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바빠서 죽겠다’ ‘피곤해서 죽겠다’라는 말을 자주한다. 현대인의 삶이 그만큼 쉼표가 없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의학 잡지의 통계에 따르면 병원을 찾는 현대인들의 71%가 피로를 호소했으며 그중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피로한 경우가 35.8%라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만성피로증후군의 유병률이 세계 여러 나라 유병률보다 2~3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특히 피로의 원인 중 사회생활이 68.5%라고 하니 사회생활의 쉼표는 더욱 절실하다.최근 여러 직업 가운데 음악 치료사가 주목받고 있다. 음악 치료사란 음악을 통해 심신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거나 회복을 돕는 사람을 일컫는데, 요즘 삶의 쉼표를 얻기 위한 사람이 늘어나면서 음악 치료사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음악 치료는 때와 장소, 사람의 심리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백화점 같이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곳에서는 느린 음악으로 여유로움을 더하고, 단시간 내에 많은 인원을 수용해야 하는 식당의 경우엔 빠른 비트의 음악으로 좌석 회전율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임산부에겐 모차르트 음악으로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다.만약 음악에 쉼표가 없다면, 성악가는 노래를 부르다 숨이 막혀 죽을 지경에 이를 것이며 미술에 있어서 여백의 미를 뺀다면 진정한 미학을 찾을 수 없듯이 우리 인생에서 여유를 뺀다면 쳇바퀴 속의 다람쥐처럼 인생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다.중국 고사에 따르면 원래 인간의 수명은 30년, 소 30년, 개 30년, 원숭이 30년으로 동일한 수명이 주어졌었다고 한다. 하지만 소는 일하기 싫다고, 개는 집을 지키기 싫다고, 원숭이는 재롱떨기 싫다고 신에게 자신들의 20년을 반납했다. 그래서 인간은 본래의 수명 30년에 소, 개, 원숭이가 각각 반납한 20년씩의 인생까지 90년의 인생을 살게 됐다고 한다.처음 인간의 30년 인생은 인간에게 본래 주어진 삶대로 희로애락의 삶을 즐긴다.30~50대는 소의 20년처럼 죽어라 일만 하는 중년기다. 50~70대는 개처럼 명퇴 또는 퇴직으로 집 지키는 신세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70~90대는 원숭이의 20년 인생으로 인간의 말년의 모습과 비유된다.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재롱을 떠는 시기로 손자들을 보며, 자식들의 비위를 맞추며 삶을 정리하는 시기다. 본래 인간에게 주어진 삶대로라면 여유로움을 간직한 채 삶을 살 수 있었으나 소 개 원숭이의 인생을 살려고 하니 어느덧 인간의 삶에 쉼표가 사라졌다.안타깝게도 대다수의 현대인들은 여유로움을 사치라고 생각하거나 진정한 여유를 즐기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이는 음악을 지레짐작으로 어렵게만 여겨 알려고 노력하지 않고 아무도 가르쳐 주는 이가 없어 누리지 못하는 것과 같다.필자는 바둑을 두지 못한다. 다시 말해 바둑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필자에게 바둑을 가르쳐 준 사람도 없었다는 사실과 동일하다.이 같은 원리를 적용해 볼 때 삶의 여유는 조금의 노력만 가미된다면 얼마든지 풍성하게 누릴 수 있다. 삶의 여유를 즐기기 위한 노력은 간단하다.시간을 내어 옷장 속에 보관해 둔 가장 멋진 옷을 골라 입고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공연장을 찾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얼마나 간단하고 쉬운 일인가.급속도로 변해가는 사회는 눈 깜짝할 사이에 고도의 성장을 이루고 있고 풍성하고 다양한 문화적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오히려 문화적 혜택과 동떨어져 마음의 여유를 잃어 가는 것만 같다. 시선을 돌려 유럽인들의 여유를 배우고 노력해 보다 질 높은 풍성한 삶을 일구도록 하자.경기도 문화의 전당 사장약력: 1957년생. 경희대 음대(바이올린 전공)졸업. 1986~ 87년 공연기획사 아트피아 사장. 1997년 서울 국제 음악제 집행위원. 2004~06년 충무아트홀 사장. 2006년 경기도 문화의 전당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