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반면교사
최근 리서치 전문 회사 폴에버가 성인 남녀 1422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의 저력을 언제 느끼셨습니까?’라는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월드컵 거리 응원’이 73.7%로 1위를 차지했다.이어 2위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온 국민이 동참한 ‘IMF 금모으기 운동’이 복수 응답으로 54.3%였다. 3위는 ‘태안 봉사활동’이 53.4%를 차지했다. 작년 12월 기름 유출 사고로 태안 앞바다는 시커먼 기름때로 뒤덮였다. 하지만 시민단체, 기업체, 그리고 일반 시민들까지 자원봉사 대열의 합류해 인간 띠를 만들어 기름 잔해 제거 행렬에 동참한 결과 77일째인 2월 21일에는 자원봉사 100만 명을 돌파하는 태안의 기적을 만들어냈다.뒤이어 4위는 인터넷 강국(38.9%) 뉴스를 접했을 때, 5위는 촛불 시위(22.6%)를 할 때로 나타났다. 6위는 20.1%가 스포츠 경기 승리를 꼽았다. 수영에 박태환, 빙상에 김연아, 쇼트트랙에 송경택 등 한국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볼 때 대한민국의 저력을 느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세계 최고층 건물 시공(버즈두바이), 해외시장 개척, 한·일전 승리, 예술가의 세계적 활동, 국제대회 행사 개최 등이었다.하버드대 역사학회는 2005년에 1945년부터 60년간 세계의 대사건 두 가지를 언급했다.첫째는 3000년간 나라를 잃었던 이스라엘이 혈통을 유지하며 국가를 세운 일이고, 두 번째는 대한민국이 60년 만에 경제 성장을 동반한 민주주의의 완성을 이룩한 것이 가장 놀라운 사건이라고 짚었다. 1270년대 영국 크롬웰이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린 후 196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았던 서양의 예를 보면 그네들이 700년 걸려 이룩한 민주주의를 우리가 60년 만에 이뤄냈으니 그야말로 대사건답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과거 우리 역사를 보면 크게 두 번의 대실패가 있었다.고구려 연개소문이 당과 대립하다 죽고, 아들 남생과 남건이 대차게 분열해 투쟁한 결과 그 이후 우리는 고려와 조선을 이어오며 중국으로부터 모진 수모를 당하는 내용은 최근 사극에서 보는 것 이상이었다.두 번째는 대원군이 쇄국을 한 상태에서 명성황후라는 대항 세력이 출현해 양대 갈등 구조 속에 나라가 일본에 먹히는 수모를 당한 민족 고난의 36년 세월 또한 아프기 그지없다.대한민국의 저력을 얘기했고, 실패한 과거 두 역사적 사건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시대 상황이다. 우리 민족의 HR(인적 자원)의 DNA는 뭉치면 어느 민족보다 강해지는데 문을 닫고 외세와 대립한 상태에서 분열하면 망했다는 교훈은 시대를 넘나드는 숭고한 교훈이기 때문이다. 가정과 기업, 국가 어느 경제 주체 할 것 없이 강하게 뭉치게 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특히, 작은 기업일수록 합의(Consensus) 도출을 통한 목표 달성 지향 의지가 기업 등 경제 주체를 살리는 길임은 두 말할 여지가 없는데, 그럴 수 있는 리더의 유무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보통 사람과 리더의 차이는 미래를 향한 꿈을 꿀 줄 안다는 것이고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지로 구분될 수 있다.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 목표 성과를 어떻게 실현해 낼지 아는 사람이다. 또한 이 시대의 리더는 과거와 달리 글로벌적 감각으로 문을 활짝 열 줄 알아야 하고 다양성과 사회적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 비전과 가치를 창출해 성과로 연결할 책임 있는 사람이 리더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보다 다른 조직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성과를 통해 잠재력을 파악하는 것이지 잠재력을 통해 성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해 확실한 비전을 만들고 조직원과 공유함으로써 전체를 움직이는 힘을 결집할 수 있어야 한다.현재 미국발(發) 경제 불황으로 우리 경제가 큰 늪에 빠질 것이라는 마타도어까지 난무하는 상황이다. 기업이나 국가가 폐쇄되지 않고 분열하지 않으며 개개인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리더의 몫이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시점이다.이상철·위드스탭스 대표이사©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