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처리서 창업의 길 찾다
많은 예비 창업자들은 흔히 소자본 창업이라고 하면 역세권에 점포나 식당을 개업하거나 프랜차이즈 사업 등의 범주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경쟁은 포화 상태에 있고 각종 진입 장벽의 한계에 부딪치기도 하며, 때로는 늘어나는 자본 투입량을 감당하기 힘들어 좌절하기도 한다. 그래서 실직이나 퇴직으로 인해 창업을 결심하지만 손에 있는 자본으로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마음에, 초기에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곤 한다.하지만 개성상인의 후예로서 유통업에도 많은 길과 기회가 있다. 특히 땡처리 제품과 관련해 2, 3차 유통에 뛰어든다면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을 향한 소규모 무역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미디어의 발달로 필요한 정보를 예전에 비해 쉽게 얻을 수 있으며, 또한 판매망도 어렵지 않게 펼쳐 나갈 수 있다.전문 도매상인과 소자본창업센터의 교육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예비 창업자에게 “유통 상인이 다른 창업에 비해 리스크가 작은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유통업의 장점은 첫째,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손해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상인창업센터 및 마당발TV의 최성렬 대표는 “처음 연습 삼아 몇 백만 원 수준으로 물건을 구입한 후 판로를 개척한 뒤 어느 정도 탄력을 받으면 2000만~3000만 원대로 확대해 사업을 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순수 자기자본으로 시작해야 자금을 능률적으로 회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출 자본일 경우 이자와 원금 상환을 위해 큰 이익을 좇게 되고 무리수를 두다보면 악순환이 거듭된다는 것이다.둘째, 시장이 많다. 땡처리를 통해 좋은 물건을 저가로 입수했다면 시장 개척은 본인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먼저 인터넷이란 공간은 현재 활발한 상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거래 품목도 저가 상품 위주이기 때문에 자신의 땡처리 아이템을 유통하기에 적절하다. 만일 해외 거주 경험이 있거나 타국 시장 정보에 훤하다면 보따리장수, 더 나아가 오퍼상까지 성장할 수 있다. 최근 해외 거주 경험이 있고 어학 실력이 뒷받침되는 젊은 세대들은 액세서리, 의류, 식료품, 아이디어 상품 등 한국의 여러 가지 물건을 들고 뱃길에 오르고 있다. 시장도 중국과 일본을 넘어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한국산의 고급 이미지, 잇따른 중국산 생필품의 불량 사태, 원화의 가치 하락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등으로 현지에서 소비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은 한국산을 선호한다는 점은 무역상에게 호재다. 각 나라의 기본적인 시장 정보는 코트라(www.kotra.or.kr)에서 얻을 수 있으며 현지 KBC(Korea Business Center)를 이용할 수도 있다.셋째, 진입하기가 쉽다. 최근 유통 상인이 되기 위한 시장조사, 거래처 확보, 협상과정 등 교육 과정이 온·오프라인상에서 이뤄지고 있어 과거에 비해 좋은 환경에서 시작할 수 있다. 물론 장사란 것이 몸으로 뛰며 배우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지만, 전문가로부터의 교육을 통해 수련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직접 국내 대표 도매시장이나 일본 후쿠오카, 오사카, 도쿄, 중국 칭다오, 이우 등 해외 도매시장을 단체로 탐방하는 프로그램도 개설돼 있다. 이를 통해 히트 상품, 거래 방법, 시장 특성 등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예비 창업자 중에는 6개월에서 1년까지 준비하는 이도 있지만 상인창업센터의 조언에 따르면 3~6개월 정도만 준비하고 실전에 돌입하는 게 중요하다.신지인터내쇼날의 박인영 대표는 주의할 점으로 “거래처를 확보할 때 물건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고 판로 개척을 지원해 줄 수 있는 곳인지 확인할 것”을 조언한다. 그리고 신규 사업자는 아이템을 선정할 때 이미 잘나가고 있는 검증된 제품을 땡처리 기회를 잘 잡아 싸게 구매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마당발TV의 최 대표는 “장사가 본인의 적성에 맞아야 하고 적극성과 좋은 대인관계가 필수 요소”라며 “한 대기업 명퇴자가 이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영업력을 갖추지 못해 고전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고 전했다. 도매상들에 따르면 해외시장 인기 아이템으로는 중국 일본은 화장품, 유럽은 의류, 모자, 남미는 니트류, 중국은 생활용품, 의류 등이다.전국 유통망은 불과 몇 시간 내로 연결됐고, 국제 경제는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가고 있다. 인터넷이란 가상공간은 시공간을 초월한 장터로 탈바꿈해 무한한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 주고 있다. 세계적 불황으로 아무리 어려워도 블루슈머(Bluesumer: 경쟁자가 없는 시장의 소비자) 시장은 반드시 어딘가 있다. 조선시대 개성상인은 소외받은 사대부나 지식인들로 상업에 진출하려고 하자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서울 상인에게 핍박당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전국 상권을 연결하고 상술을 발달시켜 해외무역에 나서 거상으로 성장했다. 어쩌면 지금의 불황이 21세기 신개성상인이 태어나기 위한 시대 배경일지도 모른다.국내외 도매시장 조사 탐방을 격월 단위로 시행하고 있는 마당발TV에는 예비 창업자들의 참가 신청이 최근 크게 늘었다. 마당발 시장조사단은 상인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신병훈련소로서 앉아서 듣는 강의가 아니라 직접 시장에서 샘플을 사고 협상해 볼 것을 최성렬 교관은 주문한다.퇴직자, 실업자, 젊은 대학생, 직장인 등 다양하다. 모두 창업을 결심한 이들로 거의 기초부터 시작한다.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오는 이도 있다. 두려워말고 부딪쳐보라. 소액을 잃어도 큰 손해 아니다.큰 도매시장은 한 번에 와서 모두 파악할 수 없다. 남대문시장이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는 사실도 모르는 이가 많다. 대략적인 시장 분위기를 익히고 실제 도매상들을 접하면서 기초적인 것부터 실전 경험한다. 노련한 도매상들은 손님이 오면 4단계로 나누어 가격을 부른다. 처음 오고 경험이 없어 보이는 이에게는 비싼 가격을 부른다. 따라서 도매시장에서는 거래관계를 쌓고 경력이 늘수록 싼값에 협상할 수 있게 된다.5년 전 아르바이트생으로 유통을 배우던 젊은 친구가 있었다. 최근 만나 보니 액세서리 전문점을 5개나 운영하는 사장님이 돼 있었다. 여러 명이 대상(大商)이 돼서 돌아온다. 큰 보람을 느낀다.현재 진행 중인 남대문, 동대문, 화곡동 도매시장 탐방과 일본, 중국 탐방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다. 그리고 땡처리 도매 창고 탐방에 대한 호응이 높다. 4월부터 기회가 잡히는 대로 실시할 예정이다.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