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렌드 - 백화점·유통

“명품 브랜드가 나오면 처음에는 안목을 갖춘 소수의 트렌드 세터(유행을 만드는 사람)만 찾게 되지만 점차 구매자가 늘어나면서 대중화되면 더 고가의 브랜드가 새로 나와 명품으로 대접받게 된다.” 관련 업체 종사자들이 얘기하는 명품 브랜드의 운명이다. 이 때문에 명품 업체들은 한정된(exclusive) 수량만을 생산하며 희소가치를 유지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명품 트렌드는 맥럭셔리(McLuxury: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대중화된 럭셔리 상품) 트렌드 속에서 더 차별화할 수 있는 위버럭셔리(냕erluxury: 초특급 명품)를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대형 백화점들도 귀족 마케팅을 세분화해 위버럭셔리를 추구하는 VVIP 고객에 대한 관리에 들어갔다.롯데백화점에서는 올해 3월부터 기존의 MVG(Most Valuable Guests) 고객을 프레스티지(prestige) 1600명, 크라운(Crown) 5000명, MVG 2만3400명의 3등급으로 분류, 세분화해 관리하고 있다. 모든 등급의 MVG에게는 전용 주차장 및 발레(vallet) 주차 서비스, 기념일 선물 증정, 전용 라운지 이용, 할인 혜택, 포터 서비스, 쇼핑 가이드 전담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월 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백건우와 런던필하모닉 협약 연주회에 프레스티지 고객 200명을 초청하는 등 구매력이 높은 최상위 고객들에게는 별도의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보다 세심한 관리를 하고 있다.1회 구매 단가가 높은 명품관 고객들은 별도의 멤버십을 운영한다. 2005년 명품관 에비뉴엘(Avenuel)이 오픈한 이후 ‘에비뉴엘 VIP’ ‘에비뉴엘 VVIP’ 고객을 선정해 관리하고 있다. 에비뉴엘 VVIP는 에비뉴엘 VIP 중 100여 명을 선별한 것으로 별도의 멤버스 클럽을 운영 중이다. 이들에게는 개인 비서, 스타일리스트 역할을 하는 ‘퍼스널 쇼퍼(personal shopper)’가 상주하며 특별한 대접을 하고 있다. 호텔에서 VIP를 접견하는 컨시어지(Concierge: 호텔의 접객 담당자) 서비스를 차용한 것이다.2008년 현재 롯데백화점 24개 전점의 MVG, 에비뉴엘 VIP, 에비뉴엘 VVIP 고객은 약 3만 명으로 전체 고객의 1%를 차지하고 있다. 본점의 경우 이들 1%의 고객들이 매출의 23%에 이른다.MVG에 포함되지 않은 매출 상위 고객들은 별도로 ‘VIP 고객’으로 선정한다. 꾸준히 우대 혜택을 주면서 관리해 MVG 등급으로의 구매력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분당점에서 2007년 VIP 제도를 운영해본 결과 VIP로 선정된 고객에 대한 매출이 선정되지 않은 고객에 비해 10%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갤러리아백화점은 1999년 말부터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잡기 위해 CRM(Cus tomer Relation Management: 고객 관리) 구축을 시작해 2001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VIP 고객 서비스를 진행해 오고 있다. 2006년부터는 기존에 3단계로 분류하던 등급을 8단계로 세분화했다. 구매력이 있는 극소수의 VVIP의 요구와 일반 VIP의 요구를 구분해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다. 갤러리아 백화점의 경우 상위 7%가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한다.신세계백화점도 상위 5% 이내의 고객을 트리니티, 퍼스트, 아너스, 로열의 4개 등급으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가장 높은 등급인 트리니티 고객에게는 좀 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각종 공연 및 영화관람 같은 문화 마케팅에서부터 골프 레슨, 요트 파티, 와인 클래스 수강 등 개인적인 서비스까지 다양한 형태의 혜택을 준다. 또 최고급으로 꾸며진 트리니티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모든 등급의 VIP 고객들에게 정상 상품에 대해 3~5%의 할인을 제공하고 있지만 트리니티 등급의 고객에게는 할인 상품이나 정상 상품 구분 없이 3~5%의 할인 혜택을 준다.현대백화점도 최근 VVIP 마케팅 정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연간 구매 실적에 따른 포인트 기준을 3억 원 이상에서 5억 원, 7억 원, 10억 원으로 분류, 포인트별 사은품을 구분해 지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최고 등급인 ‘쟈스민 클럽’의 경우 연간 3500만 원 이상의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사은품을 통해 10억 원 까지 사용 실적을 올리기 위한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이들 최상위 등급의 고객들에게는 명품 브랜드에서 한정 수량 제품이 나올 때 퍼스널 쇼퍼가 우선적으로 구매 기회를 제공하는 ‘익스클루시브 마케팅’이 강화되는 추세다. 현대백화점 측은 “10년 전 명품 도입기의 고객들이 구입하던 상품들은 이미 맥럭셔리 고객층으로 흡수된 만큼 VVIP 고객들은 더 희귀한 상품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현대백화점은 5월이면 펜디(Fendi), 세린느(Celine) 등의 모피 상품에 대한 익스클루시브 제품 선주문 행사를 열고 있다. 1000만~8000만 원대의 제품이기 때문에 단품별로 2~3벌만 배정되는데 VVIP 고객이 많은 백화점일수록 이런 선주문 행사는 자주 열린다. 단 1회의 행사에서도 브랜드별로 모피 단품으로만 3억~4억 원씩 매출을 올린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시계 브랜드인 브레게 매장에서 열린 ‘레인 드 네이플 와치 전시회’에서 15개 제품에서만 25억 원 어치를 팔았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매장에서 익스클루시브 상품의 정기 순회 전시 판매전을 진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버럭셔리 시장에 대한 잠재성을 믿고 있다는 증거”라고 현대백화점 측은 얘기하고 있다. 이 같은 순회 전시 판매는 시계, 보석 브랜드를 중심으로 2~3년 전부터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VIP 고객 안에서도 최상위급인 VVIP 고객에 대한 마케팅이 강화되는 것과 더불어 백화점 사은품도 이들의 눈높이를 반영하기 위해 진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사은품으로 자가용 전세 비행기, 스포츠 보트, 50일짜리 세계 일주 크루즈 여행, 승마클럽 정회원 멤버십, 아랍 상류 문화 체험 여행권 등을 내걸었다.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 5억 원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볼보, 재규어, 인피니티, 푸조 중 1대, 신세계 상품권 4750만 원, JW메리어트 호텔 헬스 부부 회원권, 화가 오치균 등의 작품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열었다.갤러리아백화점도 최상위 등급인 프레스티지 고객을 대상으로 구매액 대비 사은품을 지급하는 ‘G-프레스티지 리워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상품권뿐만 아니라 국내외 여행권, 크루즈 여행, 피부 관리 연간 회원권, 스파 이용권, 국내외 고급 호텔 숙박권, 항공 마일리지, 건강검진권 등 고객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혔다.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자녀들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공동 마케팅(Co-Marketing)도 최근에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0월 자사 VIP 고객을 대상으로 SC제일은행 PB와 연계해 투자 전략, 자녀 교육 등 관심 분야에 대해 특별 강좌를 진행했고 11월에는 SC제일은행 PB 고객들을 대상으로 애비뉴엘에서 ‘2007 FW 패션 스타일링 제안전’을 개최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계열사인 한화증권·대한생명 PB센터와 함께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재테크 컨설팅 등 다양한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