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3사의 ‘터치스크린’ 전략

요즘 국내 휴대전화 업계의 최대 화두는 ‘터치스크린’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휴대전화는 일반 키패드를 이용해 다이얼(숫자)이나 문자를 입력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화면 위에서 직접 손가락으로 눌러 조작하는 터치스크린 휴대전화가 큰 인기를 끌면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국내 휴대전화 3사도 다양한 터치스크린 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삼성전자는 지난 3월 말 전면 터치스크린 휴대전화인 ‘햅틱폰’ 출시를 계기로 터치폰 제품군을 크게 늘리며 시장 공세에 나서고 있다. 삼성은 특히 터치스크린 휴대전화에 적합한 새로운 개념의 사용자 환경(UI: User Interface)을 개발하며 경쟁 업체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햅틱폰의 경우 아날로그 자판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놓은 일반 터치폰과 달리 바탕화면의 ‘위젯(자주 쓰는 기능을 접근하기 쉽게 만들어 놓은 그래픽 도구)’ 기능을 강화하면서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햅틱폰 사용자는 바탕화면 왼쪽에 있는 시계, D-데이, 사진, 생일, 지하철노선도 등의 메뉴를 손가락으로 끌어 오른쪽에 갖다 놓으면 곧바로 해당 위젯을 만들 수 있다. 위젯의 위치를 바꾸고 싶으면 역시 손가락으로 끌어다 옮기기만 하면 된다. 휴대전화 하단에 다이얼, 전화번호부, 메시지 등 자주 쓰는 기능을 나란히 배치한 것도 좀 더 휴대전화를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햅틱폰의 또 다른 강점은 22가지의 다양한 진동 기능을 추가했다는 것. 햅틱이란 이름도 ‘촉각의’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건드릴 때마다 기능별로 달라지는 진동은 마치 장난감을 다루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 앨범 메뉴에서도 사용자 환경을 크게 업그레이드해 손가락으로 화면을 ‘톡, 톡’ 튀기면서 여러 사진들을 마치 사진첩을 넘기듯 볼 수 있게 만들었다.삼성전자가 지난달 싱가포르 시장에서 처음 선보인 스마트폰(모바일 인터넷 등이 가능한 휴대전화) ‘옴니아’는 햅틱폰을 뛰어넘는 사용자 환경을 자랑한다. 국내 시장에도 이르면 다음 달께 나올 이 제품은 햅틱폰과 마찬가지로 화면을 터치할 때마다 20여 가지의 다양한 진동을 느낄 수 있게 했다.옴니아는 또 디빅스(Divx,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기능을 내장, 동영상을 별도의 파일 변환 없이 곧바로 재생할 수 있는 것도 기존 휴대전화와 다른 점이다. 16기가바이트(GB)의 대용량 내장 메모리에는 MP3 파일 4000곡, 영화(100분짜리) 10편 정도를 저장할 수 있다.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면서 여러 편의 영화를 언제든지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삼성전자가 지난달 내놓은 ‘소울폰’은 전면 터치스크린 폰은 아니지만 키패드에 터치 방식이 적용된 경우다. 이 휴대전화는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메인 화면 아래에 있는 키패드 모습이 바뀌는 ‘소울 키패드’를 장착해 사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MP3 플레이어 기능을 사용할 때는 키패드가 재생·중지·되감기 등 음악 아이콘으로 변하고, 사진을 찍을 때는 플래시·접사·타이머 등 카메라 관련 아이콘으로 변하는 식이다.◇LG전자는 터치스크린뿐만 아니라 2중, 3중 입력 방식을 지원하는 ‘퓨전 터치폰’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터치스크린 폰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부에선 여전히 터치 입력 방식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터치 방식은 살짝 스치기만 해도 오작동하는 사례가 빈번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다.LG전자가 최근 내놓은 블랙 라벨 시리즈 세 번째 모델인 ‘시크릿폰’은 슬라이드형 휴대전화로 전면 터치스크린 외에 슬라이드를 위로 올리면 나타나는 일반 키패드로도 입력이 가능한 제품이다. 전화를 걸 때는 일반 키패드를 사용하지만 사진, 지상파 DMB, 알람, 텍스트 뷰어, 게임, 지하철노선도 등 6개 메뉴는 화면을 터치스크린으로 변환해 사용할 수 있다.시크릿폰의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휴대전화 기울기나 회전에 따라 반응하는 센서가 장착돼 다트, 야구, 낚시 등의 게임을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휴대전화의 외부 소재도 강화유리와 탄소섬유를 적용, 강한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한 것도 장점이다. 시크릿폰을 디자인한 차강희 LG전자 상무(전문위원)는 “시크릿폰은 평소엔 정체를 감추다가도 필요할 때 첨단 기능을 발휘하는 007 같은 제품”이라며 “기술과 디자인을 결합한 ‘T자인(Technology +Design)’ 가치를 극대화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LG전자의 터치다이얼폰(일명 디스코폰)은 2중 입력을 뛰어넘어 3중 입력 방식을 채택한 경우다. 이 휴대전화는 전면 터치스크린,퀵 다이얼(회전 방식 입력기),일반 키패드 등의 세 가지 입력 방식을 지원해 터치폰을 처음 쓰는 소비자들도 적응하기 쉽게 했다. 세 가지 입력 방식은 동시 사용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퀵 다이얼로 해당 기능에 바로 접속한 후 일반 키패드로 작성하다가 터치스크린 화면의 특수 문자나 이모티콘을 입력할 수도 있다.LG전자가 지난 3월 말 내놓은 터치웹폰(일명 아르고폰)은 터치스크린을 보완하는 핫 키와 조그휠(손으로 돌리는 방식의 조작 기구) 등으로 사용자의 편의성을 살렸다. 휴대전화 앞면 하단에는 인터넷에 바로 접속하는 ‘핫 키’를 달고, 측면에는 카메라 화면 등을 확대·축소하거나 볼륨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조그휠을 장착했다.터치웹폰의 3인치짜리 화면으로는 인터넷을 PC와 비슷한 수준으로 즐길 수 있으며 지상파 DMB도 시청할 수 있다. 특히 와이드VGA급 고해상도(800×400) 액정(LCD) 화면이 국내 최초로 적용돼 인터넷 등을 사용할 때 글씨를 또렷이 볼 수 있도록 했다.팬택계열은 지난달 말 전면 터치스크린폰을 처음으로 내놓으며 국내 터치폰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팬택이 SK텔레콤을 통해 출시한 ‘러브캔버스(IM-R300)’는 영상 특화 기능이 최초로 탑재된 제품이다.영상 통화를 할 때 대화 상대에게 글자, 그림, 이모티콘, 진동 등을 전달하는 기능이 내장된 것. 일례로 대화 상대에게 사랑의 느낌을 보내고 싶으면 터치로 하트 모양을 직접 그려 전달할 수 있다. 또 영상 통화 상대에게 ‘사랑해’라고 화면에 쓰면 상대방 휴대전화에 ‘사랑해’라는 문구가 전달된다.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말이 아닌 글이나 그림으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러브캔버스 사용자끼리는 영상 통화를 하며 오목, 오셀로와 같은 게임도 함께 즐길 수 있다.러브캔버스는 또 간결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적용해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췄다. 2.6인치 화면으로는 지상파 DMB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이용할 수 있고,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한 통화 및 음악 감상도 할 수 있다. 또 휴대전화로 은행 업무를 보거나 버스나 지하철을 탈 수 있는 교통카드 기능도 더해졌다.러브캔버스에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안테나가 내장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별도의 장비 없이 SK텔레콤의 ‘T맵 내비게이션’ 이용이 가능하다. 전국 지도가 휴대전화 자체에 내장돼 있기 때문에 지도를 다운로드할 필요 없이 위치 탐색 및 길 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휴대전화 업계의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국내 휴대전화 업체들이 앞으로 터치폰 시장을 놓고 더욱 치열하게 싸울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엔 이동통신사들이 노키아나 애플 등 해외 업체들의 휴대전화 출시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어 국내 터치스크린 휴대전화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안정락·한국경제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