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는 소비재, 내구재, 서비스재 등 세 부문의 산업군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소비재 분야에서는 남성정장·식용유·엔진오일·여성기초화장품·캐주얼의류·휘발유 등 총 75개 품목을, 내구재는 가정용보일러·공기청정기·식기세척기·홈오토메이션 등 총 42개 품목을, 서비스재는 고속버스·렌터카·백화점·아파트·유아교재·자동차정비·종합병원·학습지·콘도리조트·패밀리레스토랑 등 총 62개 품목을 조사했다.특히 10년째를 맞이하는 이번 조사에서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인터넷 기반 서비스 부문의 조사를 강화했다. 또한 3G, IP TV(인터넷 전화) 등 정보통신 분야와 그 외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종합 보험, 펀드 운용 등의 금융 서비스 분야 및 면세점 등의 유통 서비스 부문을 새롭게 추가해 조사 범위를 전 산업으로 확대했다는 점이 특징이다.KMAC 김명현 마케팅BU장은 “이번 K-BPI는 지난 10년 동안 우리 산업계에 영향을 준 브랜드 파워를 결산하는 가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MAC 측은 “10년 연속 브랜드 파워 1위에 오른 기업들은 모두 강력한 브랜드 명성을 가지고, 대부분 시장 형성 초기에 브랜드 경쟁에서 승리했으며, 전문 영역을 구축해 가는 브랜드들이 산업계에서 크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앞으로 브랜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브랜드화를 통한 새로운 마켓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도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먼저 내구재 산업은 소비자들이 고심해서 브랜드를 선택하는 분야다. 글로벌 브랜드와의 각축전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꾸준히 유지하는 브랜드들이 1위를 지킬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웅진코웨이(정수기), 매직스테이션(데스크톱 컴퓨터), BIF보루네오(주거용 가구), 에이스침대(침대) 등 총 9개 브랜드가 10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승용차타이어 부문에서 한국타이어가 6년 연속 1위로 나타났으며, 올해 처음 조사된 음식물 처리기 부문에서는 비움이 첫 1위에 올랐다.가정용 생활용품이 다수 포함돼 있는 소비재 산업에서는 청정원순창(고추장), 새우깡(과자), 한국야쿠르트(유산균 발효유), ZIC XQ(엔진오일) 등 전통 브랜드가 10년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정관장(인삼), 부라보콘(아이스크림)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년 연속 1위를 차지해 전통 브랜드 1위 대열에 동참했다.서비스 산업에서는 눈높이(학습지), 금호고속(고속버스), 금호렌터카(렌터카), 스피드메이트(자동차 정비), 한화리조트(콘도·리조트), 우체국택배(택배 서비스) 등이 대표 브랜드로 조사됐다. 서비스 부문 역시 대부분의 1위 브랜드들이 오랜 세월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소비 생활의 변화와 함께 올해 조사 대상에 새롭게 추가된 분야들도 있다. 복합 오븐(동양매직 매직스팀오븐), 음식물 처리기(린나이코리아 비움), 대형 슈퍼마켓(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씨푸드 레스토랑(CJ푸드빌 씨푸드오션), 한방병원(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종합 보험(올라이프 슈퍼보험) 등이다. 식생활을 포함한 이른바 웰빙 관련한 분야들로 달라진 생활 패턴을 볼 수 있다.이 밖에도 온라인 부문이 대거 추가됐다. 사이버대학(열린사이버대학교), 온라인 예매 사이트(인터파크), 온라인 외국어 학원(YBM시사닷컴), 온라인 자동차 매매(엔카), 온라인 중등 교육(메가스터디), 인터넷 서점(교보문고) 등이다.대부분의 1위 브랜드가 수성을 하고 있는 가운데 1위가 교체된 부문도 있다. 가공 우유에서는 빙그레 바나나우유가 지난해 1위인 서울 가공 우유를 눌렀다. 가정용 바닥재 부문에서는 동화자연마루가 정상에 올라섰다. 건전지의 에너자이저, 스포츠 음료의 포카리스웨트, 이유식 남양유업 스텝, 종합 감기약 동화약품공업 판콜에이 등이 지난해 1위를 물리친 브랜드들이다.지난 10년간 K-BPI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넘버원 브랜드의 지위가 공고하다는 점이다. 1999년 79개 산업군을 발표한 후 10년 동안 조사 발표된 71개 산업군 중 절반이 넘는 52%인 37개의 산업군이 브랜드 파워 1위를 유지해 왔다.대표적으로 핸드폰 부문에 애니콜, 정수기 부문에 웅진코웨이, 가정용 보일러 부문에 귀뚜라미, 휘발유 부문에 SK엔크린, 신용카드 부문에 비씨카드, 백화점 부문에 롯데백화점, 학습지 부문에 눈높이, 생명보험 부문에 삼성생명보험, 할인점 부문에 이마트 등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브랜드 파워를 지키고 있는 브랜드들이다. 뒤를 이어 영창피아노와 해표가 9년간, 서울대학교병원이 종합 병원 부문에서 8년간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고 있다.또한 브랜드 파워 1위를 강력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형성되는 경쟁 초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서비스재 패밀리레스토랑 부문의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TGI프라이데이와 베니건스의 선두 경쟁 속에서 1위로 올라선 사례다. 아웃백은 4년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이번 한국 산업의 브랜드 파워 조사 결과를 살펴볼 때 1위 브랜드들은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소비재 생활용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헤라, 설화수 등이 좋은 사례다. 생리대 부문의 화이트나 캐주얼 의류의 빈폴 등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다음으로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특정 전문 영역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브랜드들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정수기의 코웨이를 필두로 공기 청정기의 케어스, 비데의 룰루까지 생활 가전 기업으로 자리를 잡은 웅진코웨이가 대표적이다. 매직 식기 세척기와 스팀 오븐의 동양매직도 주방가전 기업이라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브랜드의 수명이 긴 장수 브랜드들의 생존도 특이할 만한 부분이다. 브랜드 1위를 차지한 장수 브랜드들은 브랜드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 해태제과의 부라보콘, 오뚜기3분요리, 붙이는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 동원참치 등이 브랜드 리뉴얼과 지속 관리로 1위를 차지한 기업들이다.브랜드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재구성한 사례도 있다. 소비자가 직접 접하기 어려운 품목인 창호재를 브랜드화한 지인이나 전통 건강 식품인 인삼을 브랜드화한 정관장이 대표적이다.또한 자동차 정비에서 서비스 표준화를 통해 브랜드를 만들어낸 SK네트웍스 스피드메이트와, 자동차 대여의 금호렌터카 등도 눈에 띈다. 농·축산물 분야에서도 브랜드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횡성한우, 임금님표이천쌀 등이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김희연 객원기자 foolfo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