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경제 과제 가운데 하나가 금융공기업의 민영화다. 중요성을 감안해 연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처리 방향에 대한 원칙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먼저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2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나타냈다. 금융공기업 민영화 방안의 밑그림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전 위원장이 밝힌 해법은 “산업은행 민영화의 기본 방향은 ‘연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밝힌 바와 같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새로운 정책 금융 전담 기관을 설립하는 것”으로 요약된다.전 위원장은 인수위 안을 선택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거론했다. 먼저 민영화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전 위원장은 “덩치가 커지면 매수자를 찾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적 금융회사들의 시장점유율이 커지는 것은 민간 중심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새 정부의 큰 흐름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세 은행을 합칠 경우 자산 규모가 540조 원에 달해 민간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문제는 기획재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초대형 금융지주회사(메가뱅크) 설립’과는 근본적으로 접근 방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메가뱅크 방안은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을 하나로 묶어 초대형 금융지주회사를 만든 뒤 단계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특히 기획재정부는 금융위의 이날 발표에 대해 “금융위의 입장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금융 산업 전반에 대한 세심한 검토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기획재정부가 문제로 삼는 것은 ‘덩치’ 문제다.산업은행의 총자산은 120조 원에 불과하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분을 보유하게 된 민간 기업 주식을 처분하고 정책 금융 기능을 분리할 경우 은행의 내재 가치는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판단이다.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에다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을 합치는 ‘메가뱅크’ 방안은 자산 규모가 540조 원에 이르기 때문에 국제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더 나아가 세 은행을 합치는 것이 민영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금융위의 지적도 ‘기우’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이 문제는 민영화 작업을 총괄 책임지고 있는 재정부와 금융공기업의 주무 기관인 금융위가 출범 후 첫 정책 공조 사안을 놓고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만약 기획재정부가 자신들의 안을 계속 밀어붙일 경우 충돌도 불가피해 보인다. 자칫 정권 초기부터 부처 사이에 불필요한 논쟁이 촉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재정부와 금융위는 조만간 태스크포스를 구성, 본격적인 의견 절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미 기획재정부는 금융위와의 교섭 창구를 어디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 상태다. 더 이상 논쟁하는 것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전 위원장도 기자간담회에서 그럴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는 “(메가뱅크 방안이) 물 건너갔다는 표현보다는 마지막 순간까지 더 나은 대안이 있는지 노력할 것”이라며 “장단점들을 비교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상헌 기자 ksh1231@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