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짜는 포트폴리오

최근 들려오는 소식들 모두가 하나같이 부정적인 것들뿐이다. 이 때문에 개인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커져가고 있는 시장의 불확실성만큼 자산 운용의 방향을 잡지 못한 채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 실제 갈 곳을 잃은 시중 자금들이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려들며 이번 달 들어 MMF 시장 규모가 80조 원을 넘어서는 것도 이 같은 사실을 방증해 주고 있다.개인은 분명 시장을 주도하는 세력일 수 없다. 이 때문에 지금과 같이 변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져 있는 상황일수록 수익보다는 위험 관리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향후 예측 가능한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탕으로 위험을 낮추기 위한 투자 자산별 자산 배분 전략을 생각해 보도록 하자.현재의 금융시장 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미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는 비단 미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하나의 큰 흐름이다. 특히 한국 부동산 시장의 자산 버블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하반기 이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리 인상은 과도한 대출을 통해 형성된 부동산 자산 버블의 붕괴 시기를 보다 앞당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따라서 실제 이 같은 위험의 현실화 여부를 떠나 위험의 관리 측면에서 본다면 총자산에서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으며, 특히 적정 수준을 넘어선 대출이 있다면 자산의 매각을 통해서라도 일부를 상환해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비용 증가라는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채권의 경우 금리와는 반대로 움직이는 특성상 향후 금리 인상은 채권 가격의 하락으로 연결될 것이다. 따라서 만기 보유 전략을 세운 투자자라면 상관없겠지만 단기 투자를 통한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자라면 지금 시점에서 채권시장의 신규 투자는 당분간 보류할 필요가 있다. 이미 시장에 참가한 투자자 중 단기간에 현금화를 할 필요가 있다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처분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전환되며 개인의 금융자산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된 주식의 경우 시장의 흐름에 따라 어느 정도의 포트폴리오 조정은 필요할 수 있겠으나 지나치게 시장에 휘둘리며 단기적인 매매 전략을 세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라서 전략적 자산 배분이라는 큰 틀에서 주식 투자를 지속하되 전체적인 비중과 유형별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전략이 바람직할 듯하다.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주택저당증권(MBS)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국가들은 북미 지역이다. 그 다음이 바로 아시아 국가들이며 상대적으로 유럽은 그 비중이 낮은 상황이다. 현재의 금융 위기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안전 자산 선호 현상에 따라 글로벌 금융자산들은 위험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의 주식을 처분하고 보다 안정적인 유럽 시장의 자산 비중을 높이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개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시장에 맞서기보다는 이 같은 시장의 흐름에 맞춰 자신의 자산을 배분해가는 것이 위험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시아 이머징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주식형 펀드의 비중을 낮추고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시장의 비중을 높여 나가는 방향으로의 펀드 포트폴리오 변경이 필요한 시점이다.마지막으로 원자재 등 실물 자산의 경우 현재의 가격 폭등은 단순히 달러 가치 하락과 중국을 위시한 신흥 개도국의 경제 성장에 따른 수요의 증가로만 설명하기에는 그 상승세가 지나친 것이 사실이다. 이는 국제 투기 세력이 개입해 실물 자산의 버블을 키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과거 부동산 시장이나 주식시장에서와 같이 투기 세력의 차익 실현으로 인한 ‘자산 버블의 붕괴’라는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당장 가격이 오른다고 목돈을 투자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한만형·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hjacob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