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취업시장 트렌드
올해 상반기 채용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불확실’성이다. 각 취업 포털사가 작년 말 2008년 기업들의 2008년 채용 계획을 물었을 때만 해도 ‘보합’에 그쳤다. 하지만 새출발한 이명박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기업들도 이에 부응해 신규 채용 인력을 늘려 잡아 호전되는 듯 보였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 불안 때문에 썩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다.채용 방식도 더 복잡해지고 있다.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대기업 3곳 중 1곳이 우수 인력을 뽑기 위해 채용 방식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가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6일까지 매출액 순위 상위 100대 기업 중 94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8년 신규 인력 채용 시스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31.9%(30개 사)가 ‘올해 채용 방식 중 바뀌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김기태 커리어 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한숨만 쉴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공략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취업 시장의 동향과 기업별 전형의 특징을 사전에 파악해 두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올해 취업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영어 말하기 능력 기준 강화다. 기업들이 경험을 통해 토익 등 공인 어학 성적이 회화 능력의 척도가 되기 힘들다고 판단,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접 회화 테스트를 하는 경향이 늘고 있는 것. 잡코리아의 조사에서도 올해 채용 방식 중 바뀌는 부분이 있다고 밝힌 기업 중 36.7%가 ‘영어 면접(인터뷰) 도입이나 영어 말하기 시험 도입’을 꼽았다.그동안 주요 기업에서는 영어 면접을 통해 말하기 능력을 평가해 왔으나 그 기준이 모호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토익(TOEIC) 말하기 시험이나 오픽(OPIc: 영어회화 능력 테스트) 등을 통해 영어 말하기의 평가 기준이 보다 객관적이고 엄격해질 전망이다. 반면 토익 점수는 서류 전형을 통과하는 커트라인으로만 삼거나 점수가 높으면 가산점을 주는 선에서 활용되는 등 영어 평가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삼성그룹은 올 상반기부터 기존 필기시험(TOEIC·TEPS·TOEFL)뿐만 아니라 영어 말하기 등급을 응시 자격에 추가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실무 평가에서 토익 말하기와 쓰기 시험을 실시하며 CJ그룹도 4차 면접 후 오픽을 치른다. 또 현대자동차 GS건설 LG전자 포스코 대림산업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이 오픽이나 토익 스피킹 시험, 영어 면접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GS칼텍스가 올 상반기 인턴 사원을 채용할 때 어학 능력이 필요한 부서의 경우 영어 회화 면접을 도입할 예정이고 두산그룹 쌍용건설도 영어 회화 실력 평가를 강화할 예정이다.영어 면접도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원어민 면접관 대동(대림산업), 조별로 영어 인터뷰를 진행해 외국어 순발력을 평가하는 상황 설정 면접(STX), 자신의 성격, 업무 능력 등을 영어로 설명(SK C&C)하는 등 그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취업 포털 사람인 관계자는 “글로벌 인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는 만큼 영어 외에도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회화 중심의 외국어 능력을 갖추는 것도 유리하다”고 말했다.또 다른 변화는 ‘직무 적성, 인성 검사’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인·적성검사는 아이큐 테스트라고 생각해 수험생들이 별도의 준비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널려 있는 ‘똑똑하지만 일반적인 인재’보다 ‘기업·조직 문화에 맞는 인재’를 선별하기 위한 인사 담당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승은 인크루트 팀장은 “각 기업의 인·적성검사는 일종의 ‘역산(逆算)’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즉, 그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성향을 조사한 후 이를 문제화해 비슷한 성향의 지원자를 찾는 시스템이다. 최 팀장은 “인·적성검사를 잘 분석하면 그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귀띔했다.대표적인 인·적성검사로는 삼성의 SSAT, CJ의 BJItest, SK의 종합적성검사, 한화의 HAT, 두산의 DCAT, STX의 SCCT 등이 있다. 이처럼 기업마다 자체 시험을 개발,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홈페이지에 있는 각종 정보를 비롯해 인맥이나 여러 취업 커뮤니티를 통해 관련 정보를 취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관련된 모의 테스트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과거 서류 전형과 면접으로 대변되던 채용 절차 역시 다양화·세분화되는 추세다. 그만큼 기업별로 자사 인재상에 걸맞은 인재를 찾기 위한 방안이 정교해지고 있는 것. 또 직군별로 면접 방식을 다르게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취업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이런 경향이 더욱 짙어질 것으로 내다봤다.특히 최근 기업들 토론 면접, 프레젠테이션 면접, 심층면접, 합숙 면접, 현장 체험 면접 등 여러 형태를 도입하고 있는데, 단순히 한두 가지 면접을 진행하기보다는 각종 방식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자사 만의 채용 문화로 만들어가고 있는 추세다. 또 운동을 시켜보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장소에서 면접을 진행하거나 당황스러운 주문에 대한 순발력을 보는 등 기업마다 고유한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면접에서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과거 일차원적인 질의응답에서 벗어나 시트콤형 수능형 브리핑형 조합형 검증형 등으로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따라서 올해에도 여기저기 문어발식 지원을 하기보다 목표 기업을 정한 후 보다 심층적이고 복합적인 채용에 대비하는 맞춤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예를 들어 우리은행의 합숙 면접은 2박3일 동안 프레젠테이션, 조별 토론, 인맥 확인 게임, 금융상품 이해도 확인 테스트 등을 받는다. 이때 지원자 1인당 35명의 면접관이 투입돼 기상부터 취침까지 응시생을 평가한다. 포스코도 1박2일 동안 직무 역량 평가가 이뤄지는데 프레젠테이션 발표, 집단 토론, 외국어 구술 능력 평가, 개별 면접 등으로 구성돼 있다. 외환은행은 2박3일 동안 합숙을 통해 창의성과 즉흥적 대응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늘면서 해외 우수 인력 채용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예전에는 건설, 금융 등 일부 분야에서 해외 인재를 뽑았으나 점차 화학이나 정보통신 업계 등 영역을 불문하고 해외 채용을 넓혀가는 추세이며 정규직원 채용뿐만 아니라 인턴십까지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LG화학은 ‘BC(Business&Campus Tour) 투어’ 등을 통해 해외 우수 인재를 직접 유치할 예정이며, 2002년부터 글로벌 인재 채용을 진행해 오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중국 시장 공략 강화에 발맞춰 올해 처음으로 중국 마케팅 전문 인력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한편, 기업과 제품, 서비스 브랜드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던 기업들은 ‘고용 브랜드(Employment Brand) 강화’에도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채용 페이지를 블로그 형태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친근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곳(엔씨소프트), 공장에서 채용 설명회를 하는 곳(현대오일뱅크), 또 게임 대회가 열리는 현장에서 입사 지원서를 접수하는 곳(블리자드엔터네인먼트 코리아)이 있는가 하면 면접 대상자를 아예 해외 지사가 있는 외국 현장에 데리고 나가 평가(LG생활건강)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채용 마케팅의 사례를 볼 수 있었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