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경제 시대 핵 풍력발전
‘환경 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장은 “풍력 에너지가 미래형 에너지원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6월 9일 기후변화센터와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강연을 통해 “성능 좋은 풍력발전 터빈 한 대가 유전 한 개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며 “현재 전 세계에 10만 대 정도 설치돼 있는 풍력 터빈을 150만 대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그의 말처럼 최근 풍력발전은 ‘탄소 경제’에 걸맞은 대체에너지로 부각되며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풍력위원회(GWEC)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이후 신규 풍력발전 용량은 연평균 36%의 성장을 해왔다. 1995년부터 2004년의 연평균 성장률 23%보다 무려 1.6배다 증가한 수치다. 그 결과 총발전 용량은 2006년 기준 74.2GW에 이르렀다. 조용권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풍력발전 능력은 계속 늘어나 2010년 150GW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실제로 유럽은 202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12%를 풍력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역시 2010년 풍력 설치 목표였던 5GW를 지난해 말에 이미 달성하고 2010년까지 10~12GW를 추가 설치한다는 새 계획을 세웠다.이에 따라 풍력발전 설비 시장 역시 2005년 140억 달러에서 2006년 230억 달러로 64.3%나 성장했다. 또 2005년 이후의 급격한 수요 증가로 풍력발전기 가격도 크게 뛰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풍력발전 설비 시장이 2010년까지 390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이처럼 풍력발전이 여러 대체에너지 가운데서도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유는 발전 단가가 싸기 때문이다. 육상 풍력발전의 발전 단가는 현재 MWh당 54유로 수준으로 MWh당 60유로인 석탄화력발전보다 싸다. 태양광발전은 MWh당 265유로나 된다. 앞으로 기술의 발전에 의해 단가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아울러 풍력발전의 경우 발전 소요 면적도 다른 발전 기술에 비해 적다. 풍력은 1335㎡/GWh인 반면 석탄은 3642㎡/GWh, 태양광은 3237㎡/GWh나 된다. 여기에 풍력발전으로 얻는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판매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현재 세계 풍력발전 시장은 발전 용량 기준(2006년)으로 독일(2만622MW) 스페인(1만1615MW) 미국(1만603MW) 인도(6270MW) 덴마크(3136MW) 중국(2604MW) 이탈리아(2123MW) 영국(1963MW) 포르투갈(1716MW) 프랑스(1567MW)의 상위 10개국이 전체 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다.업체들 역시 베스타스(덴마크) GE(미국) 에너콘(독일) 가메사(스페인) 수즈론(인도) 지멘스(독일) 등 상위 6개 업체가 세계 시장의 86%를 휩쓸며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하지만 아직 국내 풍력발전 산업은 초기 단계다. 2006년 기준 국내 풍력발전은 전체 발전 용량의 0.3%에 불과하다. 또 풍력발전기의 국산화가 늦어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풍력발전기는 97%가 수입 설비로, 이 중 베스타스 제품이 무려 80%를 차지한다.하지만 5~6년 전부터 시작된 기업들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 시작하면서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곤 완벽한 풍력발전 시스템을 제작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유니슨, 효성 등이 최근 750kW급에서부터 2MW급 풍력발전기를 개발 완료하고 상업용 납품까지 시작한 것이다.국내 대표적 풍력발전 기업인 유니슨은 지난달 말 자체 개발한 750kW급 풍력발전기 1기를 한국수력원자력 고리 원자력발전단지 내에 설치, 본격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유니슨 관계자는 “풍력발전기의 핵심 기술인 증속기, 블레이드(날개)에서부터 발전 시스템, 제어 시스템 등을 모두 자체 기술로 개발해 2000억~3000억 원 규모의 수입 대체 효과가 있다”며 “아시아, 동유럽, 중남미 등 신흥 풍력발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니슨은 또 2MW급 기어드 타입의 풍력발전기 개발도 완료한 상태다.효성도 지난해 750kW와 2MW급 풍력발전기 개발을 완료하고 작년 말부터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효성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풍력발전기 개발을 추진, 주요 기기인 증속기, 발전기, 제어기, 타워 등의 제품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효성은 이를 바탕으로 향후 3MW급 해상 풍력 터빈, 수출용 모델 등을 개발해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호주 미국 등으로 수출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이 밖에 한진산업이 1.5MW급 풍력발전기 개발을 완료해 제주도에서 가동 중이며 두산중공업이 정부 과제로 3MW급 풍력발전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하지만 국내 업체가 만드는 풍력 발전기는 세계 주력 제품의 성능과 규모에 비하면 경쟁력이 처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반면 국내 주요 풍력발전 부품 및 기자재 생산 업체인 동국S&C, 평산, 태웅, 용현BM 등은 약 1조 원 규모의 세계 풍력용 단조 부품 시장의 15%가량을 점유할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동국S&C는 세계 1위의 풍력발전용 윈드타워 업체다. 이 회사는 철강 후판 소재를 사용해 풍력발전기 지지 타워를 제조하고 있는 기업으로, 올해 예상 실적은 전년 대비 매출액 108% 증가한 3018억 원, 영업이익은 132% 증가한 39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글로벌 기업인 GE가 최대 거래처로 미국 서부지역에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 5월부터는 일본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풍력발전기의 핵심 부품인 메인샤프트, 타워 플렌지 등을 만드는 평산과 태웅 등의 단조 업체도 매출이 크게 늘었다. 신한FSB연구소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선박 엔진용 단조품 제조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데다 조선업 호황으로 설비 증설이 이뤄진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평산은 4월 세계 시장점유율 7위의 독일 풍력발전 부품용 기어박스 제조업체를 인수했다. 회사 측은 “풍력발전기의 핵심 부품인 기어 박스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핵심 부품 생산으로 기존 제품군과의 큰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태웅은 풍력과 원자력, 플랜트 등의 매출 비중을 87%까지 끌어올리며 세계 최대의 발전 및 플랜트용 단조 부품 회사로 거듭났다.제철사들 역시 발전기 부품의 재료가 되는 단조용 강괴 생산에 추가 투자를 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해 380억 원을 투자해 연산 22만 톤 규모에서 42만 톤 규모로 설비를 증설할 예정이다. 한국철강도 2000억 원을 투자해 단조공장과 단강공장을 건설할 방침이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