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기업 인수·합병(M&A) 규모는 사상 최대인 4조5000억 달러에 달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기 위한 기업들의 고민에서 시작된 M&A 열풍은 이제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에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M&A는 그 자체로 목표가 아닌 하나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세계적 컨설팅 기업 헤이그룹의 유럽 및 중동 지역 M&A 디렉터인 데이비드 드레인 이사는 “많은 기업들이 M&A 후 성공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헤이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M&A를 마친 기업의 최고경영자 중 9%만이 ‘성공적인 M&A였다’고 평가했다.드레인 이사는 “M&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자산을 무형 자산과 유형 자산의 두 가지 요소를 명확히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형의 요소가 자산이나 부채와 같은 실제로 보이는 요소라면 무형의 요소는 기업 문화나 시장 지배력,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같이 눈으로 보이지 않으면서도 그 기업을 지탱하는 ‘정신적 요소’다.그간 기업들은 M&A를 추진하면서 유형 자산은 실사 단계부터 깐깐히 따져 왔다. 하지만 무형의 요소는 간과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는 “M&A 실사 단계에서부터 이 같은 ‘무형 자산’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기업 통합의 속도를 높이고 새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공을 달성하기 위해선 유형 자산뿐만 아니라 무형 자산도 반드시 고려돼야 합니다. ‘M&A가 성공적이었다’고 답한 9%의 기업은 바로 이 같은 무형 자산에 대한 분석과 통합이 제대로 이뤄진 기업일 것입니다.”이와 함께 드레인 이사는 M&A를 추진하는 리더가 갖춰야 할 요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먼저 ‘감성 경영’을 언급했다. “M&A 과정은 성과에 대한 압박과 인수 기업 직원들의 불안감이 당연히 따르게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리더는 적절한 보상과 함께 직원들의 동요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감성적인 역할도 필요합니다.”더불어 그는 합병 이후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리더가 통합된 기업의 ‘새 비전’을 보다 빠르게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리더는 통합 과정에서 보다 ‘공명정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며 이 같은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임원진의 구성도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최근 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과 더불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인한 금융 경색으로 인해 기업 M&A 시장이 변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드레인 이사는 “이로 인해 그간 글로벌 M&A 시장에 만연했던 오버페이(초과 지불)가 정리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업은 물론 사모 펀드나 국부 펀드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최근 이뤄졌던 기업 간 M&A 활동 중 60%가량이 오버페이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드레인 이사는 우리나라 기업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화를 위해서 해외 기업에 대한 M&A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수단’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 M&A 건수 중 국가 간 M&A는 47%에 달합니다. 앞으로 국가 간 M&A는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아시아나 중동 지역의 기업에 진정한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위한 큰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M&A는 경영의 다양한 방식 중 하나의 수단이자 글로벌 기업들의 트렌드입니다. 보다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세계 속의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해 해외 기업에 대한 M&A를 고려해 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