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 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조기에 종결한다는 방침을 알리면서 상당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국내 주식 펀드는 보유한 주식의 시세 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원래 오랫동안 해외 펀드의 시세 차익에 대해서는 과세를 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007년 6월부터 국내 주식 펀드와 동일하게 해외 투자 펀드에 대해서도 주식 시세 차익에 대한 비과세를 2009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했다. 해외 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국내에 흘러넘치는 달러를 해외로 유도해 환율 하락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갑자기 이뤄졌다.최근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면서 환율 정책을 변경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외 펀드가 애당초 정부의 정책 목표와 달리 단기적인 외채를 증가시키고 환율 교란의 원인이 됐다는 이유로 비과세 혜택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정부의 외환 정책이 이런 식으로 혼란스럽게 이뤄지면서 진작 국민들의 고통은 커져가고 있다. 작년 해외 펀드의 비과세 혜택이 발표되자 수십조 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이 해외 펀드로 몰려들었다. 물론 때마침 중국 인도 브릭스와 같은 이머징 마켓의 주식 수익률이 매우 좋았기 때문에 자금이 몰려든 측면도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들은 역사상 최초로 해외 증시에 무려 61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하게 됐다.하지만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이뤄진 위험이 높은 지역이나 국가에 대한 해외 투자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 해외 주식 펀드는 올해 평균 20%에 달하는 손실을 봤으며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중국 펀드의 경우 지난 11월 이후 40% 가까운 손실을 보고 있다. 결국 정부의 단기적인 정책으로 국민들이 대규모 손실을 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해외 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없애겠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 거의 모든 펀드가 손실을 보고 있는 마당에 투자 이익에 대해 과세하겠다고 해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 회사들을 믿고 투자에 나선 소시민들이 느끼는 분노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해외 펀드를 둘러싼 우리의 시행착오는 많은 반성을 하게 만들고 있다.첫째, 과거 수익률만 제시하면서 자극적인 마케팅을 하는 펀드 판매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펀드 판매액의 증대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고수익률 펀드를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만들고 세계적으로 주식의 변동성이 가장 높은 이머징마켓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유발하게 됐다.둘째, 우리 국민들의 투자 자세에서 엿보이는 많은 문제점이 아직도 개선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야 높은 수익률을 보면서 비로소 투자를 시작하는 고질적인 자세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투자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분산 투자, 장기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무작정 단기 투자하는 모습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셋째, 정부 역시 일관성이 부족한 정책을 무책임하게 구사하면서 많은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가계 자금이 움직이는 정책을 그렇게 가볍게 구사할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해진다.이제부터라도 해외 투자에 대한 정책을 개선하자. 선진국에서는 펀드 투자 자금의 과반수가 노후 자금용이다. 우리의 노후 준비 장치는 지나치게 허술하므로 먼저 연금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국민들의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제도를 좀 더 확충하고 합리적으로 변경해 주식에 제대로 투자할 수 있는 토대를 먼저 마련하자.약력: 1961년 부산 출생. 87년 연세대 학사, 석사. 94년 연세대 경영학 박사. 97년 투자신탁협회 기획팀장, 선임연구원. 99년 한국펀드평가 대표이사. 2008년 한국펀드연구소 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