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매력적인 회사채 투자

가히 회사채 전성시대다. 오랜만에 회사채 시장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개인도, 기관도 회사채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회사채 시장은 암흑기였다. 베어스턴스가 무너지고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신용에 대한 위험이 최고치에 달했고 월간 회사채 발행량은 1조~2조 원에 그쳤다. 기업들은 돈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었고 만기가 짧은 기업어음(CP) 시장에서도 우량 기업들조차 돈을 구하기 힘들어졌을 정도로 냉각됐다.결국 상황의 심각성을 받아들인 한국은행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2009년 들어서는 예전과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은 120조 원이 넘어섰고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2.5% 밑으로 떨어졌다. 튼튼한 단기 자금 시장의 분위기가 일부분 중·장기 자금 시장으로 이전되고 있다. CP 시장에서는 예전과 같은 신용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낮아지면서 회사채 금리도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 2월에는 회사채가 8조 원이 넘게 발행되며 월간 사상 최대 발행액을 기록했다. 단 3개월 만에 급격한 분위기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회사채 금리가 많이 내렸다. 회사채 투자를 생각했던 몇몇 투자자들은 생각보다 낮은 금리에 실망하고 돌아서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리먼브러더스가 2008년 9월에 파산을 신청하고, 이후 신용에 대한 우려가 극에 달하면서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회사채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2008년 12월 회사채 AA-급 만기 3년짜리의 수익률은 9%에 육박했다. 그러나 이후 한국은행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이 이뤄졌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까지 힘을 더하면서 MMF 잔액이 120조 원을 넘어섰으며, 만기 1년 이하의 단기물 채권 금리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아주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급한 돈을 단기 자금 시장에서 빌려 생활하던 회사들 역시 한결 여유로워진 셈이다. 이 온기가 만기 2년 이상의 회사채 시장에까지 전해지며 최근 회사채 AA- 3년물의 수익률은 6% 초반까지 떨어졌다. 예전에 9%에 육박하던 때를 기억한다면 이미 많이 낮아진 수익률에 실망할 수도 있다.그러나 회사채 금리가 고점을 기록한 2008년 말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단기 자금 시장 악화로 기업들이 3개월 미만의 어음 발행마저 힘들어하며 몇몇 기업들은 산소호흡기로 생명을 연장하던 시기였다. 리먼브러더스라는 세계적 금융회사가 무너지는 것을 경험한 투자자들 역시 회사채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시기였다. 그리고 그 당시 1년짜리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7%에 달했다. 굳이 2% 정도를 더 받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회사채 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3%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신용에 대한 우려는 많이 감소한 상태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이 반등하며 코스피지수가 어느새 1200을 넘어섰고 풍부한 단기 유동성으로 기업들이 단기 자금 시장에서 자금을 구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A-급까지 회사채 투자 영역을 확대해 본다면 만기 3년짜리 채권을 기준으로 연 7%가 넘는 수익률을 아직도 올릴 수 있다. 은행 예금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수익이다. 회사채 투자는 아직도 매력적이다.일반적으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회사채 투자 방법은 증권사 지점이나 홈페이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최근 개인들의 회사채 투자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증권사들도 이에 발맞춰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만기까지 환매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 금액이 장기간 묶이는 것은 마음이 편치 않다. 이럴 때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으로 회사채 펀드와 소매 채권 시장이 있다.회사채 펀드 투자자에게는 큰 혜택이 하나 있다. 3년 이상 투자 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15.4%의 과세율을 가정한다면 회사채 펀드 수익률 6%는 은행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7.1%의 금리를 제공받는 것과 동일한 수준이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1%포인트의 수익률 차이는 크게 느껴진다.종목 선정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일일이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분석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펀드매니저에게 투자 판단을 맡기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분산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포트폴리오에 담겨진 자산의 종류가 늘어날수록 개별 자산이 가진 비체계적 위험이 작아지면서 포트폴리오의 위험 대비 수익률이 상승한다. 아무튼 채권 투자 역시 한 종목에 ‘몰빵’하기보다 여러 종목에 나눠 투자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기본적으로 회사채 투자는 원금 보장이 안 되고 원금 손실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회사채 펀드 투자는 안정성을 상당히 중시한다. 혹시라도 보유 종목이 부도와 같은 신용 이벤트가 발생해 고객들의 자산에 손실을 입히는 것을 최대한 피하기 때문에 생각만큼의 고수익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혜택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3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늘 변하면서 기회를 던져주는 금융시장 속에서 적극적인 투자자들에게 ‘3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이 경우에는 소매 채권 시장을 이용할 수 있다. 증권사들의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에 접속한 후 주문 및 직접 매매가 가능한 소매 채권 시장에서는 개인이 직접 원하는 채권을 사고팔 수 있다.채권은 주식과 달리 만기별, 채권에 붙어 있는 여러 가지 옵션이나 권리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 회사의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종목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시장 참여자들 역시 대부분 개인이 아닌 기관 중심이기 때문에 개인이 참여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소매 채권 시장 역시 유동성이 좋은 편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몇몇 종목에 한해서는 상당히 풍부한 유동성을 보여주고 있고, 그 가운데 좋은 투자 기회도 종종 나타난다. 예를 들면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발행되는 경우 신주인수권과 채권이 따로 분리되고 BW에 투자한 개인들 같은 경우 채권보다 신주인수권의 가격에 관심이 더 많기 때문에 채권 매물이 소매 채권 시장을 통해 많은 양이 나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낮은 가격에 좋은 조건으로 우량 기업의 채권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회사채 펀드의 최대 이점은 3년 이상 투자 시 부여되는 비과세 혜택이다.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소매 채권 시장에서 누릴 수 있는 이점은 내가 투자하길 원하는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것은 예전에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특히 더 어려운 시점이다. 현재 투자의 선택은 얼마만큼의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결론적으로 다시 한 번 말하면 회사채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이다.안정균·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 jkahn@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