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지난 3월 12일 2008년 2월 고용 동향을 발표했다. 실업자와 취업자의 합인 경제활동인구가 2370만 명, 그 가운데 실업자는 82만 명으로 실업률은 3.5%에 불과했다. 실업률로만 보면 언뜻 완전 고용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내용은 정반대다.먼저, 비록 취업자에 속한다고는 하지만 자영업주가 581만 명, 그리고 무급 가족 종사자가 569만 명이나 돼 선진국과 비교할 때 불완전한 형태의 취업이 의외로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취업자나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준비하는 인구가 61만 명,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인구가 163만 명이나 된다. 즉, 이들은 비록 최근에 직장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지는 않았지만 마땅한 일거리가 주어진다면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란 측면에서 실제로는 실업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인구를 실업자 수에 더해보면 305만 명이나 된다. 다시 말해 많은 근로자가 취업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직장에 다니고 있지 않으며, 실제 실업자로 분류되지는 않더라도 사실상 실업자에 가까운 인구가 많다는 것이다.다행스럽게도 올해 취업 시장은 그리 나빠 보이지만은 않는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업들이 이에 화답하듯 신규 채용 규모를 늘리고 있는 모습이다.잡코리아가 국내 437개 기업의 상반기 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8.3%가 늘어난 1만5781명을 뽑을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채용 일정이 ‘미정’이라고 답한 기업이 채용에 나서면 10%도 가능하다.중소기업도 나쁘지 않다. 취업 사이트 사람인이 509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4%가 ‘올 상반기 신규 인력 채용 계획이 있다’고 밝혔으며 인크루트가 135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2.2%가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채용 규모가 늘었거나 늘릴 계획’이라고 대답했다.하지만 최근의 글로벌 금융 불안과 원자재 가격 급상승으로 인해 상황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건이 급작스레 나빠진 만큼 기업들이 계획대로 ‘밀어붙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공기업과 한국 시장에 대해 ‘관망’ 중인 외국계 기업의 취업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실제로 인크루트가 지난 1월 49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채용계획을 확정한 33개사의 채용 규모는 2370명으로 지난해 3048명보다 22.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올해부터는 기업들이 영어 말하기 시험 도입, 인·적성검사 강화 등을 통해 더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채용 절차도 단순히 서류와 면접이 아닌 토론 면접, 프레젠테이션 면접, 합숙 면접 등 복잡해지고 있다.이처럼 불확실한 채용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은 ‘실력’과 ‘전략’이다. 전 세계가 경쟁의 무대가 되면서 자신의 이 같은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인재는 누구라도 승전고를 울릴 수 있다. 한 컨설턴트는 “식품회사의 면접장에서 ‘세계 일주를 하며 유명한 레스토랑의 음식을 모두 먹어보고 그에 대한 보고서를 낸 인재’를 어느 면접관이 탈락시키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경력직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 온 인재라면, 그리고 그 커리어를 잘 포장할 줄 아는 인재라면 기업이 알아서 찾아온다.한 취업 준비생이 삼성전자 면접 시험장에 휴대전화를 들고 들어갔다가 전화벨이 울렸다. 분위기가 싸늘해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그의 휴대폰은 LG전자 제품이었다. 현장은 더욱 얼어붙었다. 면접관은 그에게 물었다. “왜 LG전자 휴대폰을 쓰는지 영어로 설명하라.” 그리 유창하지 않은 영어 실력을 가진 취업 준비생은 잠시 고민 후 이렇게 말했다. “싸이언 아이디 ‘어’~.” 그가 합격한 건 당연하다. ‘실력’과 ‘전략’이 남과 비슷하거나 못하다면 ‘배짱’이라도 가지고 도전해 보자. 그의 이야기는 실제이기 때문이다.‘창의성과 도전정신’도 모든 기업이 내세우는 인재의 키워드다. 인크루트가 매출 기준 30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조사한 결과 ‘창의’와 ‘도전’이 신입사원이 가져야 할 덕목으로 꼽혔다. 사람인의 조사에서도 인재가 갖춰야 할 항목으로 창의성(70%, 복수 응답), 도전정신(50%)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경력직의 채용 전망은 업종에 따라 갈린다. 건설·중공업의 경우 채용 인원이 전년에 비해 감소 추세에 있지만, 플랜트 건설이나 해외 부동산 개발에 대한 인력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화학 업종 역시 그리 밝지 않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와 자원 개발 전문가는 ‘이 분야로의 이직이 고려될’ 정도로 수요가 많다.금융 업종의 취업 시장은 ‘전쟁터’다. 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두고 관련된 전문 인력 쟁탈전이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모든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인수·합병 전문가나 부동산 투자 인력 등은 ‘귀하신 몸’이다.기계 업종은 경영 혁신이나 기술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석·박사 학위의 대기업 출신 혹은 컨설팅 회사의 전략 기획 분야 전문가나 대기업 출신이 선호된다. 소비재 분야는 프리미엄 마케팅에 능한 외국계 소비재 회사의 마케팅 담당 임원이 ‘타깃’이고, 의료 제약 분야에선 임상시험 모니터 요원이나 메디컬 어드바이저(의료 고문) 등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다.전자 반도체 업종에서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하반기 낸드플래시의 2차 성장 시대로 본격 진입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평판 디스플레이의 수요 증가가 예상돼 관련 산업군의 스카우트전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