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국제경영원 ‘문화·예술 최고위과정’
올 초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한항공이 그동안 박물관의 작품 해설 장비 현대화 작업을 후원한 공로로 한국어 서비스를 성사시킨 결과다. 최근 현대카드는 팝아트적인 이미지로 꾸민 회사 로비를 CF를 통해 보여주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나은행은 프랑스의 피에르 레이노의 작품 ‘화분(Le POT)’ 이미지를 적용해 추상적인 금융 상품을 ‘쑥쑥 키우는’ 살림 용품처럼 인식시키는 데 성공했다.바야흐로 문화의 시대다. 엄밀히 말하면 ‘문화 경영’의 시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최근 불고 있는 문화·예술 붐은 인문학적인 차원이 아니라 기업과 경영인들 사이에 불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이 단순히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그 부가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컬처노믹스(문화라는 뜻의 컬처와 경제라는 뜻의 이코노믹스를 섞은 신조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컬처노믹스가 경영계의 최고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요구되는 덕목 중 하나로 문화·예술에 대한 안목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의 최고 결정권자로서 시대의 흐름을 읽고 적극적으로 경영에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경영인들을 대상으로 한 와인 강좌, 미술 강좌, 스포츠댄스 강좌들도 늘어나고 있다.전경련 부설 국제경영원(IMI)은 최근 늘어나는 문화·예술 강좌에 대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문화·예술 최고위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경영원 측은 “문화·예술에 대한 개별 강좌들은 많지만 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경영에 직접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종합적·체계적인 교육은 없었다”며 “국제경영원은 지난해 최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선도적으로 이를 시작했다”며 개설 동기를 설명했다.지난해 6월 21일~11월 29일 매주 목요일 진행된 1기 교육과정에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특강을 시작으로 총 19회의 강의가 이뤄졌다. 기업 경영인뿐만 아니라 미술관장, 사진작가, 오페라단장, 국악단장, 무형문화재, 지자체장 등 총 35명이 수료했다. 기존 최고경영자과정과 달리 문화·예술계 인사와 기업인들이 함께 교류하며 토론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1기 자치회 회장을 맡았던 민경서 이화산업 대표이사는 “서울와인클럽 김준철 원장과의 와인 시음회, 청담동 댄스커뮤니티홀 라모스의 정경임 원장과의 댄스 체험, 김홍남 관장과 함께하는 국립중앙박물관 관람 등을 통해 바쁜 회사 생활 중 잠시나마 인생의 여유와 생활의 활력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소회를 전했다. 자치회 운영위원장이었던 이재만 씨모텍 대표이사는 “정신적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가 됐을 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어 새로운 사업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올해는 4월 24일 첫 수업이 시작된다.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전경련회관 3층 강의실에서 80분 강의가 2회 진행된다. 지난해 강의한 김준철 원장, 정경임 원장 외에도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가 만화에 대해 강의하고 오픈옥션 이금룡 대표가 미술 경매를 통한 아트테크 강의를, 장동익 포토맥스 대표가 스튜디오 사진 촬영 실습을 진행한다. 이 외에도 리움미술관 큐레이터의 미술 강의, 연세대 이병종 교수의 건축과 디자인 강의, 박초연 바이올리니스트의 클래식 음악 강의, 김학민 연출가의 오페라 강의 등이 마련돼 있다.기본과정에 이어 심화과정으로 매년 서로 다른 테마가 진행되는데 올해는 ‘러시아의 문화와 예술’을 주제로 삼았다. 러시아 문학, 미술, 발레·오페라에 대한 강의에 이어 6월 말 5박6일 일정으로 러시아 문화 답사가 예정돼 있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