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 CEO의 역할
글로벌 인사 정책 연구 관련 논문들 중 인재 채용 관련 내용을 보면 직원 선발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이다. 그러나 모든 직원이 창의적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제돼 있다. 파레토 법칙대로 80 대 20 원칙, 다시 말해 전체 20%의 직원이 창의적이면 좋겠지만 20%의 직원 중 다시 5%의 직원은 필히 창의적일 필요가 있다고 한다. 또한 5%는 가장 충성스러운 조직이어야 하며 10%는 전체 조직을 견인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는 조직이어야 한다고 한다. 최근 많은 중소기업들이 부도가 나거나 조업 중단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기업이 아주 좋지 않은 국면에 접어들어도 100여 명의 직원 중 80명이 50%의 급여를 받는 상태에서 내일을 도모하며 재기의 싹을 틔우고 있는 제조 전문 회사가 있다. 평소 이 회사 J 대표는 창업 정신과 성과 창출이 돋보인 직원들을 끔찍하게 돌본 것으로 소문이 자자했다.J 대표의 직원에 대한 철학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 첫째는 교육인데 외부와 내부 교육을 통해 직원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직원이 회사를 다니면서 대학과 외부 교육 등을 받게 했고 영어 일본어 중국어 중 한 가지를 구사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독려했다.또한 각 대학의 AMP(Advanced Management Program) 등에도 보내 네트워크를 쌓도록 배려했다. 그들을 통해 다른 직원들도 항상 책을 읽고 뭐든지 배우는 삶의 자세를 갖도록 노력했다.두 번째는 복지적 측면이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줄 수 있는 복지는 급여를 올리거나 수당 항목을 추가하는 등 돈으로 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J 대표는 선택적 복지라는 것을 도입해 직원들이 콘도를 활용하고 문화 행사 티켓이나 도서 및 스포츠웨어 등을 구입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생일을 맞은 직원들에게는 10만 원권 상품권을 선물하고 파티를 열어줌으로써 하루라도 영웅(?)이 될 수 있도록 배려했다.1년에 2회에 걸쳐 요즘 유행하는 1박2일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원 상호간 교류와 소통 및 연간 목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이해도 증진이 고무된 상태의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복지적 측면에 신경을 써 왔다.고통스러운 경제 상황 속에 J 대표가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이 특히 인상적이다.“역사 속에는 육신의 장애를 극복함으로써 더욱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딧세이’를 쓴 호메로스와 ‘실락원’을 쓴 존 밀턴은 시각장애인이었습니다. 사마천이 지고 돌아온 장군을 변호하다가 궁형을 당하고, 거세당한 치욕을 참지 못해 은퇴한 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 ‘사기(史記)’였습니다.희랍(그리스)의 한 유명한 웅변가인 데모스테네스는 본래 심한 말더듬이에다 발음도 정확하지 않았지만 입에 재갈을 물고 피나는 발음 연습을 한 끝에 훌륭한 웅변가가 된 사람이었습니다. ‘돈키호테’의 작가인 스페인 문호 세르반테스는 한쪽 팔을 잃은 상이군인이었고,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서른아홉 살에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못 쓰게 됐지만 네 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그 외에도 베토벤은 청각장애인이었고, 바그너는 피부 질환으로, 빈센트 반 고흐는 환청에 시달렸었지만 후대에 길이 남을 작품을 창작해냈습니다. 이들은 모두가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아름다운 승리를 이룬 주인공들입니다. 우리의 삶에는 많은 선택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행히 장애는 없습니다. 단지 마음이 문제일 뿐입니다. 이제부터 우리 모두는 우리 회사의 주인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여러분과 나누겠습니다. 주인으로서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의 내일을 위해 다시 한 번 힘을 냅시다.”요사이 그 회사 직원들을 보면 마치 임진왜란 때 분연히 일어난 의병들과 다르지 않은 듯하다. 직원을 창의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리더에게 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주식을 모두 내어놓고 직원들과 똑같은 지분을 갖겠다는 J 대표의 용기도 높이 살 부분이지만 대다수의 직원들이 그를 따르는 이유는 리더에게서 희망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약력: 1959년생. 82년 국민대 법과대학 졸업. 83년 쌍용그룹 입사. 99년 위드스탭스홀딩스 대표이사 (현). 2007년 HR아웃소싱협의회 회장(현).©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