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체질 개선(6) - 업종 리모델링 비법

예비 창업자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뭐 좋은 업종, 새로운 업종 없을까요?’다. 새로운 업종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질문이다. 그런데 약 3년 전부터 이러한 질문에 답을 내릴 수 없게 됐다. 창업 시장에 ‘주도 업종’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요즘 이런 업종이 새로 고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업종이 앞으로 전망이 좋을 것 같으니 한 번 도전해 보십시오’라는 권유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자본 창업자들은 업종 선택에 어떠한 원칙과 준비를 해야 할까. 답은 한 가지다. ‘새로운 업종은 발명되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점이다.그동안 창업 시장에서 주도 업종이란 유행 업종이라는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순식간에 고객들의 관심을 끌게 되면 어느새 그 업종은 공급 과잉 상태에 도달하고, 뒤늦게 그 업종을 선택한 사업자들은 낭패감만 안게 됐다.이런 구조가 만들어진 데는 유행 업종에 무분별하게 뛰어드는 프랜차이즈 본부들의 탓이 크다. 또 창업자의 입장에서도 해당 업종에 대한 수요와 공급, 수익성 등 면밀한 분석 없이 무작정 선택했다는 방증이다. 대부분의 유행 업종이 애초부터 없던 것을 새로 만든 게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 사랑받던 것을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했다든가, 아니면 기존 업종에 대한 변형에서부터 출발했다는 점을 간과한 결과이기도 하다.자영업과 관련된 업종들에는 발명의 법칙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창업 시장은 더욱 그러하다. 이제는 업종 발명이 아니라 업종에 대한 리모델링이 사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과거에는 이러한 리모델링의 원칙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첫 번째는 가격 차별화 전략이다. 국내에 중저가 시장을 처음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랜드의 의류 전문점 사업이나 균일한 가격의 제품을 판매하는 생활용품 할인점 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시기에 등장했던 수많은 가격 파괴 업종들 역시 이에 해당한다.수요 세분화를 통해 새로운 업종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어린이, 여성, 남성, 실버 전용 등 비록 한정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더욱 확실하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전문성을 높여 사업의 안정성을 도모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업종 리모델링 방법 가운데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이 바로 외형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다. 외국인 고객이 많은 상권으로 유명한 이태원 지역에는 1970~80년대 대학가의 전통 주점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곳이 있다. 이태원 지하철역 근처의 ‘버들골 이야기’다. 이 점포는 좁은 골목길 비탈진 경사면에 위치해 있지만 저녁마다 손님들로 가득하다. 이 점포의 핵심 경쟁력은 안주에 ‘미학’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푸드 코디네이터’들이 아름다운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게 포인트다. 일반적인 전통 주점들이 보여주는 편안함과 푸짐함에 아름다움을 가미해 이태원이라는 지역 특징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결과다. 단순한 표현 하나, 포장지 하나, 디자인 하나가 새롭게 만들어 내는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를 확실히 말해주는 사례다.이러한 사례는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일본의 사과 산지로 유명한 아오모리현 주민들은 태풍으로 인해 90% 넘게 피해를 본 사과 농사를 인생 역전의 계기로 삼았다. 교육열이 높은 일본 학부모들을 겨냥해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 당신 자녀들의 합격도 보장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 하나로 10배가 넘는 가치의 새로운 사과로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11월 11일에 어마어마한 매출액을 올리는 초콜릿 과자의 인기 또한 외형적 변화가 얼마나 큰 효과를 보이는지 보여주고 있다. 똑같은 제품을 가지고도 어떻게 포장하고 어떻게 장식하느냐에 따라 원가의 10배가 넘는 수익을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앞으로도 디자인이나 포장 등 외형적인 표현은 사업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나타나 있는 업종들을 어떻게 리모델링하면 고객들에게 보다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는가. 이것이 업종 선택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되고 있는 셈이다.업종 리모델링은 해당 사업체에 대한 적절한 홍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음식점의 경우 해당 메뉴의 성분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간단히 정리해 고객들에게 제시한다든가, 식품의 원산지를 명확히 표현해 안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방법 등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상품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것은 요즈음처럼 음식 재료에 대해 혼란스러운 정보가 많은 상황에서는 더욱 절실한 요인이다.공간 분위기를 새롭게 만들어 전혀 다른 경쟁력을 가진 업종으로 재탄생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허브 향을 활용하거나 신선한 산소 발생 장치를 설치하는 등의 작은 시도로도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업종은 처음 고객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단계에서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소자본 창업으로 각광받는 업종들은 기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다. 새로운 업종을 찾는 시도 역시 그리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작은 변화라도 고객들의 욕구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면 충분히 새로운 업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빛을 향해 무작정 날아드는 하루살이나 불나방의 잘못을 알고 있는 창업자라면 뛰어난 발명가도 될 수 있을 것이다.서정헌·넥스트창업연구소장 nachlas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