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요리 전문 ‘송원’

접시 위에 오른 ‘복사시미’는 그 투명함이 마치 선녀의 날개옷을 연상케 한다. 얇디얇아 접시의 문양까지 비쳐 보이는 아스라한 복사시미 한 점을 살짝 들어 올려 한 입 먹으면 쫄깃하면서 사르르 녹는 듯한 그 맛에 감탄이 절로 배어 나온다. 씹으면 씹을수록 입 안 가득 퍼지는 그 감칠맛은 천상의 신선과 선녀들이 먹는 음식이란 뜻의 천계옥찬(天界玉饌)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미각(味覺)의 왕어(王魚)라고도 불리는 복어의 이 환상적인 맛을 제대로 구현해 내는 곳이 있다.바로 4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 소공동의 복요릿집 송원(松原)이다.1966년 복요리의 본고장인 일본 오사카에서 복요리를 배워 온 김송원 옹이 문을 열었다. 일본식 복요리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곳으로 개점 이후 지금까지 정통 일본식 복어 요리를 맛 볼 수 있는 복어 명가로 자리 매김해 왔다. 특히 일본 시모노세키 복요리 협회에도 등록돼 있어 일본식 복요리를 선호하는 복요리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80세가 넘은 노구를 이끌고 아직도 직접 요리를 하는 김송원 옹이 장인 정신으로 빚어내는 고급스러운 복어 맛은 특히 일품이다. 다른 많은 맛집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비해 시간이 지나도 명성 그대로의 맛을 고수하고 있어 수십 년 된 단골손님도 많고 할아버지에서 손자까지 대를 이어 찾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영양이 높고 값까지 비싸 ‘바다의 산삼’이라고도 불리는 복어는 회 맑은탕(지리) 매운탕 찜 튀김 등으로 즐길 수 있는데 참복 황복 검복 까치복 등 자연산 복어를 10시간 이상 숙성해 사용하는 송원에는 특히 그 종류가 다양하다. 자연산 참복의 수놈 정소를 석쇠나 두꺼운 철판에 구워낸 ‘복애구이’, 참복의 등뼈가 붙은 살을 토막 내어 양념에 숙성한 후 석쇠에 굽는 ‘복구이’, 복어의 껍질을 예리한 칼로 가시를 제거한 후 양념장인 지리스(폰스)에 버무린 ‘복가와(복껍질무침)’, 복어의 등심요리인 ‘복다다키’, ‘복머리 튀김’ 등 쉽게 만날 수 없는 푸짐한 복요리 메뉴들이 손님으로 하여금 선택을 고민하게 만든다. 이 중에서도 복요리 명인의 솜씨를 체감할 수 있는 복사시미와 함께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바로 복맑은탕이다. 복맑은탕을 먹을 때는 두부 향신채 고기 등의 순서로 양념장인 지리스에 적셔 먹는데 송원의 지리스는 영귤이나 유자초를 간장과 적절히 배합한 것으로 다른 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오직 송원만의 맛을 자아낸다.맛뿐만이 아니다. 김송원 옹이 개점 초부터 직접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정성껏 준비한 일본식 소품들과 소박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돋보이는 인테리어는 많은 비즈니스맨들이 송원을 찾는 이유다. 저칼로리, 고단백, 저지방에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근래 들어 건강 보양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복요리. 그 복요리를 정말 제대로 선사하는 복요릿집 송원. 중요한 손님 접대에, 간만의 기분전환에, 잠깐만이라도 호사스러운 맛을 느끼고 싶을 때, 과중한 업무와 변덕스러운 날씨에 온 몸이 찌뿌드드한 당신에게 강력 추천한다.김성주·자유기고가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