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희멀건 낯빛에 붕어처럼 톡 튀어나온 눈, 지독하게도 뒤죽박죽으로 입안을 점령한 뻐드렁니. 소심해 보이면서도 옅은 광기가 서려 있는 얼굴의 이 남자를 관객들은 주로 미치광이, 살인범, 혹은 지독한 루저로 기억할 것이다. 그의 이름은 스티브 부세미다. ‘파고’ ‘미스터리 트레인’ ‘저수지의 개들’ 등 코엔 형제, 짐 자무시, 쿠엔틴 타란티노 등의 거장들과 수차례 손발을 맞추고 ‘콘에어’ ‘아마게돈’과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담당했던 그는 배우인 동시에 감독이기도 하다. 부세미의 4번째 장편 연출작인 ‘인터뷰’는 2003년 네덜란드 감독인 테오 반 고흐가 만든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작품. 벼락처럼 뇌리에 박히는 특이한 외모만큼이나 특출한 연기력과 연출력을 두 눈으로 검증해 볼 수 있는 기회다.주로 중대한 정치적 사안들을 취재하는 기자 피에르(스티브 부세미 분)는 어느 날 금발의 미녀 스타 카티야(시에나 밀러 분)를 인터뷰하라는 명을 받는다. B급 공포영화를 거쳐 할리우드 스타의 전당에 입성한 카티야는 집에서 뒹굴뒹굴하다 1시간 늦게 약속 자리에 나타나고, 가뜩이나 억지로 취재 나온 피에르는 망설임 없이 독설을 퍼붓는다. 카티야 또한 자신의 출연작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무성의와 공격적인 대화로 일관하는 그에게 화가 나서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인터뷰의 1막 종결. 하지만 돌아가던 중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피에르가 머리를 다치면서 카티야는 응급치료를 위해 그를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간다. 술잔을 부딪치며 서로를 슬금슬금 탐색하기 시작하면서 인터뷰의 2막이 오른다.제목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인터뷰 하나로 구성된 ‘인터뷰’는 팽팽하게 짜인 연극을 연상케 한다. 하나의 무대를 설정하고 등장인물 단 두 사람의 대화와 심리 묘사 만으로 극을 끌고 가는 영화는 피비린내 나는 사건이나 현란한 효과 없이도 심장을 쥐락펴락하는 긴장감이 가능하다는 것을 훌륭하게 입증한다. 서로의 속내를 탐색하며 상대의 약점을 움켜쥐려는 피에르와 카티야는 마치 포커 판에 앉은 플레이어들과 같다. 이들이 하나 둘씩 패를 자신의 패를 내밀 때마다, 관객 또한 조금씩 그들 개인에 대한 단서를 얻으며 자연스레 게임에 동참한다. 하지만 십중팔구 대다수의 관객들이 승리의 트로피를 한쪽으로 밀어놓았을 즈음, 영화는 일순간에 전세를 뒤집는 결정적인 히든카드를 내놓는다. 최소의 장치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두뇌게임. ‘인터뷰’는 두 사람의 역학관계 하나 만으로도 짜릿한 카타르시스가 가능하다는 영민하고도 대담한 영화적 도전의 결과다.볼린 가의 아름다운 딸 앤 볼린(나탈리 포트만 분)은 영국의 국왕 헨리 8세(에릭 바나 분)를 유혹해 권력과 명예를 얻으려고 한다. 그러나 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동생 메리(스칼릿 조핸슨 분). 왕의 총애를 받던 메리가 아이를 임신하며 왕과의 동침이 불가능해지자 메리에 대한 질투와 증오로 기회를 엿보던 앤은 동생의 자리를 차지하고자 왕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16세기 영국 국왕 헨리 8세를 둘러싼 일화를 그린 대형 시대극으로, ‘피쉬 가족과의 하룻밤’의 영국감독 저스틴 채드윅이 메가폰을 잡았다.18세기 영국의 국회의원 윌리엄 월버포스는 정치에 탁월한 재능이 있지만 신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자신이 가진 정치적 영향력으로 불의와 싸우고자 결심한 그는 잔악한 노예 제도를 폐지하는 데 앞장선다. 그와 동료들은 청원과 군중집회 등을 통해 뜻을 펴고자 하지만 국왕을 비롯한 권력 세력들에 부딪쳐 난항을 겪는다. 18세기 영국에서 노예 제도 반대 운동을 펼쳐 노예무역폐지법을 성립시킨 이상주의 정치인 윌리엄 윌버포스의 젊은 시절을 대형 스크린으로 옮긴 전기 드라마. ‘넬’ ‘이너프’의 마이클 앱티드 감독 연출작.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스코틀랜드. 호기심 많은 소년 앵거스는 네스 호 주변에서 신비로운 알을 발견한다. 밤사이 알이 부화해 전설속의 괴물이 태어나고, 앵거스는 ‘크루소’라는 이름을 붙여 몰래 키우기 시작한다.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는 크루소를 더 이상 집에서 키울 수 없게 된 앵거스는 크루소를 네스 호로 보내지만 크루소가 사람들의 공격을 받게 되자 그를 지키기 위해 나선다. 영국작가 딕 킹-스미스가 쓴 동명의 아동용 판타지 소설을 대형 스크린으로 옮긴 판타지. ‘래더 49’의 제이 러셀 감독이 연출했다.최하나·씨네21 기자 raintree@cine21.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