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채용 동향&전략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연 60만 개, 5년간 300만 개 일자리 창출’을 간판 공약으로 내걸었다. 투자 활성화, 신성장 산업 육성, 분야별 취업 촉진책을 실시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구상이었다.1분기를 지나고 있는 지금,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들은 슬슬 신규 채용 준비에 나서고 있다. 다행히 스타트는 나쁘지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은 일제히 신규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늘리는 모습이다. 김화수 잡코리아 사장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과 기업들의 신사업 추진 등으로 올 상반기 채용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특히 중소기업 10개사 가운데 8개사가 상반기에 인력 채용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나 ‘훈풍’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공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취업문은 올해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공기업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인력 운영 방침 변경 가능성 때문에 채용 계획을 소극적으로 잡고 있는 까닭이다. 외국계 기업은 필요한 경우 소규모 인력을 뽑는 수시 채용 방식을 택하는 곳이 늘고 있다.잡코리아, 인크루트 등 온라인 채용 정보 업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대기업들은 지난해에 비해 채용 인원을 늘려 잡고 있다. 잡코리아가 국내 437개 기업(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2008년 상반기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8.3% 늘어난 1만5781명을 뽑을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일정이 ‘미정’이라고 답한 기업들이 채용에 나서면 증가 폭은 10% 안팎으로 더 늘어나게 된다.채용이 늘어나는 업종은 유통·무역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가율이 28.2%로 가장 높았다. 금융업(18.1%) 조선·중공업(14.9%) 식음료·외식업(10.9%)도 10% 이상의 채용 확대를 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운수업(마이너스 3.8%)과 제조업(마이너스 2.9%) 분야는 채용 규모가 다소 감소할 전망이다.대기업의 상반기 신규 인력 채용은 대부분 3월에서 5월까지 진행된다. 채용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그룹은 3월 11일에 원서 접수를 마감했고 750명을 뽑는 STX그룹은 3월 29일까지 원서를 접수하기로 했다.4월에는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가 지난해 상반기 200명보다 늘어난 300명 정도의 인력 채용을 계획하고 있고 IBK기업은행도 지난해 230명보다 늘어난 300명 정도의 신규 인력을 뽑을 예정이다. 5월에는 두산이 작년 상반기 수준인 300여 명을, 한국타이어가 150명의 인력 충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 밖에 두산인프라코어 120명(4월), GS리테일 100명(5월), 대림산업 100명(4월), LG상사 80명(5~6월), 한화 70명(3월 말), LG생명과학 60여 명(4~5월) 등의 채용이 진행될 예정이다.올해 신규 인력 채용에 숨통을 틔우는 중소기업도 적지 않다. 취업 사이트 사람인이 직원 수 300명 이하 중소기업 50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80.4%인 409개사가 “올 상반기 신규 인력 채용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채용 형태는 77%가 ‘신입, 경력 모두’라고 대답했고 채용 규모는 ‘10명 미만’이 80.2%로 가장 많았다. 특히 중소기업들 가운데 3분의 1인 33.3%가 ‘지난해에 비해 채용 규모가 늘었다’고 답해 신규 사업 투자와 경기 회복 기대를 반영했다.중소기업의 이 같은 기대 심리는 취업·인사 포털 인크루트의 조사 결과에서도 감지된다. 인크루트가 135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62.2%인 84개사가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채용 규모가 늘었거나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반면 구직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공기업과 외국계 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취업문이 좁아졌다. 외국계 기업은 잡코리아가 국내 거주 외국계 기업 9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기업 중 절반 이상인 54개사가 “올 상반기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대신 수시 채용을 통해 소수의 필요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답이 많았다.공기업이나 공무원 채용 시장도 문턱이 높긴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인크루트가 49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채용 계획을 확정한 33개사의 채용 규모는 2370명으로 지난해 3048명보다 22.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공무원 감축 등 인력 계획 방침이 바뀌고 있는데다 구조조정 및 민영화 압박도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 공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공기업 채용 규모가 대폭 줄어든 반면 연령 학력 등 입사 지원 자격이 크게 완화돼 치열한 입사 경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그렇다면 올해 기업들은 어떤 인재를 뽑으려고 할까. 역시 ‘창의’ ‘도전’ 등 젊은이가 가져야 할 덕목이 공통적으로 꼽혔다. 인크루트가 매출 기준 30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조사한 결과 ‘창의’ ‘도전’은 거의 모든 기업이 내세우는 공통 키워드였다. 또 서비스업은 ‘고객 마인드’, 제조업은 ‘도전정신, 실행력’이 핵심으로 대두됐다. 또 국제적 감각, 글로벌 마인드도 ‘필수’에 속하는 인재상으로 나타났다. SK에너지 포스코 에쓰오일 SK텔레콤 LG화학 대한항공 등은 외국어 능력을 중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이 같은 인재상은 큰 테두리에서 비슷하지만 업종별로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 금융업은 고객의 자산을 다루는 업종인 만큼 정직과 신뢰 같은 윤리에 대한 자세가 중시된다. 반면 서비스 업종은 ‘고객’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KT, SK텔레콤은 각각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의 요구가 무엇이고, 고객의 관점에서 함께 희로애락을 느끼는’ 사람을 ‘인재’로 보고 있다. 또 전통적인 제조업 계열 대기업들은 도전의식이나 승부 근성, 실행력을 강조하고 있다.각 기업들이 세워 놓은 고유의 인재상은 창업주나 경영주의 철학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이는 어떤 부분을 더 강조하느냐에 따라 입사 당락이 결정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광석 대표는 “입사 시험의 정답은 인재상 파악에 달렸다”고 말하고 “홈페이지 등에 노출돼 있는 인재상을 분석하고 자신이 그에 부합하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매출액 1위 삼성전자는 열린 마음, 열린 머리, 열린 행동 등 ‘열린 태도’를 강조한다. 변화를 리드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인재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열린 마음과 변화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 지론이기도 하다.현대자동차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제일로 친다. 이는 같은 뿌리를 가진 현대중공업 역시 마찬가지다. 정주영 창업주의 조선업 개척기를 CF로 제작한 것에서 보듯 ‘불가능은 없다는 신념으로 신세계를 개척하는 인재’를 첫손에 꼽고 있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