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 출범 6개월

벤처기업 A사 관계자는 최근 서울 서소문 사거리 임광빌딩에 있는 국민권익위원회(국민권익위·위원장 양건)를 찾아갔다. 기술보증기금의 자금을 대출받아 활용하던 중 만기가 됐지만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당장 갚을 길이 없어 상환을 연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였다.중소업체 B사는 공공 기관 입찰 때 최근 공사 시행 실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신생 업체의 참여를 제한하는 행위라며 이 위원회에 실적 증빙서류 제출 철폐를 요청했다.자영업자 C 씨는 프랜차이즈 가맹업소 개설을 준비 중인데 프랜차이즈 본사가 점포 설비비 등을 지나치게 많이 요구한다며 이를 바로잡아 줄 것을 국민권익위에 요구했다.국민권익위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거나 억울한 일을 당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위원회는 국가청렴위원회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행정심판위원회가 통합돼 지난 2월 말 출범한 조직이다. 국민들이 겪는 고충이나 부정부패 행정심판 상담 등을 담당하고 있는데 요즘에는 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버팀목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국민권익위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는 중소기업, 그중에서도 특히 소기업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부터 6월 말까지 ‘인터넷 국민신문고 공모제안’을 통해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애로를 청취했고 이에 대한 처리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경제 살리기 시책을 국민 권익 옹호 차원에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국민권익위 김덕만 대변인은 “서민 경제의 주체이면서 그동안 정부의 지원과 정책 과정에 소외돼 온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함으로써 서민 체감 경제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이 기간에 무려 1000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됐다. 그동안 억눌렸던 소기업 자영업자의 애로 사항이 봇물 터지듯 밀려든 것이다. 모두 1013건이 접수됐는데 고충 민원이 578건(57%), 정책 및 제도 개선 제안이 435건(43%)이었다.이 중 80.3%에 해당하는 813건을 처리했고 200건(19.7%)은 처리 중이다. 민원인들의 요구 내용 중에는 영세 화물차주에게 부담만 주는 차고지증명제도 개선, 교통 소통에 지장이 없는 지역에 무인 단속 카메라 설치로 인한 피해, 지방산업단지 입주 업종 규제 완화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다.국민권익위는 벤처기업 A사에 대해선 중재에 나섰다. 이에 따라 기술보증기금은 해당 기업의 재정 상태와 특허 기술 등을 검토해 올 12월 말까지 상환을 연장해 주기로 이 업체와 합의했다.중소업체 B사의 건의와 관련, 신생 업체에 대해선 일정 기간 실적 증빙 제출을 없애거나 완화해 주는 방안, 입찰 보증금을 완화하는 방안을 관련 기관에 요청하기로 했다.자영업자 C 씨의 요청에 대해선 가맹 사업자와 계약자 간의 공정한 계약을 위한 외식업 프랜차이즈 표준 약관이 마련돼 있으나 시설비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점을 감안, 가맹본부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과다한 인테리어 비용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표준 약관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이같이 고충 처리에 나서자 이 위원회에는 감사 편지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원주민들이 이주한 2단지 이주자 택지 내에 있는 116개 자영업체들은 이 지역의 유동 인구가 적어 고사 직전에 있다며 삼성반도체 후문을 개설해 줄 것을 요구했었다. 국민권익위가 현지 조사반 3명을 투입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 후문을 개방해 상권 활성화에 도움을 주자 감사 편지를 보내왔다.택시미터 수리 검정 영업을 하려는 K 씨는 여러 가지 건축 규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해 이 민원이 해결되자 역시 편지로 감사의 뜻을 전해 왔다.그러나 이렇게 민원이 폭주하자 국민권익위의 고충도 생기고 있다. 이 위원회 관계자는 “아무리 국민 권익을 옹호한다고 해도 사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단순한 사안이 너무 많고 이에 대해 조속히 회신해야 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업무 부담도 급증하고 있어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