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단지 된 쓰레기 매립장
쓰레기 매립장이 ‘새로운 광산’으로 부각되고 있다.인류의 오래된 ‘쓰고 버리는’ 문화의 상징인 쓰레기 매립장이 인류의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 에너지 부족을 덜 수 있는 새로운 자원의 보고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초고유가 여파로 폐플라스틱 가치가 높아지면서 쓰레기 매립장에서 부를 창출하는 재활용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의 쓰레기 매립장에서만 자원으로 쓰일 수 있는 폐플라스틱이 2억 톤에 이른다. 이를 재활용하거나 액체 연료로 바꿔 사용하면 1110억 달러가량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폐기물 재생 회사 뉴어스 솔루션즈의 피터 밀즈는 “유가가 오르면 원유가 주원료인 상품 가격도 일제히 오른다”며 “플라스틱도 석유가 주원료이기 때문에 틀림없이 가격이 오르게 돼 있다”고 말했다.영국의 폐기물 처리 전문가인 피터 존스는 “2020년쯤엔 지구촌 인구가 90억 명으로 불어나면서 석유 수요가 늘어 유가는 오르는 가운데 석유 매장량이 한정된 리비아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공급 문제가 불거져 세계가 ‘에너지 기아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쓰레기 매립장을 에너지원으로 만드는 것은 인류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고 지적했다.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폐기물 전문가들은 매립장에서 플라스틱이나 고철 유리 등의 쓰레기 자원을 골라내 재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고품질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가격은 1년 전 톤당 100파운드에서 현재는 톤당 370~560달러로 급등했다.영국에선 이미 폐플라스틱으로 식료품 포장에 쓰이는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있다. 독일 오스트리아 멕시코 스위스 미국 등에도 이런 재활용 공장들이 퍼져 있다. 쓰레기 더미 속에 가스 추출공을 심어 가스를 추출, 가정이나 산업용 연료로 쓰는 기술도 활성화돼 있다.국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구상에 쏟아지는 가정 폐기물은 2005년 16억 톤에서 2030년께엔 30억 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폐기물 재활용 회사인 오차드 엔바이론먼트의 스티브 왓모어는 “수십 년간 인류는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매립해 왔기 때문에 매립장이 새로운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며 “쓰레기 더미에서 가치를 만드는 매립장 광산이 충분한 가능성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 남아메리카에서 종종 노숙자들이 매립장의 쓰레기를 수집해 파는 모습에서 매립지 광산의 수익성을 입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스웨덴 카마르대 환경복구기술학과 윌리엄 호그랜드 교수는 “1950년대 이스라엘에서 부식물이 가득했던 쓰레기장이 재활용돼 과수원에 비옥한 토양을 제공한 사례가 있다”고 들려줬다.폐기물 전문가들은 모든 폐기물 처리장이 같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서로 다른 지역은 각각의 잠재성을 지니고 개별 국가나 지역의 쓰레기는 문화나 역사 기후 등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지닌다는 것이다.예컨대 스웨덴 매립장은 1960년대 이후 많은 건축 폐기물이 쌓였는데 그 시기에 건설 붐이 한창 불었기 때문이란 것이다. 영국의 어떤 매립장엔 밀도가 아주 높은 알루미늄 구리 고철 등이 많은데 이런 고철들은 오늘날 중국에서 상당한 수요가 있어 시장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영국의 쓰레기 매립장 관리자인 다우 씨는 재활용 플라스틱의 가치가 입증된 가운데서도 늘어나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놀랍다는 표정이다. 그는 “이 쓰레기 매립장에 돈이 깔려 있는 셈”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매주 수십 톤의 폐플라스틱이 쏟아져 나온다”고 지적했다.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의 230여 개 생활쓰레기 매립장 중 절반 이상이 앞으로 5년 내에 문을 닫게 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쓰레기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에서도 마구잡이로 매립되는 기존 쓰레기 매립 시스템을 바꿔 재활용이 가능한 물질을 선별하고 적극 재활용에 나서야 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유병연·한국경제 기자 yooby@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