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세이(7)-보이지 않는 속사정을 파악하라
치킨 호프 프랜차이즈 ‘사바사바’에는 점포 개발만 담당하는 직원이 두 명 있다. 회사 설립 초창기부터 근무했던 이들의 임무는 점포만 전문으로 발굴하는 것. 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형식적으로 점포 발굴팀을 두고 있지만 이들은 실제로 그 일만 한다.이유는 정태완 사장의 고집 때문이다. 자신이 가맹점에서부터 출발, 프랜차이즈 본사 대표가 됐기 때문에 창업자들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권리금을 많이 주고 나면 정말 남는 게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시장에 횡행하는 권리금 장난을 눈감아 줄 수 없다”고 말한다.가맹점만 늘어날 수 있다면 권리금 몇 천만 원 더 붙여서 거래가 돼도 슬쩍 눈감는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있다. 전문 부동산 거래업자들과 체인 본사가 결탁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 사이에서 창업자들의 등이 터지는 것이다.사바사바 점포 개발팀의 미션은 ‘잠재 가치가 높지만 임대료가 저렴한 점포를 찾아내는 것’, ‘권리금 거품을 걷어내는 것’이다. 중개 수익을 배제하는 데다 허수가 아닌 실수요자를 확보하고 접근하기 때문에 실제로 수천만 원의 권리금을 줄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점포와 관련한 문제는 창업 성패는 물론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소점포 사업가 김모 씨는 일전에 꽤 유명한 브랜드의 가맹점 사업을 하면서 돈도 만족스럽게 벌었다. 하지만 막상 사업을 정리하고 빠져나오려는 순간 큰 손해를 봤다. 창업 당시 본사는 ‘입지가 좋아 매출이 보장된다’며 높은 권리금을 제시했었다. 정말로 매출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자리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권리금 거품이 너무 컸고 누군가가 중간에서 그 거품을 조장했다는 걸 알게 됐다. 열심히 장사해 돈은 좀 벌었지만 권리금을 빼고 나니 점포 정리 후 남는 게 없었던 것이다.누구나 말 못할 속사정 한두 가지쯤은 가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당사자에게는 아주 예민한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성격은 좀 다르지만 창업 시장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속사정들이 있다. 그런 속사정들은 ‘숨은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초보들이 알기 어려운 문제지만 사업에 끼치는 영향은 사뭇 다른 경우가 많다. 창업자들이 그런 깊은 사정들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창업자들이 알아야 할 속사정들은 긍정적인 것도 있고, 부정적인 것도 있다. 또 다방면에 걸쳐 있다.창업자들 중에는 특정 시간대에 점포를 방문해 손님이 많은 걸 보고 장사가 잘된다고 판단, 덜컥 가맹 계약을 했다가 결국 울상을 짓는 경우가 많다. 장사가 잘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실제로 장사가 잘되는 것은 조금 다르다. 투자 대비 수익을 따지면 실제 이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전국에 130개의 가맹점을 가진 명인만두의 경우 평균 가게 크기가 33~39㎡(10~12평)인데도 불구하고 연봉 1억 원 이상인 점주가 수두룩하다. 매출이 낮거나 장사가 안 되는 점포도 많지 않다.비결은 ‘테이크 아웃’에 숨어 있다. 명인만두 가맹점 매출에서 테이크 아웃이 차지하는 비중은 40~50%에 달한다. 이는 점포 규모, 테이블 회전율과 별개로 올리는 매출이기 때문에 요즘처럼 임대료 부담이 큰 상황에서는 매출 유지에 상당히 큰 도움이 된다.이 회사는 또 2주간 먼저 교육을 한 후 점주를 선발하는데 이 내용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기간 동안 본사는 예비 가맹점주의 성실성, 진지함, 서비스 태도 등을 체크해 회사 철학 및 경영 방침과 맞는 사람만 선발한다. 점주에게도 과연 이 사업이 본인의 적성과 맞는지 평가하는 시간 여유를 준다. 이런 숨은 콘텐츠들이 낮은 폐점률과 거의 전 가맹점들이 알짜 경영을 하는 비결로 연결된다.물론 부정적인 속사정을 파헤치는 것도 중요하다. 부도나기 직전의 회사가 대대적인 광고에 의존해 가맹점을 모집한 사례는 흔하디흔하다. 일부러 제품을 싸게 팔고 손님을 끈 다음 점포를 넘기는 경우도 있다. 연간 회원권을 남발하고 미리 1년 치 회비를 챙긴 후 점포를 넘기는 헬스센터들도 있다.가맹점 개설비가 싸다고 생각해 계약했는데 중요한 옵션이 모두 빠져 있어 실제 부대비용을 합하니 절대 싼 게 아니었던 경우도 있다. 장사가 엄청 잘된다고 판단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특정 계절에 매출이 급감해 연평균 매출이 형편없었을 수도 있다.속사정을 알기 위해서는 차분해야 한다. 진지해야 한다.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치밀해야 한다. 속사정을 알고 모르고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타가 된다.가맹 계약을 체결하고 영업을 개시하기 전에 계약의 해지를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맹본부가 제공하는 교육이나 콘텐츠가 부실해 가맹점 사업자가 사업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점포의 선정과 관련해 이견으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가맹점 사업자는 계약 관계를 종료하고 가맹금을 돌려받기를 원하지만 계약 해지 사유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계약 체결에 있어서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가맹본부 입장에서는 가맹금을 반환하려고 하지 않는다.가맹사업법은 이러한 유형으로 인한 분쟁을 예방하고 가맹점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맹금 예치 제도’를 도입, 올 8월 4일부터 전격 시행에 들어간다. 가맹금 예치 제도는 가맹 계약 체결 시 가맹점 사업자가 가맹금의 명목으로 지급하는 금전의 일부를 가맹본부가 직접 수령하지 않고 일정한 기간 동안 가맹본부가 지정한 금융 회사에 예치하도록 하는 제도다(가맹사업법 제6조의5). 이때 예치 대상이 되는 금전은 가맹점 운영권이나 영업 활동 등에 대한 지원·교육 등을 받기 위해 지급하는 금전과 상품의 대금 등에 관한 채무액이나 손해배상액의 지급을 담보하기 위해 가맹본부에 지급하는 대가에 한정된다.가맹본부는 가맹점 사업자의 피해를 보호하기 위한 ‘가맹점사업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공제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계약 체결 시 가맹금을 직접 수령할 수 없다. 예치 가맹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가맹점 사업자가 영업을 개시했거나 가맹 계약 체결일로부터 2개월이 경과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가맹점 사업자가 예치 가맹금을 반환받기 위해 소송이나 알선, 조정, 중재 등을 신청한 경우나 가맹본부를 가맹사업법 제10조(가맹금의 반환) 위반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경우에는 해당 사건이 종료될 때까지는 예치 가맹금을 수령할 수 없다(동법 제6조의5 제3항).가맹금 예치 제도는 계약 체결 후 가맹점을 개설하기 전에 발생할 수 있는 가맹점 사업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염규석·한국공정거래조정원 분쟁조정실장이경희·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okceo@changupo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