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워낭소리’가 관객 3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소가 나와서 열심히 일만 하는 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인데 말이다. 전혀 흥행이 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이 영화가 왜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일까. 이 영화는 우리 인간의 참다운 ‘일’, 즉 진정한 노동력의 가치란 무엇인가를 일깨워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사람이 하는 ‘일’은 에너지의 생산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사람의 에너지가 필요한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이다. 최근 세계의 두 가지 위기는 ‘에너지’와 ‘일자리’다. 그런데 각국이 추진 중인 정책을 보면 이 둘을 단지 산업화에만 맞춰서 해결하려고 한다. 미국의 ‘신아폴로 프로젝트’나 우리나라의 ‘녹색 뉴딜’의 경우 수십만 개, 아니 수백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표방하고 있지만 과연 인간의 진정한 ‘일’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은 몇 개일까.산업화의 진전과 함께 인간과 동물의 재생 가능한 에너지는 기계의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로 바뀌었다. 인간과 동물보다 더 많은 천연자원을 소모하는 기계는 생산성 향상의 구원투수로 여겨진다. 경제 정책은 산업을 확산시킬 수만 있다면 제초제는 물론 석유화학 제품, 석탄, 원유 등 모든 원료와 상품에 보조금을 지급한다.그 보조금 덕분에 식품, 에너지, 교통과 유통은 인위적으로 저렴해지게 된다. 글로벌 산업 식품은 신토불이 유기농 식품을, 자가용과 비행기 여행은 기차 여행을, 대형 마트는 재래시장을 비싸 보이게 한다. 이러한 경제적 왜곡은 사회문화적 왜곡까지 초래한다. 창의적이고 노동력의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는 인간은 무능력자로 취급받고, 창조적인 일은 시대에 뒤떨어진 작업으로 여겨진다. 공예인들은 석유화학 제품에 밀려나게 되고 소농민들은 산업화된 농업에 밀려나고 있다.그러나 생산성과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천연자원의 무분별한 개발과 과소비가 계속되고 쓰레기와 오염의 발생은 경시되며 우리의 일과 에너지는 기계에게 빼앗기고 있다. 이것은 상호 연결된 세 가지 위기를 이끌어 낸다. 천연자원의 고갈, 환경오염, 그리고 인간 공동체 문화의 파괴다.생태적 환경 측면에서 보면 기계론적 성장은 결국 물질적, 정신적 빈곤을 가져다준다. 이것을 엔트로피의 성장이라고 하는데, 즉 무(無)질서의 증가를 의미한다.그렇다면 우리는 이 엔트로피의 법칙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고 에너지와 일을 탕진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러나 놀랍게도 이 엔트로피 법칙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의 소유자가 있다. 그것은 바로 생명 시스템이다. 생명체의 살아 있는 에너지는 에너지가 흩어져 사리지고 파괴되는 것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한다.우리는 이제 인간의 진정한 노동과 생산성에 대한 가치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자체 생산하는 에너지는 영적, 문화적, 감정적, 지적, 그리고 육체적인 여러 각도의 생명 에너지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보충 가능한, 심지어 늘어나는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워낭소리’는 일과 에너지에 관한 영화다. 보통 소의 수명은 15년 정도라는데 영화 속의 소는 40년을 살아 제작 기간이 늘어났다고 한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했고 그 일은 재생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가 됐다. 생명체의 소중함에 가치를 두어 힘들고 느린 길을 택했다.다행히도 요즘 우리 한국인들도 먹는 음식에 대해 가격뿐만 아니라 원산지 안전 건강 등에 대해 관심을 점점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은 앞으로 점점 커져 갈 것이고 미래의 기후, 환경보호, 에너지 등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움직임은 우리를 농경지로 돌려보내고 일과 에너지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 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노동 행복 안전 자유, 심지어 미래의 빈곤까지 해결해 주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시발점인 것이다.‘워낭소리’는 현재 위치를 알려주어 주인이 안심할 수 있는 소의 목에 달린 방울 소리다. 우리의 현재 위치,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동력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안심할 수 있는 미래를 함께 고민해 보자. 일자리 창출에 ‘워낭소리’를 울리자.약력: 1969년생. 94년 미국 조지워싱턴대 예술학과 학사. 96년 미국 뉴욕대 석사(매체학). 동국대 박사과정 수료. 2000년 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대우 교수. 싱크로(synchro) 라이프스타일 연구소 소장(현). 2007년 인앤시스템 식문화 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