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TV홈쇼핑 시장

중국 상하이 최고의 명문대인 푸단대에 있는 둥팡CJ홈쇼핑. CJ홈쇼핑과 상하이 최대 방송사인 SMG가 1000만 달러를 투자해 49 대 51로 합작해 세운 둥팡CJ는 중국 전역 방송사 관계자들의 견학 코스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중국 TV홈쇼핑 시장은 지난해 1조4000억 원으로 전체 소비 시장의 0.2%에 불과하지만 성장 속도가 연 40%에 이른다. 여기에 둥팡CJ가 서비스 개시 4년여 만에 2∼3위 업체로 뛰어오르면서 홈쇼핑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중국 방송 업계에서 둥팡CJ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는 것. 성급이나 시급의 방송사 대부분이 홈쇼핑 사업에 뛰어들어 지금 중국의 TV홈쇼핑은 이미 전국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까지 둥팡CJ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한 중국의 방송사만 해도 60여 곳에 이른다.지난 2004년 4월 홈쇼핑 방송을 시작한 둥팡CJ의 지난해 매출은 1억5000만 달러. 전년의 2배 이상 수준으로 불어났다. CCTV(중국중앙방송)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방송사로 13개 채널의 TV와 11개 채널의 라디오 방송을 운영 중인 SMG 매출의 20%가 둥팡CJ에서 나오는 것이다. 특히 초기엔 하루 5시간씩 방송했지만 지난해 4월부터는 오전 3시간을 추가하고 지난해 10월 생방송까지 실시하면서 8시간씩 방송하고 있다.둥팡CJ는 여세를 몰아 2009년 4억 달러, 2013년 12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최첨단 시설을 갖춘 방송국을 푸단대 내에 새로 오픈하고 물류센터 등을 갖췄다.둥팡CJ 홈쇼핑 고객 수도 110만 명으로 급증했다. 덩달아 둥팡CJ의 온라인쇼핑몰(OCJ.COM)도 지난해 중국에서 구글 검색 5위에 오를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직원 수도 650명으로 올해 말 950명으로 크게 늘릴 예정이다. 외형만 커지는 게 아니다. 둥팡CJ는 홈쇼핑 방송을 시작한 지 2년 만인 2006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340만 달러를 기록했다.둥팡CJ의 급성장은 다른 홈쇼핑 업체의 실적과 크게 대조된다. GS홈쇼핑은 중국 현지법인으로 2005년 3월 충칭GS쇼핑을 설립했지만 아직까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충칭은 그동안 저개발 지역이었지만 서부대개발과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중국 당국의 정책에 따라 최근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있는 지역이어서 길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GS홈쇼핑은 지난해 저녁 시간대 방송을 시작하면서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홈쇼핑 업체 중 가장 먼저 2003년 11월부터 광저우 지역에서 방송을 시작한 현대홈쇼핑은 실적 부진으로 2006년 11월 중국법인을 철수했다.이 같은 실적 부진에 “중국에서는 워낙 사람을 믿지 않는 불신 풍조가 팽배해 TV만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TV홈쇼핑 시장이 성장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한때 1000여 개에 이르던 중국 내 홈쇼핑 업체들은 200여 개로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둥팡CJ의 실적 호조와 중국 전역의 방송사들이 앞 다퉈 TV홈쇼핑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현실은 이 같은 분석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한국 홈쇼핑 업체들의 진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아이즈비전이 지난해 광둥성에 TV홈쇼핑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오리온 계열의 미디어플렉스가 중국 후베이성 TV와 합작한 홈쇼핑 법인을 통해 오는 6월께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중국 홈쇼핑 시장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자의 지속적인 소득 증가와 홈쇼핑 발전을 위한 결제, 배송 인프라가 개선되는 오는 2013년쯤에는 시장 규모가 7조4000억 원으로 커질 전망이다.둥팡CJ의 대륙 시장 성공 공략기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김흥수 둥팡CJ총경리(CEO)는 소비자들로부터의 신뢰 구축을 제1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여기엔 합작 파트너인 SMG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 상하이 최대 방송사의 합작법인이라는 사실이 신뢰성을 부여한데다 SMG가 무료 광고는 물론 홈쇼핑 다큐멘터리까지 제작하며 홈쇼핑 저변을 넓히는데 힘을 써준 것. 괜찮은 파트너가 중국 사업에서 관건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백화점 고객을 겨냥한 고급 상품 위주로 신뢰 구축에 나선 것도 주효했다. 백화점보다 30% 정도 싼 가격에 고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자 고급 소비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중국 내 대형 마트의 객단가가 2만∼3만 원, 백화점이 4만∼5만 원이지만 둥팡CJ에서의 객단가는 10만∼12만 원에 달하는 게 이를 보여준다. 김 총경리는 싸고 희한한 물건을 파는 게 홈쇼핑이라는 관념을 깼다고 설명한다. 불신이 큰 중국에서는 그 같은 방식의 홈쇼핑이 자리 잡기 더 힘들다는 것을 간파하고 역발상 마케팅을 한 것이다.다국적 브랜드를 적극 활용한 것도 그 때문이다. 칼만 팔던 헹켈을 설득해 스테인리스 냄비를 둥팡CJ홈쇼핑을 통해 팔도록 했다. 덕분에 헹켈의 냄비는 홈쇼핑 판매 호조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이후 1년 만에 상하이 유명 백화점 코너에서도 1위로 등극했다. 이를 보고 휘슬로도 둥팡CJ에서 스테인리스냄비를 팔기 시작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티켓 등을 판매한 것도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됐다. 김 총경리는 “둥팡CJ의 매출은 상하이의 80여개 백화점 단일 점포와 비교했을 때 5위에 해당한다”며 “고급 소비자들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둥팡CJ는 또 1주일 이내 환불, 2주 이내 교환 정책을 고수하며 고객들의 신뢰를 쌓아 나갔다. 다른 지역으로 단계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도 물류센터가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리한 확장으로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72시간 배송 원칙도 지키고 있다. 둥팡CJ는 물류센터를 확충한 이후 저장성 내 자싱 항저우 등으로 방송 지역을 확대하면서 가시청 가구 수도 2006년 400만 가구에서 지난해 600만 가구로 50%가량 증가했다. 일반 홈쇼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충동 구매도 부추기지 않았다. 쇼호스트에게 단점도 과감히 얘기하라고 주문한 것. 고객 감동 마케팅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소니의 디지털카메라를 둥팡CJ에서 2200위안(약 28만6000원)에 팔자 현지 최대 가전유통업체 궈메이가 같은 제품 가격을 1800위안(약 23만4000원)으로 내렸다. 그러자 둥팡CJ는 이미 해당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까지 600위안짜리 메모리 카드를 모두 보내주는 덤 서비스를 실시했다.이 같은 노력으로 고객 만족도는 오르고 반품은 줄었다.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한 고객의 비중이 36%에서 65%로 높아졌다. 취소와 반품 비율도 각 5%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국내 홈쇼핑 업체들의 취소와 반품률이 20%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김 총경리는 납품 업체와의 관계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고 설명했다. 제조사에 유통 채널이라기보다는 마케팅 수단으로 홈쇼핑을 권유한 것. 고객 DB 구축이 가능하고 신제품 출시 때 적합한 마케팅이라는 점을 설득했다. 실제 한국의 밀폐용기 락액락이 둥팡CJ를 통해 선보이며 인기를 끈 덕에 중국시장에서 바람몰이를 한 게 대표적이다. HP는 아예 둥팡CJ용 PC를 따로 만들고 있다.둥팡CJ는 중국 사업을 길게 보고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푸단내에 사내 학원인 홈쇼핑아카데미를 개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재가 경쟁력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총경리는 “최근 소프트뱅크와 골드만삭스 등의 IB(투자은행)들도 찾아왔다”며 “오는 2009년까지는 상하이를 축으로 저장성과 장쑤성 등 창장 삼각주 지역을 공략하고 장기적으론 중국 전역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혀 기업공개(IPO)도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오광진·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