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식시장 어디로

지난 9월 14일 미국의 2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되고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는 지난 3월 17일 베어스턴스가 JP모건에 인수된 이후 제2의 베어스턴스로 거론되던 투자은행들이다.주식시장은 리먼 사태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전 세계 주가는 2001년 9·11 테러 때와 비교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하락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의 연쇄 반응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제2의 리먼브러더스로 거론된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은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잡혔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금융시장은 아직도 심리적 공황 상태이고 제2, 제3의 리먼과 AIG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리먼과 AIG 사태를 통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과 향후 전망을 도출해 낼 수 있다.첫째, 전 세계 주식시장은 일시적인 패닉 상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서브프라임 문제가 1년 이상 지속돼 왔지만 리먼과 AIG의 비중으로 볼 때 투자자들에게 상당히 큰 심리적인 충격을 줬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마치 한국의 삼성전자가 파산하는 것과 같은 강도라고 할 수 있다.유동성 문제 해결 또한 아직은 미지수로 남았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이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인 데다 리먼, AIG 등의 거래 상대방 위험도 만만치 않다. 잠재 부실의 가능성이 시장의 우려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9월 18일 홍콩H 지수가 장중 10%에 가까운 하락을 보인 것도 중국 은행들의 리먼, AIG 관련 투자 손실 우려감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9월 15, 16일에 나타난 전 세계 증시의 폭락이 한두 차례 더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둘째, 2001년 9·11 사태 당시를 생각해 보면 이번 리먼과 AIG 파장으로 인한 주식시장 변동성은 9월 중에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2의 리먼, 제2의 AIG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가 폭락과 반등이 반복되는 시장 변동성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001년 9·11 당시 ‘지금이 기회다’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10월물 콜옵션을 매수했지만 수익을 내지 못했다. 11월물 이후 콜에 베팅한 사람들만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2001년 9월 주가 바닥은 9·11 사태 10일 뒤인 9월 21일 장중이었다.셋째, 전 세계 금융 시스템 붕괴 가능성이 언급되는 시장 분위기이지만 금융사 연쇄 파산 우려감은 AIG 문제 처리로 마무리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AIG가 금융사 위기의 마지막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제2의 베어스턴스, 제2의 리먼브러더스를 주가 추이를 통해 예상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주요 금융사들의 CDS 추이를 통해 신용 위험을 판단할 수 있지만 주가 추이를 통해서도 가능하다).리먼과 메릴린치는 이미 지난 3월 17일 베어스턴스 처리 당시에도 부도 가능성이 높았던 기업이다. 2008년 9월 15일의 주가가 서브프라임 위기 이전인 2007년 초 대비 약 70% 이상 하락한 금융사는 패니메이, 프레디맥, 씨티그룹, 워싱턴뮤추얼, AIG, 베어스턴스(3월 17일 주가),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MBIA 등 금융사 연쇄 도산 논란이 일 때마다 언급되는 기업들이다.이들 중 AIG와 워싱턴뮤추얼 등을 제외하면 모두 자구책의 자본 확충, 구제금융, 피인수, 파산 신청 등으로 시장에 악재가 노출됐거나 이러한 조치 이후에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AIG는 해결의 첫 실마리를 풀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주가가 단기적으로(대략 1주일) 급락했지만 베어스턴스나 리먼, 혹은 메릴린치처럼 심각한 부도 위험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다. 조만간 자본 확충 등의 계획안이 나올 것이고 따라서 AIG가 마지막 파산 위험 기업일 것으로 예상된다.넷째, 시장 예상보다 빠른 주가 반등 시점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융사 부실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데까지는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주가의 상승 추세로의 전환은 부실 자산의 건전화 과정 중에서 자산 상각이 정점에 다다를 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나 또 다른 금융 회사가 부실 금융사를 인수하고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고 있다. 인수자는 부실의 건전화를 가급적 올해 내에 해결하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2008년 4분기에 부실을 대부분 털고 2009년을 맞이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2009년 1월에 발표되는 미국 금융사 실적(2008년 4분기 실적)은 최악일 것이고 이 시점 이후 주가 반등이 가능할 수 있다.다섯째, 이번 리먼과 AIG 사태가 한국 주식시장의 변곡점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아직도 한국의 4분기 반등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외환 위기 당시를 생각해 보자. 1998년 6월 16일 1차 부실 은행 퇴출이 주가의 최저점을 형성했다. 약 3개월 후(9월 중반 이후) 구체적인 부실 채권 문제가 구체화되면서 주가는 상승 추세로 전환했다.리먼, AIG 사태로 인해 전 세계 경기 부양 공조화는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가능성이 희박했던 10월 금리 인하론이 시장에 거론되고 있다. 9월 말 BDI가 반등하고 10월 초에 9월 물가발표(4분기 인플레 압력 완화 기대)와 경기 부양책(주가 측면에서 최상은 금리 인하)이 나오고, 10월 중반에 S&P500 3분기 기업 이익이 2007년 4분기, 2008년 1분기, 2분기와는 다르게 바닥권을 탈출하면서 의미 있는 V자 형태가 나오면서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여섯째, 4분기 주가 반등의 예상과는 다르게 반등 시기가 2009년 초로 약 3개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미국 금융사의 2008년 4분기 실적 발표 시점 이후). 혹은 그 이후로 더 늦어질 수도 있다(최악의 경우는 2009년 3분기 이후). 어찌됐든 2009년 하반기 주가 상승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판단된다. 서브프라임 문제의 해결과 더불어 전 세계적인 경기 회복과 한국 기업의 이익 회복이 맞물릴 것이기 때문이다.삼성전자를 예로 들어보자. 삼성전자의 3분기와 4분기의 영업이익은 최근 빠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역발상을 해보면 2009년 3분기와 4분기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매우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2008년 1분기와 2분기 높은 이익 증가율과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2008년 연초 이후 5월까지 KOSPI 대비 커다란 초과 수익을 기록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정보기술(IT) 업황이 호황 사이클로 진입할 것이라고 기대될 정도였다. 이러한 상황이 2009년 하반기에 다시금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최근 들어 한국 기업의 이익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IBES 컨센서스에 따르면 2008년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5.3%까지 떨어졌다. 반면 2009년 EPS 증가율은 15.6%에 달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2008년 하반기에서 2009년 상반기까지의 이익 전망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단기 이익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함으로 인해 2009년 하반기에서 2010년 상반기의 이익 개선 정도가 커지게 된다. 이에 따라 2009년 하반기에는 주식시장에 강한 상승 모멘텀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조윤남·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 yunnamcho@daish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