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업종 전망과 투자 전략
국내 보험 산업은 지난 몇 년간 전통 채널(설계사·대리점), 신채널(텔레마케팅·인터넷·홈쇼핑), 독립 채널(보험법인대리점·방카슈랑스·독립) 등의 다양한 채널과 보험 상품 개발 등을 통해 눈부시게 성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이 국내 보험업계에도 영향을 미쳐 이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크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신규 계약 건수가 급감하고 해약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투자 환경 악화로 인한 자산운용 수익률까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 22개 업체 중 절반이 넘는 13곳이 2008 회계연도 3분기(9~12월)에 적자를 기록하며 순이익이 137억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이 같은 실적 악화는 신규 계약 건수 급감과 보험 해약률의 급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생명보험 해약률은 10월 7.2%, 11월 8.2%, 12월 9.4%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고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지난 몇 년 동안 생명보험 산업의 고성장을 이끌었던 변액보험이 이번 금융 위기 속에서 크게 추락하면서 2008 회계연도 3분기에 마이너스 12.3%로 처음으로 역성장하게 된 것도 실적 악화의 한 원인이다.반면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해 온 손해보험 업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국내 손해보험 업종에 대한 투자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손해보험 업계의 2009 회계연도 성장률은 건강보험 중심으로 장기 보험의 안정적 성장이 전체 성장의 둔화 폭을 다소 줄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생명보험의 변액보험과 손해보험의 질병·상해보험의 성격은 확연하게 다르지만 변액보험이 질병·상해보험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실제로 이와 같은 내용은 2008 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도 나타난다. 생명보험사 변액보험 매출은 마이너스 12.3%로 하락한 반면 2위권 4사의 장기 보험 매출은 14.4% 증가하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독립법인 대리점(GA: General Agency)의 대형화로 판매력 증가와 교차 판매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판단된다.장기 보험 신(新)계약 증가에 따른 사업비율 상승 우려도 있지만 향후 신계약 증가율이 안정될 경우 사업비율도 하향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비율이란 연간 수입 보험료 총계에 대한 연간 사업비의 비중을 나타낸 것으로 사업비에 관한 경영 효율의 판단 자료로 사용된다.둘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 후 악화됐던 제반 경제 환경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전 세계적인 경기 부양책과 양적 완화 정책으로 시장의 예상 수준을 상회하는 주요 경제지표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은 다소 성급한 예측일 수 있지만 경기가 바닥을 확인하고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서서히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코스피지수 역시 중기 저항선이라고 여겨졌던 1200대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시장 환경이 조금씩 좋아진다면 그동안 보유 자산 평가 가치 하락으로 지급 여력 비율의 감소가 불가피해 유·무상 증자나 보유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자산 확보를 고려했던 보험회사들은 증자 리스크 등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경기가 점차 회복 기조로 돌아선다면 그동안 손해보험사들의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던 선수금 환급 보증(RG),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그룹 리스크 등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셋째, 투자 영업이익이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 2008년 8월 5.25%까지 상승했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현재 2.0%로 고점 대비 무려 3.25%나 떨어진 상태다. 또한 추가 금리 인하 사이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있는 단계에 있다. 그동안 기준금리 하락으로 인해 채권과 대출의 투자이익률 감소가 불가피해 역마진 우려를 일으켰었던 저금리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판단된다.다만 경기 침체로 인한 자동차보험 시장의 신차 매출 감소와 이에 따라 손해보험 시장의 자동차보험 신계약이 줄어들고 있는 점, 그리고 삼성화재의 온라인 자동차보험 진출로 온라인 채널 확대에 따른 경쟁 심화 등은 위기 요인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들의 신차 계약 할인 경쟁으로 인한 자동차보험 신계약 증가 가능성 및 지난 2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헌 결정 등은 사고율 감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보험 업종 내 투자 유망 종목으로는 코리안리와 동부화재를 꼽을 수 있다. 코리안리는 국내의 유일한 재(再)보험사로 아시아 1위를 달리고 있는 회사다. 재보험이란 만약을 대비한 기업들이 대형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재가입하는 보험이라는 점에서 경기 침체는 코리안리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코리안리의 2008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은 경과보험료 7796억 원(플러스 17.6%), 당기순이익 312억 원(플러스 258.6%), 수정당기순이익 473억 원(플러스 89.2%)으로 추정된다. 채권 평가 이익에 따른 투자 영업이익 증가와 지난 1월에 단행된 세계 재보험 시장 특약 갱신에서 요율 인상 효과로 해외 수재(受再) 부문의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흑자 전환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실적 회복 추세에 돌입했다고 판단된다. 또한 코리안리는 자산 재평가 실시를 통해 지급 여력 비율을 165%에서 180%대까지 개선할 계획이다. 게다가 4월에 있을 국내 특약 갱신에서도 해외시장 보험료율 인상의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코리안리의 수익성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동부화재는 지난 1월 전년 동월에 비해 64.6%, 전월에 비해 2.5% 증가한 330억 원의 수정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러한 실적은 사업비율과 손해율의 하락으로 보험 영업이익이 전년 동월 대비 107억 원 개선되며 흑자 전환했고, 투자 영업이익 부문 역시 70억 원의 매도가능증권 처분 이익으로 인해 전년 동월 대비 29.1%, 전월 대비 4.9% 증가한 것이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고 판단된다.또한 손해보험사들의 신계약 증가에 따른 신계약비 이연상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동부화재는 효과적인 비용 통제로 낮은 사업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동부하이텍의 동부메탈 주식 매각이 이뤄질 경우 단기적으로 동부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점도 그동안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었던 그룹 리스크가 해소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보험주는 3월 결산 법인으로 증권주와 함께 3월 배당주다. 이 중에서 코리안리는 2008년 배당수익률이 2.6%에 달해 보험 업종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론 올해 보험회사들의 투자 영업이익은 여느 해보다 높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해만큼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최근 코스피지수는 3월 시작과 함께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보험 업종은 시장수익률을 하회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낙폭이 컸던 금융 업종에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 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완화되면서 재차 리스크 선호 현상이 나타난다면 하락 폭이 컸던 금융 업종에 주식 매수세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금융 업종 내에서도 기업 가치와 수익 가치로 주가가 차별화된다면 위에 언급했던 두 기업의 주가 상승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안동훈·흥국증권 애널리스트 ring1202@heungkuksec.co.kr©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