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미식당

간장게장은 짜고 비리다는 편견을 버려라. 평소 간장게장을 즐기지 않던 이도 뒤로 넘어가고,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반기는 곳이 ‘진미식당’이다. 진미식당의 메뉴는 2만5000원짜리 간장게장 단 하나다. 알이 꽉 찬 게장에 철따라 나는 나물, 계란찜, 국물이 함께 올라온다. 젓가락으로 게살을 발라 먹고 쪽쪽 소리 나게 다리까지 섭렵한 후,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다 보면 밥 한 공기가 턱없이 부족하다.진미식당의 주인 모녀는 6년 전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에 자리를 잡고 식당을 시작했다. 충남 서산이 고향인 어머니가 할머니의 손맛을 기억해 냈고, 딸이 어머니를 도와 손님이 끊이지 않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식탁 다섯 개가 전부인 작은 공간에서 시작해 얼마전 두 배로 늘려 이전했다. 처음에는 간장게장 외에 비빔밥과 칼국수도 팔았다. 점차 손님들의 호응이 간장게장으로 모이자 한 가지 메뉴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가격도 1만5000원에서 시작해 식재료 값이 오르는 것에 따라 조금씩만 올렸다.이곳의 꽃게는 서산을 비롯한 서해 바다에서 잡힌 것들이다. 40년 동안 대천 서산 만리포 소래를 다니며 꽃게를 잡아 온 어부와 직거래하고 있다. 해마다 6월과 12월 무렵 잡힌 살이 실한 꽃게를 10kg들이 1000상자씩 구입해 섭씨 마이너스 35도에서 급속 냉동, 보관한다. 이렇게 보관해 놓은 꽃게로 매일같이 게장을 담그는 것이다.간장은 게를 손질하다가 떨어져 나온 다리에 생강 양파 대파 무 청양고추 등 갖은 양념을 넣어 푹 고아낸다. 양념에도 예부터 유명한 서산 생강을 쓴다. 초창기에는 한약재 같은 것을 넣어 변화를 주었는데 아무래도 맛은 전통적인 우리 양념이 최고라는 결론을 내렸다. 식힌 간장에 담근 게장은 사흘 후면 손님상에 올린다.열 가지 정도 딸려 나오는 음식들 역시 맛깔스럽기만 하다. 중림시장과 영일시장 등 새벽시장을 돌아다니며 참죽의 새순을 말린 가죽나물처럼 흔히 볼 수 없는 재료들을 구한다. 서울에서 구하는 재료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일요일에는 서산 등지의 시골 시장도 찾아간다. 특히 감태는 진미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미역과의 감태는 돌김과 비슷한 맛으로, 게장에 비빈 밥을 싸서 먹기에 궁합이 좋다. 싱싱한 어리굴젓도 진미식당 밑반찬의 대표 주자다.이곳 주인이 반찬거리를 고르는 기준은 도시 사람들이 흔히 볼 수 없는 음식이다. 간장게장 국물에 늙은 호박을 넣어 끓인 찌개 ‘겟국지’ 같은 메뉴가 그렇다.오전 11시 30분부터 문을 열고 밤 9시 정도면 저녁 장사가 어느 정도 정리된다. 워낙 알음알음으로 소문난 집이라 예약을 하지 않으면 제시간에 먹기가 힘들다. 토요일에는 가족 손님들이 많아 식사 때가 아닌 시간에도 자리가 없고, 일요일 하루는 문을 닫는다. 일본어 서울 여행 정보 사이트 ‘서울나비’에 소개된 이후 일본인 관광객들도 한국인만큼이나 많이 찾아온다.진미식당 안에는 한국과 일본의 언론 매체에 소개된 사진과 이곳을 자주 찾는 연예인들의 사인이 가득하다. ‘TV 출연’이나 ‘~에 소개된 집’은 소문만 요란하고 맛과 서비스가 별로인 경우가 많지만 진미식당은 입소문 그대로의 맛과 서비스를 보증한다.김희연·객원기자 foolfo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