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심상치 않다.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고 실질소득이 감소해 그렇지 않아도 가라앉고 있는 내수 경기가 더욱 침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원유 수입 대금이 늘어나면서 경상수지 적자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러한 어려운 상황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그 이유는 첫째, 물가 상승과 경상수지 악화라는 딜레마에 빠진 경제를 구할 수 있는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가 이렇게 딜레마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국제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물가를 낮추는 방법은 환율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환율을 내리면 수출이 줄어들면서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확대된다.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확대되는 경우 국가 신뢰도가 하락해 해외에서 자금을 차입하기 어렵게 돼 외환위기를 당할 수 있다. 반면에 경상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고환율 정책을 사용할 경우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내수 경기가 침체된다.이렇게 문제가 되고 있는 국제 유가는 앞으로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돼 딜레마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과 같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환율을 낮출 경우 경상수지 적자 규모 또한 더욱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가 예상하는 우리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으로 큰 문제가 없으나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오르게 되면 GDP의 3%까지 적자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 GDP의 4%에서 우리가 외환위기를 당했던 것을 상기하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우리 경제가 우려되는 또 다른 이유는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와 국민의 자세 때문이다. 외부 여건이 지금과 같이 어려운 상황이라도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힘을 합치면 외환위기를 극복한 것과 같이 비록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하더라도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로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있다. 정부 또한 지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대운하 문제와 같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한·미 FTA나 대운하 문제가 비록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지 몰라도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물가 상승과 내수 경기 침체, 그리고 경상수지 적자 규모의 확대보다 시급한 사안은 아니다.국제 유가의 상승 여부에 따라 더욱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까지 갈 수 있는 우리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정책 당국 간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모든 정책 수립에 있어 독단적인 자세를 버리고 국민들과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국민들의 협조와 지지를 얻어내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들의 협조 없이는 정책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747(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 강국)과 같은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는 장밋빛 전망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기보다는 지금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솔직히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국민들의 협조를 구하도록 해야 한다.실제로 국제 경제 환경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7% 성장이라는 목표는 선거 공약으로는 가능하지만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달성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을 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도한 성장률로 국민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되면 국민들의 기대가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가 무너질 때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정부 경제 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정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경제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갖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지금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인식시켜 국민들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딜레마에 빠진 우리 경제를 구할 수 있는 해법이기 때문이다.김정식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약력: 1953년생. 연세대 경제학과 학사, 석사. 미국 클레아몬트 대 경제학 박사. 1995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현). 2002년 미국 하버드대 객원교수. 한국은행 국제국 외환환율 자문교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