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를 맞아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시장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이로 인해 당장의 효율과 이윤 추구라는 자기 함정에 빠진 기업도 늘어났다. 이러한 환경은 100년 이상 존속하는 장수 기업을 점차 찾아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작년 5월 한국은행은 ‘일본 기업의 장수 요인 및 시사점’ 조사 연구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100년 이상 존속한 기업을 5만여 개 보유하고 있으며 200년 이상 된 기업도 3146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는 두산(1896년)과 동화약품공업(1897년) 두 곳에 불과했다.장수 기업은 오랫동안 기업의 명맥을 이어왔다는 의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기업들의 평균수명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요즘, 100년 이상 명맥을 이어왔다는 것은 그만큼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는 의미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 최강의 기술을 구축하고, 그 덕에 세계시장에서 막대한 경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장수 기업들이 많다.그 대표적인 예로 1868년 설립된 코닝사를 들 수 있다. 평균 13년의 수명을 가지고 있는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코닝은 듀폰(1802년), 제너럴일렉트릭(1890년)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장수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2007년 매출액만 58억6000만 달러. 전 매출의 10%를 연구·개발에 쏟아 부으며 20~30년 후의 미래를 준비했기 때문에 장수 기업으로서의 명맥을 이어 올 수 있었다.일본 역시 21세기를 주도할 최첨단 소재·부품 기술을 장수 기업들이 보유하며 일본 경제의 근간을 지탱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고용의 안정, 식생활, 의류를 비롯해 일본 경제에 내외적으로 커다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이처럼 장수 기업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식경제부는 작년 8월 ‘100년 장수 기업 만들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60년 이상 된 기업과 일본의 장수 기업을 벤치마킹해 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한국형 경영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 일정과 진행 사항에 대해서는 발표된 바 없지만, 만약 이 모델이 개발돼 실행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특히 국가의 비전 및 장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면에서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책임지는 교육기관들의 장수화는 더욱 중요하다.시대가 발전하면서 초·중·고·대학교의 공교육만으로는 지식에 목말라 있는 현대인들의 열정을 충족시키기가 힘들어졌다. 자기계발을 위해 꾸준히 배움을 찾는 직장인들과 나이 지긋하신 노인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까지, 이제 교육은 공교육을 넘어 평생교육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교육은 이제 나이 제한 없이 공부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의 평생교육기관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그러나 평생교육기관의 장기 존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환경에 놓여 있다. 모든 교육의 초점이 입시에 맞춰진 우리나라의 특수성은 과도한 경쟁 심리로 인한 사교육비 향상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가계경제 악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즉, 가계경제 안정을 위해 사교육기관은 긴 안목으로 장려 및 육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닌, 민생 안정을 위한 규제 대상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앞으로의 시대는 지식 경쟁의 시대다. 글로벌 인재 확보가 곧 국력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사교육기관은 규제 대상이 아닌,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재정립이 절실하다. 장수 기업 육성을 위한 지식경제부의 야심 찬 프로젝트에 평생교육기관 육성 방법도 함께 논의되길 기대해 본다.파고다교육그룹 회장약력: 1955년생. 이화여대 졸업, 연세대 교육대학원 졸업. 숭실대 평생교육학 박사. 94년 파고다아카데미 대표이사. 파고다교육그룹 회장(현). 숭실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부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