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어떻게 그런 거물을?” 조제 카를로스 마틴스(Jos'e Carlos Martins) 사장을 인터뷰한다고 하니 관련 업계에서는 놀라는 눈치였다. 그가 맡은 직책은 ‘Executive Director of Ferrous Minerals’다. 발레(Vale)에서 생산하는 철광석의 총책임자다.브라질의 광물 생산 업체인 발레는 회사 자체로는 호주의 BHP.빌리턴보다 작은 규모지만 철 생산량으로 따지면 세계 최대다. 지난해 수출한 철광석 양만도 3억1000만 톤으로 호주의 리오틴토와 BHP.B를 합한 것보다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틴스 사장이 ‘그들에게 철 주지 마’라고 예기하면 한 나라가 망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마틴스 사장은 철강 업계에서 주시하는 인물이다.마틴스 사장은 의외로 서슴없이 ‘김치’ ‘비빔밥’을 얘기하며 한국에 대해 호의적인 감정을 나타냈다.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었다는 그는 ‘포스코’ ‘동국’ ‘현대’ 등 한국 고객사들에 대해서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최근 호주 업체의 가격 인상 요구를 의식해서인지 그는 철광석 공급 업체의 가격 결정권이라는 말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한국은 지난 40~50년 많은 것을 이뤘습니다. 1960년대만 해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브라질의 절반이었지만 지금은 브라질의 2배입니다(실제로는 3배 이상이다). 자원이 별로 없는 한국이 이렇게 산업 발전을 이룬 것은 많은 것을 뜻합니다. 특히 이런 산업 발전에 철강 산업이 지대한 공헌을 했고 그 과정을 발레가 함께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발레는 지난 30년 동안 포스코에 철광석을 공급해 왔습니다. 이런 협력 관계는 지금도, 앞으로도 매우 중요합니다. 포스코와는 펠릿 공장을 합작으로 운영하고 있고 동국제강과도 합작해 브라질 북부에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현대제철에도 철광석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발레 한국 사무소는 브라질 업체로는 최초의 한국 사무소입니다. 지금은 브라질 은행(Banco do Brasil), 페트로브라스(브라질 최대의 석유회사) 등이 진출해 있지요.”“시장을 전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포스코와 같은 철강 제조사와 발레 같은 철광석 공급사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산업 내부에 있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들보다 더 잘 알 수 있지요. 메릴린치나 CS(Credit Swiss) 같은 기관은 가격에 주목하지만 우리는 생산량까지 잘 알고 있습니다. 금융 회사의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가격 전망도 긍정적입니다. 지난 5년 동안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올랐고 앞으로도 이런 경향이 계속되겠지만 2012년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아 가격이 안정될 것입니다.”“그렇습니다. 그러나 지금 철광석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발레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또 활황을 타고 새로운 벤처 업체들도 뛰어들 것입니다. 그렇지만 당장 생산량이 늘어나지 않는 것은 광산을 개발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철도나 항구처럼 인프라도 함께 갖춰야 합니다. 철강 생산은 입지가 좋은 바다 근처에 짓기만 하면 되지만 광산은 입지를 선택할 수가 없어요. 철이 나는 곳에 광산을 개발하고 철도와 항구를 건설해야 합니다. 따라서 철강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에 비해 철광석 공급량 증가는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따로 봐야 합니다. OPEC는 카르텔입니다. 매년 만나서 생산량을 늘릴 것인지, 줄일 것인지 결정하죠. 우리는 하나의 독립적인 회사로 시장에 참여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지금 철광석 회사들은 가능한 한 생산을 늘리기 위해 몰두하고 있어요. 우리는 공급을 조절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광산을 폐쇄하려고 하지 않아요. 발레도 향후 생산량 확대를 위해 엄청난 투자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철광석 가격이 오르는 것은 철강 생산량을 철광석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의지와 상관이 없는 일인 겁니다. 중국은 매년 5600만 톤의 철광석 수요량이 늘어나고 있는데, 중국에서 한 해 증가하는 수요량은 발레가 5년 동안 개발해야 맞춰줄 수 있는 물량입니다.”“2002년 철광석 업계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철광석 업계가 가격 결정권이나 시장 주도권을 가지는 것과는 상관이 없어요. 모든 것은 중국의 빠른 성장 때문이죠. 우리가 매년 10~15%의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중국의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순수한 경제 원리 때문입니다. 지금은 세계 시장에 나온 물량의 절반이 중국으로 가고 있습니다.중국은 보다 많은 철광석이 필요하게 됐고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원료를 사야 해요. 이 때문에 다른 철강 업체들도 중국이 구매하는 가격을 지불해야 철광석을 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철강 업체가 철광석을 끝내 구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비싼 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작은 회사는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고 지불할 능력이 되는 회사는 철광석 업체와 장기적인 관계를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시장(market)입니다.”“그렇다면 그간 철강 산업이 정체된, 또는 하락하는 시장이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30년 동안 철광석은 초과 공급이었고 철강 회사들에는 편리한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지금만큼 철강 수요가 많았던 때가 없었습니다. 철강업 호황을 타고 철강 업체들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익을 남기고 있습니다. 결국 철광석 업계나 철강 업계나 똑같이 제품 수요가 늘어서 생산량도 많아지고 가격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철강 업계가 누리는 호황을 철광석 업계도 함께 나눠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조제 카를로스 마틴스 사장은…30년 넘게 철·비철 등 광물 산업에 종사했다. 폰티피시아 유니베르시아데 카톨리카 오브 상파울루(PUC-SP) 대학 졸업. 1986년 아쿠 빌라레스 이사. 97년 콤파니아 이데루르기카 나시오날 사장. 99년 라타사(알루미늄 캔 생산 업체) 회장. 2003년 렉삼 음료수캔 사장. 2004년 발레 신사업 개발 이사. 2005년 발레 철 부문 최고책임자(현).포르투갈어로 계곡(valley)이라는 뜻의 발레(Vale)는 세계 2번째 광물 생산 업체로 철광석과 니켈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업체다. 사업 중 철광석 비중이 38.7%(펠릿 포함 46.86%), 니켈이 23.5%를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사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수출을 하는 업체로 한국의 삼성전자와 비슷한 위상을 갖고 있다. 브라질에서 최초로 신용 평가 기관으로부터 ‘투자 등급’을 받기도 했다.1942년 6월 1일 국영 기업으로 출발해 첫 해 4만 톤의 철광석을 생산했다. 지금은 시간당 4만 톤을 생산하고 있다. 1997년 5월 6일 민영화될 당시 순이익은 3억5000만 달러, 시가총액은 105억 달러였다. 광산(철·비철), 물류, 알루미늄, 에너지, 석탄의 총 5개 사업부문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수출액은 115억 달러, 매출은 331억1500만 달러, 순이익은 118억 2500만 달러다. 리우데자네이루에 본사를 두고 있다.라우데자네이루= 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