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턴어라운드하나

깊은 불황의 늪에 빠졌던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월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의 1분기 적자 폭이 전 분기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해 내로 분기 기준 ‘흑자 전환’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반도체 수탁 가공(파운드리) 업체인 동부하이텍도 창사 이후 처음으로 공장 가동률 100%에 도달했다.이유는 미국과 중국 기업들의 정보기술(IT) 제품의 재고가 소진되면서 반도체 주문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 국민에 컴퓨터 보급을 장려하고 있는 중국은 반도체 수요를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5월부터 확대하기로 한 중국의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역시 반도체 수요를 큰 폭으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휴대전화에 많이 들어가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지난해 말 1.92달러였던 16기가비트(Gb) MLC 제품의 고정 거래 가격은 최근 3.15달러까지 치솟았다.확 줄어든 업계의 공급 능력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턴어라운드에 한몫하고 있다. D램 업계 5위였던 키몬다가 파산 신청하고 대만 업계를 중심으로 감산이 확산되면서 업계의 공급 능력은 지난해에 비해 30%가량 급감했다.실제로 세계 D램 시장의 2.7%를 점유하고 있는 대만 프로모스는 최근 정부 주도의 통합 회사 설립안이 수포로 돌아가자 D램 생산 라인 가동을 중단했다.그 결과 대만 업체들의 통합 계획 무산이 발표된 지난 3월 16일 D램 현물 가격은 약 2% 가까이 올랐다. 안성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만 D램 업체들의 통합 철회가 경쟁력 없는 업체들의 파산 가능성을 높였다”며 “이로 인해 추가 감산이 이뤄지면서 D램 값은 완만한 반등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계경기가 부진하지만 계절적 성수기에 대한 기대감이 되살아나면서 현물 값은 4월부터, 고정 거래 값은 5월부터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따라서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분기 이후 50나노대 D램 공정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양사는 조만간 40나노대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삼성전자는 56나노 공정에서 44나노로 전환하고 하이닉스는 54나노에서 44나노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공정 기술이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원가 경쟁력은 30% 이상 상승한다. 업계 관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제조원가 대비 70% 언저리에 머무르고 있지만 40~50나노 첨단 공정을 중심으로 생산성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그 결과 지난해 4분기 5600억 원의 영업 적자를 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올 1분기에 적자 폭을 3000억 원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 분기에 1조451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하이닉스는 1분기 손실 폭이 5000억 원 미만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는다면 2분기 이후 신공정 기술 도입 등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로 이르면 3분기에 흑자 전환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동부하이텍 반도체 부문도 중국 정보기술(IT) 업계를 중심으로 휴대전화 카메라에 쓰이는 시모스 이미지센서(CIS), 액정표시장치(LCD)구동칩(LDI) 등의 주문이 늘면서 실적 호전 기대감이 높아졌다. 오는 9월 윈도7 출시를 앞두고 국내외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들과의 공급 계약도 크게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80% 수준에 머무르던 부천과 상우공장(충북 음성 소재)의 가동률을 이달 들어 100%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물론 최근의 가격 반등이나 수요 확대를 세계 IT 업계의 재고 보충 전략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2분기 이후 글로벌 경기가 호전될 징후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세계 IT 업계의 생산 능력이 다시 퇴조할 수밖에 없고 반도체 경기도 덩달아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또 최근 고공행진을 거듭해 온 원·달러 환율이 실적 호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점을 감안하면 향후 환율 동향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