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명성 사장

한국의 전통술 막걸리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막걸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막걸리를 파는 술집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 술 사케가 최근 한국에서 애주가들을 폭넓게 확보해 가는 것에 비견할 만하다.이는 수치상으로도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2008년 한국에서 일본에 수출된 막걸리의 양은 모두 4891톤으로 집계됐다. 2007년에 비해 25.4%가 늘어난 것이다. 수출액의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전년 대비 53%나 늘어난 402만6000달러(약 65억 원)를 기록했다.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국 막걸리 열풍의 한가운데에 김영진(44) 유한회사 명성 사장이 자리 잡고 있다. (주)한국유통 사장을 겸하고 있는 김 사장은 오랜 유통 노하우와 일본 현지의 탄탄한 인맥을 발판 삼아 일본 현지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막걸리 전도사’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최근 열렸던 ‘2009 도쿄식품박람회’에서도 김 사장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가공식품협회 공동관 내에 ‘서울막걸리’를 선보인 김 사장은 2명의 명성 직원을 상주시키며 바이어들을 상대로 상담과 홍보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행사 기간 내내 동영상을 상영하고 다양한 홍보물을 배포해 주목을 받았다.바이어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56개의 회원사와 455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일본 굴지의 주류 유통회사인 센토미하에루 와인&스피리치와 관서지역에서 100여 개의 주류 전문 매장을 운영하는 리키마운틴 경영진이 서울막걸리 전시장을 방문해 김 사장과 상담을 가졌다. 또 나고야 지역을 중심으로 주류 유통을 하는 스키타 등과 전국슈퍼체인연합회 관계자들도 부스를 찾아와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김 사장은 “4일간의 행사 기간 동안 일본의 많은 주류 유통업체가 큰 관심을 보였다”며 “최근 일본에서 막걸리의 인기가 크게 높아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고 설명했다.김 사장이 처음 유통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0년 해태그룹에 입사하면서부터다. 1991년부터 해태유통 기획실에 근무하며 유통의 가능성과 잠재력에 눈을 떴다. 1999년 해태를 떠난 그는 2000년 일본으로 건너가 (주)원일의 전무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독립해 본격적으로 유통에 뛰어든 것은 2006년이다. 유한회사 명성을 세워 일본에서 평소 꿈꿔왔던 아이템을 하나둘씩 시장에 내놨다.지금은 도매사업부 통신판매사업부 인터넷사업부 등 3개 사업부로 나눠 사업을 하고 있다. 김 사장은 “가장 한국적 식품인 막걸리와 유자차를 일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한국 식품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위해 일본에 도매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15개사의 통신판매 회사가 공동 출자해 만든 한국유통도 김 사장이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작품’이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한국 식품의 공동 구매와 판촉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비용 절감이 가능한 데다 일본 현지에서 효과적인 마케팅을 하는 데도 꼭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이다.실제 한국유통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 식품의 일본 진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공동 구입과 판매를 통해 한국 식품의 유통에 힘을 보태고 있고, 회원사 경쟁력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2만 부의 책자를 발행해 한국 식품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유통의 핵심인 물류에도 공동으로 보조를 맞추고 있다.김 사장은 일본에서 다양한 식품 관련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막걸리 사랑이 각별하다. 명성을 설립한 후 막걸리의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일본 내에서 영향력 있는 막걸리 유통업자로 변신했다.“이동주조의 ‘이동막걸리’가 이동재팬을 통해 일본 시장에 소개되고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2~3년 전부터 막걸리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지요. 특히 막걸리에 들어 있는 유산균과 식이섬유가 장운동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웰빙 술로 소문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김 사장 역시 한국 식품을 대표하는 막걸리가 일본에서 상품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본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고려해 품질에 주안점을 두고 제품을 물색하던 중 서울탁주조합의 서울막걸리가 품질이 뛰어나고 생산 능력도 앞서 있다고 판단해 손을 잡자고 정식 요청했다.2년간의 협상 끝에 2008년 제품을 공급받았다. 곧바로 막걸리 통에 수입용 스티커를 부착해 시장에 선보였다. 하지만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곳곳에서 걸림돌이 생겼다. 일본 측 바이어들은 디자인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까다롭게 나왔다.김 사장은 바로 계획을 수정했다. 제품의 품질 외에 일본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디자인 등에도 관심을 쏟아 새로운 모습의 막걸리를 시장에 내놓았다. 한편으로는 유통 네트워크를 잡기 위해 다각도로 뛰었다.“재일동포나 재일 한국인들만을 대상으로 제품을 내놨다가는 금방 한계에 이를 것으로 봤어요. 결국 일본인들을 정면으로 공략할 방법을 찾았지요. 일본 전역의 주류 메이저 도매상들에게 샘플을 보내는 등 유통 채널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그러나 다른데서 문제가 터졌다. 시장 규모가 커지는 과정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막걸리들이 일본에 수입됐고, 소비자들의 불만도 표출됐다. 맛이나 색깔 등에 대해 때로는 강하게 클레임을 제기하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지금 역시 이런 것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게다가 업체 간 과당경쟁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김 사장 역시 이런 점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자칫 막걸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널리 퍼지지나 않을까 크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책을 묻는 질문에 그는 자신감이 넘친다.“문제가 있으면 바로잡으면 된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명성은 몇 가지 방안을 마련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지요. 먼저 가격 경쟁을 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후발주자지만 한국 대표 브랜드라는 점을 부각시킬 겁니다. 품질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도록 다각적인 활동을 펼 계획도 세워놓고 있고요. 이 밖에 단기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생각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일본 전 지역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다행히 지금까지 서울막걸리에 대해 클레임을 제기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세워 놓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까다로운 일본 소비자들도 서울막걸리 만큼은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김 사장은 향후 일본 내 막걸리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 불황의 그림자가 일본에서도 짙게 드리워져 있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젊은 세대들은 독주보다 순한 술 위주의 소비 패턴을 유지하고 있으며 막걸리에 과일을 첨가해 마시는 트렌드도 나타나고 있고 전문 이자카야에서는 잔술로도 팔고 있어 수요층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이에 따라 그는 우선 이번 도쿄식품박람회 참가를 계기로 마케팅에 더욱 매진할 방침이다. 실제 매장을 운영하는 지역별 대형 유통 회사들과 향후 제휴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실질적으로 판매에 연결될 수 있도록 판촉 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4월부터는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품질에 대한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홍보, 광고 활동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약력: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졸업. 90년 해태그룹 공채 13기 입사. 91년 해태유통 기획실. 94년 해태그룹 기획조정실 감사팀. 2000년 (주)원일 전무(일본 도쿄 소재). 2006년 유한회사 명성 대표이사(현). 2008년 (주)한국유통 대표이사(현).설립일: 2006년 2월자본금: 300만 엔매출액: 2008년 6억 엔. 2009년 10억 엔(예상)주력 사업: 도매사업부(서울탁주 및 건양식품 에이전트)통신판매사업부(한국식품 및 잡화 수입 판매. ‘5일장’이라는 책자 2만 부 발행 배포)인터넷사업부(일본인 전용 온라인 쇼핑몰 운영)도쿄(일본)=김상헌 기자 ksh1231@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