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vs 매케인 관전 포인트

제44대 미국 대통령을 뽑기 위한 구도가 결정됐다. 집권당인 공화당에선 올해 71세의 ‘컴백 키드’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나선다. 민주당에선 46세인 ‘변화의 아이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최종 확정됐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는 사상 최초의 ‘흑백 대결’ 구도로 치러진다. 매케인이 승리하면 ‘사상 최고령 대통령’으로, 오바마가 승리하면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각각 기록되게 됐다. 그만큼 역사성을 띤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이뿐만 아니다. 두 사람은 나이만큼이나 성향과 철학 정책이 상이하다. 매케인은 조지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계승한다. 반면 오바마는 ‘변화’를 내세우며 부시 행정부 정책의 전면 수정을 주장하고 있다.현재로선 오바마가 유리한 국면이다. 부시 행정부의 8년 집권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가 많아 ‘변화’의 요구가 거세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도 오바마는 매케인에 앞서나가고 있다.그러나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이번 선거가 ‘흑백 대결’에다 ‘세대 대결’의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판도는 팽팽하게 전개될 전망이다.전문가들은 결국 상대적 취약 계층을 누가 더 많이 끌어 들이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무당파 중도층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도 이런 관점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이번 대선의 첫 번째 변수는 뭐니 뭐니 해도 ‘흑백 대결’이다. 오바마는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흑인 혼혈이다. 흑인이 민주 공화당 등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는 오바마가 처음이다. 이에 맞서는 매케인은 전통 백인 집안 출신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해군 장군 출신인 군인 집안에서 태어난 만큼 전통 백인의 피를 간직하고 있다.오바마는 흑인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90% 이상이 오바마에게 지지를 보낼 정도다. 반면 매케인은 보수주의자의 절대 다수를 이루는 백인들이 절대적인 지지 기반이다.이번 대선이 세대 대결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변수다. 매케인과 오바마의 나이 차이는 스물다섯 살이나 된다. 한 세대 차이다. 나이만큼이나 이들의 사고방식도 천양지차다. 매케인은 사회 정책에서는 다소 진보적이긴 하다.오바마는 ‘변화’를 모토로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비록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의 ‘바꿔 보자’는 호소는 젊은 백인들의 마음을 오바마 쪽으로 옮겨가게 만든 동력이 됐다. 대졸 이상의 고학력 백인과 젊은 세대 등에서 오바마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두 사람은 피부와 나이가 다른 만큼이나 정책도 다르다. 당장 대외 정책이 그렇다. 매케인은 원칙적인 대외 정책을 강조한다. 이란 핵 문제와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도 ‘타협은 없다’는 입장이다. 오바마는 이에 맞서는 이란과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아무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밝히며 실용주의적인 대외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경제 정책에서도 두 사람은 많은 차이가 난다. 매케인은 부시 대통령의 감세 정책을 지지한다. 감세의 영구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감세를 통해 일자리를 늘림으로써 성장을 촉진한다는 ‘공급 위주의 경제’에 방점을 두고 있다. 반면 오바마는 부자들에게는 세금을 더 부과해 이를 상대적으로 못사는 계층에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상 정책도 마찬가지다. 매케인이 자유무역주의를 선호하는 반면 오바마는 보호무역에 무게를 두고 있다.5개월간의 민주당 경선을 거치면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무당파로 불리는 중도파의 부상이다. 이들은 민주당이나 공화당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으면서도 나름대로 상당한 압력 계층을 형성하고 있다.중도파의 역할이 커질수록 중요해지는 게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다. 대선 후보가 갖지 못한 점을 보완해 줄 수 있어 지지층의 결속을 더욱 강화하는 반면 중도파를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오바마로선 흑인, 일천한 경험 등을 보완해 줄 사람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할게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역시 힐러리 클린턴이다. 힐러리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될 경우 백인과 여성 표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드림 티켓’으로 불린다.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도 강력한 후보다. 전통 백인 출신인 만큼 흑백 대결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의 ‘피부 빛깔’을 보완해 줄 강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캐슬린 시벨리우스 캔자스 주지사도 강력한 후보다. 공화당의 표밭으로 여겨지는 캔자스에서 연임에 성공한 만큼 현실적인 표를 불리는데 많은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매케인의 러닝메이트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사람은 콘돌리자 라이스 현 국무장관이다. 흑인 여성인데다 미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어 오바마에 맞설 카드라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카드로 꼽힌다. 만일 오바마 진영에서 ‘오바마-힐러리 카드’를 내밀 경우 ‘매케인-라이스 카드’가 형성될 가능성도 높다.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유력한 후보다. 그의 자금 동원력과 상당한 지지세는 예선에서 증명됐다. 보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오바마에 맞설 카드라는 점에서 검토되고 있다. 인도계인 진달 주지사는 37세로, 오바마가 지닌 패기 및 개혁적 이미지를 물타기할 수 있는 ‘대항마’로 꼽힌다.찰리 크리스트 플로리다 주지사는 미국 대선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인 플로리다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카드로 꼽히고 있다. 팀 폴렌티 미네소타 주지사, 존 순 사우스다코타 상원의원, 오하이오 주연방 하원의원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지낸 롭 포트먼 전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이 자천타천으로 거명되고 있다.미 대선은 직선제가 아닌 간선제로 치러진다.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 주(州)별로 배정돼 있는 선거인단을 11월 4일 선출한다. 그 선거인단이 12월에 대통령과 부통령을 뽑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전체 대통령 선거인단 수는 538명. 각 주별로 상원의원(100명)과 하원의원(435명) 수를 합한 수만큼 선거인단이 배분된다. 여기에 특별행정구역인 워싱턴 DC의 선거인단 3명이 추가된다.주별 선거인단 수는 캘리포니아 주가 55명으로 가장 많다. 텍사스 주(34명)와 뉴욕 주(31명), 플로리다 주(27명), 일리노이 주, 펜실베이니아 주(각 21명) 등도 많은 선거인단을 갖고 있다. 주목할 것은 각 후보의 주별 선거인단 배분은 득표수가 한 표라도 더 많은 후보가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독식제’를 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몰아주기’로 승부가 결정되는 만큼 선거인단이 많은 주에서 한 표라도 더 얻는 것이 중요하다.대선 후보가 자력으로 대통령이 되기 위해 필요한 ‘매직넘버’는 270명. 11월 4일에 선출된 선거인단들은 12월 둘째 수요일 다음 첫째 월요일인 12월 15일에 대통령과 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이렇게 뽑힌 사람은 내년 1월 20일 미 의회 계단에서 성서에 손을 얹고 대통령 선서를 한 뒤 백악관으로 이동, 집무를 시작한다.하영춘·한국경제 뉴욕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