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소외자 지원 대책 ‘선심성 논란’

정부가 7000억 원을 투입해 기초생활대상자와 3000만 원 이하의 대출을 받은 서민들의 연체이자를 전액 탕감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융 소외자 지원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생계가 곤란한 서민들을 돕겠다는 취지이지만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지난 7월 24일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제도권 금융 회사와 대부 업체의 3000만 원 이하, 3개월 이상 연체자(작년 말 기준)에 대해 이자를 전액 탕감하고 원금은 최장 8년 이내에 장기 분할 상환하도록 하겠다고 보고했다. 또 원금을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채무를 재조정하고 금리가 30% 이상인 3000만 원 이하 정상 상환자 중 신용등급 7~10등급자에 대해서는 부분 보증을 제공해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금융위는 올해 2000억 원을 투입해 46만 명을 지원하고 내년에는 5000억 원을 추가 투입해 모두 72만 명에 대해 채무 재조정과 환승 론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초생활수급자를 1순위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자격 심사를 거쳐 재산이 없고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자활 의지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할 예정이다.이번 대책 시행에 필요한 재원은 부실 채권 정리 기금의 금융 회사 배분금 중 원금을 제외한 잉여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신용회복기금이 설치되기 전인 올해는 자산관리공사 자체 자금 2000억 원을 대여 형태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금융위는 이와 함께 금융 소외자 종합 자활 지원 네트워크를 올해 하반기에 구축하기 시작해 내년 중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금융 시스템 안에서 과거 연체 채무 조정을 위주로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채무 조정, 자활 능력 개발, 취업 및 창업 지원, 복지 지원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금융위는 이번 종합 대책과 관련해 콜센터(1577-9449)도 운영한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종합 대책이 금융 소외자들을 지원한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공공적 성격의 자금으로 이자를 탕감해 주고 금리를 낮춰주는 것이어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번 이자를 탕감해 주면 앞으로도 계속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빚 탕감을 기대해 이자를 아예 갚지 않겠다고 나서는 서민들이 늘어나는 등 연체 가능성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 있고 이에 따라 금융 회사들이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에 대한 소액 신용 대출을 꺼리게 되는 역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형평성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영세 중소기업 등 어려운 곳은 한둘이 아니데 개인 대출 연체자만 지원해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발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또 금융위는 3000만 원 이하이며 작년 말 기준으로 3개월 이상 연체자에 대해서만 지원한다는 방침인데, 이럴 경우 작년 2월 이후부터 연체한 사람들은 지원 대상에서 빠지는 문제가 생긴다.신용 불량자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상태에서 이 같은 대책이 나온 것은 경기 악화에 따른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