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통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임도 보고 뽕도 따고….이명박 정부의 ‘휴먼 빅딜’ 카드가 주목받고 있다. 한 장의 카드로 여러 효과를 볼 수 있는 다목적용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휴먼 빅딜이란 지난 3월 23일 대통령 소속 미래기획위원회가 발표한 중산층 육성 프로젝트의 별칭. 녹색 뉴딜이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형 사업이라면 휴먼 빅딜은 몰락해 가는 중산층을 일으켜 세우고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려 사회 중심 세력인 중산층을 육성하자는 인적 투자형 사업이다. 녹색 뉴딜과 함께 이명박 정부 국정 운영의 한쪽 축을 맡게 된 프로젝트다.휴먼 뉴딜 프로젝트가 발표되자 정치권은 무릎을 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이나 예산도 배정되지 않은 그야말로 ‘말뿐인’정책이지만 한 번에 적어도 세 가지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우선 ‘휴먼’이라는 단어가 부각되면서 ‘이명박 정권= 토목공사 정권’이라는 비판이 사그라졌다. 특히 지난 1월 초 50조 원 규모의 녹색 뉴딜 사업 계획이 발표되자 ‘건설사 출신 대통령은 역시…’라는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 휴먼 뉴딜이 발표되자 반응이 확 달라졌다.실제로 지난 3월 25일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부자정권 부자정당이 뒤늦게나마 중산층의 몰락을 우려한 것은 다행이다”고 평가했다. 참여연대도 “지난 1년간 토건 국가의 재건이라고밖에 평가할 수 없는 녹색 뉴딜에 집착해 혹독한 비난에 직면한 이명박 정부가 뒤늦게라도 사람과 미래에 투자하겠다는 전향적인 사회 정책을 밝힌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 정책이라면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던 야권에서의 반응치고는 매우 이례적이다.그뿐만 아니다. 청와대와 정부는 휴먼 뉴딜을 통해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조함으로써 성장의 결실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현 정부의 진정성을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4월 말엔 재·보선이 예정돼 있다. 휴먼 뉴딜같은 정책은 충분히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30∼40대층 젊은 유권층의 주요 관심사인 보육이나 교육 분야에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방안만 나와 준다면 여당에 불리한 선거판 분위기도 바꿀 수 있다는 성급한 얘기까지 나온다.문제는 이름값을 할 만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가 휴먼 뉴딜의 세부 사업으로 하겠다고 밝힌 것들은 △일자리 유지 노력 △주거비·교육비·의료비 등 가계부담 경감 △1인 창조 기업 창업 촉진 △공교육 경쟁력 제고 △아동·청소년 투자 확대 등이다.이 가운데 관심이 가는 부분은 역시 보육·교육·의료비 절감 대책이다. 경제 위기 속에서도 이 분야의 부담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보육 부문은 예산 투입을 통해 무료 보육 대상자를 늘리면 간단히 해결된다. 그러나 사교육비의 경우는 다르다. 등골을 휘게 하는 엄청난 부담이지만 교육열이 높은 중산층 학부모들은 경제난 속에서도 이 지출을 쉽게 줄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입시제도 개선안을 통해 사교육 없이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며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이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반응은 반신반의다. 그렇게 쉽게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라면 그동안 왜 나오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일자리 대책도 마찬가지다. 공공근로 성격의 일자리를 만들고 일자리 나누기를 지원하는 정도의 대책이 아니라 일자리를 지키고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나와 줘야 한다는 얘기다.이제 시장과 정치권의 관심은 휴먼 뉴딜이 정말 말로만 끝날지, 알맹이 있는 정책으로 성공할지에 쏠리고 있다.박수진·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