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지만 한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제품이 있다. 바로 핀란드 노키아의 휴대전화다. 세계를 호령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선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던 이 노키아의 휴대전화를 이르면 올 연말 국내에서 다시 만나게 될 전망이다.경남 마산에서 노키아 휴대전화를 생산하고 있는 노키아TMC의 김기순 사장은 지난 12일 서울대 공대에서 ‘세계 이동통신 시장의 현황과 전망’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이르면 올해 말에 국내에서도 노키아 휴대전화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노키아는 마케팅 전략상 퀄컴 칩을 사용하는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방식이 일시적이라고 보고 한국 시장을 떠났지만 이제 3세대 WCDMA(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 시대로 온 만큼 국내에도 곧 진출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노키아는 사용자 환경이 매우 편리한 게 특징인데 퀄컴의 방식을 쓰게 되면 제약을 받게 돼 퀄컴을 쓰지 않았고 CDMA 방식을 쓰는 한국 시장과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단말기는 모든 것을 다 구현하는 모바일 컴퓨터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노키아 역시 스마트폰에 초점을 둔 멀티미디어 컴퓨터 ‘N96’을 선보이는 한편 인터넷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로 단말기와 인터넷을 연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2001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노키아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업체들에 밀려 2003년 1월 철수했다. 그러나 1984년부터 마산시 수출자유구역에서 노키아 휴대전화를 생산해 온 생산법인 노키아TMC는 여전히 공장을 가동 중이다.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시장이 미국식 2세대에서 노키아가 원천기술을 많이 갖고 있는 유럽식 3세대 서비스로 넘어가고 있어 노키아의 재진출 시기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하지만 정작 노키아 측에서는 아직까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 시장 조사와 마케팅 등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노키아의 김지원 이사는 “한국 시장 재진출을 위한 기술적인 검토를 해 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회사 전체 차원에서 진출 시기 등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노키아TMC 김기순 사장의 말씀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나온 것으로 구체적인 우리의 향후 계획이라기보다 희망 섞인 바람을 이야기한 것으로 해석해 달라”고 당부했다.그렇지만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모토로라 등 국내에 진출해 있는 휴대전화 업체들은 노키아의 재진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비록 한국 시장에서 재미를 보지는 못했지만 노키아는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40%를 점유하는 거대 공룡 기업이기 때문이다.삼성전자 관계자는 “여러 가지 여건을 종합해 보면 올해 안에 노키아가 국내 시장에 재진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한국 휴대전화 시장이 3세대 서비스로 넘어가고 있어 외국계 기업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노키아가 세계적인 거대 기업이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LG전자 관계자는 “노키아가 다시 한국 시장에 컴백한다고 해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는 한국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에 맞춰 휴대전화를 발 빠르게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김재창 기자 changs@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