적인 협상 컨설팅과 교육을 하고 있다. 특히 그가 독창적으로 개발한 ‘5단계 협상 전략 모듈’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협상을 진행하는 법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그의 컨설팅과 교육이 여러 기업에서 성과를 내고 호평을 받는 이유다.그렇다면 박 대표는 한·EU 협상에 대해 어떤 해법을 제시하고 있을까. 박 대표는 “결국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찾아내 그 점을 끝까지 끌고 가는 단순한 방법이 오히려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 전술 수립에 앞서 우선 기본적인 협상의 프로세스와 시스템 구축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결국 협상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것”이라면서 “윈-윈 같은 이상적인 단어에 혹하지 말고 협상에서 실리를 차지한 뒤 상대에게 몇 가지 명분을 건네주며 ‘이긴 듯하게’ 만들어 주는 게 협상에서의 진정한 승리”라고 귀띔했다.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약력: 1966년생. 91년 부산외대 영어과 졸업. 2000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 MBA. 91년 현대모비스 해외사업부 입사. 2001년 삼성SDI 글로벌 마케팅 과장. 2002년 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현).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