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세이(9)-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

얼마 전 창업자 교육을 하는데 수강생 한 명이 질문을 했다. “장사하면서 초기 홍보에 실패해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어요. 초기 홍보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나는 “개업 홍보 트렌드가 좀 바뀌었다”고 답하면서 효과적인 방법 몇 가지를 소개했다. 그리고 덧붙인 말이 있다. “홍보는 개업할 때만 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 번 하고 홍보 효과가 없다며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은 지속적으로 홍보했을 때의 누적 효과는 무시하는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눈앞의 것만 봅니다. 보이지 않는 가치까지 가늠하고 장기적인 시각을 갖기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세상에는 단기적으로 이뤄지는 게 별로 많지 않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오래 버티는 법이지요.”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단기적인 사고방식이 만연해 있다. 급히 처리하고, 급히 성과를 봐야 하고, 안 되면 빨리 접어야 하고, 후다닥 흉내 내서 시행하고…. ‘빨리빨리 병’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사고가 만연하는 곳에서는 열정을 찾을 수 없다. 모두가 유행 따라 움직인다면 슈퍼스타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한국 자영업자들의 사업 연한이 2~3년이라는 것도 바로 그런 시각에서 비롯된다. 외식업의 경우 10년 이상 운영한 사업체 비율이 전체의 7% 남짓이며, 서비스업은 14% 남짓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명은 서울 지역이 4~5년, 지방은 2년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본사의 수명이 이럴진대 가맹점 수명은 오죽하겠는가.프랜차이즈 산업이 우리보다 먼저 시작되고 발달된 선진국에선 지금도 여전히 프랜차이즈 산업이 일반 경제 성장률보다 높은 성장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지만 공통적으로 느끼는 애로점이 있다. 바로 신규 가맹점을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최근 들어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신규 가맹점 발굴에 애를 태우고 있다. 이 경우 대부분 제2, 제3의 브랜드를 개발해 신규 창업자를 모집한다. 기존 브랜드에서는 적어도 50~60개, 많게는 200~300개까지 가맹점을 모집했던 업체들인 경우가 많다.요즘은 고객을 단기 가치가 아닌 ‘생애 가치’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본사 중에는 아직도 고객을 계약 기간 동안의 가치, 즉 2~3년짜리로 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신규 가맹 계약이 되는 것 외에는 가치를 두지 않는 듯 슈퍼바이저나 가맹점 관리 지원, 마케팅 및 연구·개발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하지만 본부들이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신규 창업자가 언제까지나 무한정 공급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게임 이론에 따르면 처음에는 상대를 속여 이득을 취할 수 있지만 한 번 속임수를 당한 사람은 다시는 속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결국 상대방과 신뢰를 지키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라는 결론이 나온다.현재 가맹 점포 수는 약 28만 개에 달한다. 업종 수명을 평균 3~4년이라고 가정하고 이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2~3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경험해 봤다고 한다면 200만 자영업자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거래를 해봤겠는가. 한번 본사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자신들이 체험했던 불쾌한 상황을 회피하려고 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후 쏟아져 나온 화이트칼라나 청년 창업자들 중에는 프랜차이즈를 경험한 후 작지만 강한 개인 독립 점포로 돌아서는 비율도 높아질 것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요소는 가맹점주와의 장기 거래다. 외국에서는 본부·가맹점과의 재계약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고 업체들도 관심을 많이 갖는데 우리는 그런 면에 다소 소홀한 편이다.다행히 공정거래위원회가 부실 가맹점 추방에 나서고 있고 다른 한편 지식경제부는 우수한 프랜차이즈 육성 지원 정책을 적극 펴고 있다. 이제 프랜차이즈 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장기적인 마인드다. 장기 마인드를 갖기 위해서는 기업 윤리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 게임 이론이 보여주듯이 수익만 좇아서는 결코 장기 성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흔히 경영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수익, 이익 추구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경영의 목적은 지속성이다.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 그로 인해 누적 이득을 얻느냐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특히 최근 들어 서비스업이 진전되면서 기업의 성공에서 지식과 경험은 창의력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지식과 경험은 하루아침에 축적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기술의 S곡선이 보여주듯이 지식과 경험을 후발 업체가 손쉽게 적용했을 때 선발 업체들이 다소 불리함을 당하기는 하지만 남의 것을 벤치마킹한 업체와 직접 체험하고 경험한 회사의 저력은 다를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장비가 아닌 사람이 경쟁력인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혹자는 빛의 속도로 변하는 디지털 사회에서 ‘길게 길게’를 외친다면 실패하기 십상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의 변화를 보면 ‘겉’이 변하는 것이지 기본적인 진리와 가치는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다. 짧게 보는 것을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력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길게 보고 변화에 대처하는 순발력과 융통성이 필요하다. 요즘 세상처럼 변화가 극심한 때일수록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가치’가 필요한 법이다. 가맹 계약은 반드시 서면으로 체결해야 한다.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구두로도 계약 체결이 가능하지만 가맹사업법은 서면계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가맹 계약은 대부분 가맹본부가 작성한 약관에 의해 체결되기 때문에 약관 작성자인 가맹본부에 유리한 내용으로 작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한 내용의 가맹 계약이 통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가맹사업 거래에서 표준이 되는 가맹계약서의 작성 및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가맹계약서는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업자 간의 기본적인 권리관계와 사업에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중요한 문서이기 때문에 가맹 희망자는 계약 체결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그 내용을 꼼꼼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런데 거래 관행은 가맹 희망자가 약관을 꼼꼼하게 검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고 있지 않다. 계약 체결 시 계약서를 교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계약의 내용을 검토하는 것은 당사자의 기본적인 주의 의무이지만 세세하고 많은 내용의 계약서 내용을 짧은 시간에 검토한다는 것은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어려운 일이다.이에 따라 가맹사업법은 가맹 희망자로 하여금 계약서를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가맹본부에 계약서 사전 교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즉, 가맹본부는 가맹 희망자가 가맹 계약의 내용을 미리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맹 계약의 체결일이나 가맹금 최초 수령일(만일 가맹 희망자가 예치 기관에 예치 가맹금을 예치하는 경우에는 최초로 예치한 날) 중 이른 날 이전에 가맹 희망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법 제11조 제1항). 예컨대 8월 20일 계약금으로 가맹금의 일부를 지급하고 8월 23일에 가맹 계약을 체결했다면 가맹본부는 8월 19일에 미리 가맹 계약서를 교부해야 한다. 만일 가맹본부가 이를 위반해 가맹 계약을 체결했다면 공정위로부터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을 수 있다(법 제33조 제1항, 제35조).업계에서는 거래 현실을 도외시한 비현실적인 규정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그러한 거래 현실로 인해 가맹 희망자나 가맹점 사업자의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도입된 제도인 만큼 반드시 계약 체결일 전에 계약서를 교부해 가맹 희망자로 하여금 신중하게 계약 내용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에 가맹 사업의 거래가 종료된 날로부터 3년간 보관하도록 하고 있으며(법 제11조 제3항), 이를 위반한 사업자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가맹본부는 가맹계약서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이경희·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okceo@changup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