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 입체 진단 - 서브프라임 이후 한국 부동산 시장 어디로 ②
글 싣는 순서1. 사태 발발에서 지금까지2.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3. 한국 주택 시장 어디로 가나지난주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발생한 원인과 흐름에 대해 알아봤다. 한국에서의 보도는 금융회사들이 입은 피해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 금융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일반인들과 별로 상관이 없는, 몇 년에 한 번씩 터지는 대형 금융 사고의 하나 정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미국에선 피해를 본 금융회사에 대한 시각이 호의적이지 않다. 한마디로 지불 능력이 적고 투기적 의도를 가진 신용 불량자들에게 뒷돈을 대줘 집을 사게 한 대출 업체들의 과당경쟁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를 가져온 것으로 보는 것이다. 물론 그 뒤에는 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두려는 투자은행들의 탐욕도 한몫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업체들을 직접적으로 구제하지 않았던 것이다.더 나아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벤 버냉키 의장이 조기에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배경에 이들 투기적 수요와 업체들에 대한 징벌적 성격이 있다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금리 인하를 선제적으로 단행했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사태가 표면에 등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대신 투기적 수요자와 그들에게 뒷돈을 댄 일부 금융회사에는 막대한 이익을 안겨 주었을 것이다.그러나 저금리 상태가 지속됐다면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서브프라임 사태의 발생 원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저금리 상태가 지속돼 주택 가격이 계속 올랐다고 가정해 보자.주택을 임대해 살던 제임스 씨는 친구들이 주택으로 돈을 버는 것을 보고 뒤늦게 집을 사기로 결심했다. 자기 돈은 한 푼도 없었고 신용도도 좋지 않았지만 서로 돈을 꾸어주겠다는 대출 업체들이 줄을 서 있었다. 30만 달러를 대출받아서 산 30만 달러짜리 집이 다행히 2년 만에 20만 달러가 올라 50만 달러가 됐다. 미국에서는 집이 몇 채라도 2년만 실제로 거주하면 1인당 25만 달러, 부부 합산 50만 달러까지 양도 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준다, 그러니 양도 차익 20만 달러는 세금 한 푼 없이 고스란히 제임스 씨의 이익으로 남았을 것이다.이럴 경우 제임스 씨는 어떤 생각을 할까. 어쩌다 20만 달러의 횡재를 얻었으니 그 돈을 은행에 넣거나, 자신의 지불 능력에 맞는 작은 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맨 처음 60만 달러짜리 집을 샀더라면 40만 달러의 차익을 거둘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상황을 아쉬워할까.제임스 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다. 그리고 주택 시장에서 빠져나가지 않고 더 많은 대출을 일으켜 더 비싼 집을 산다. 그러므로 집값이 계속 오른다고 부실의 위험성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커진다. 이 때문에 금리 인상과 같은 외부의 충격에 쉽게 무너진다.결국 미국 주택 시장의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는 한국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것과 같이 금리가 올랐거나 집값이 내렸기 때문에 발생된 것이 아니라 주택을 사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대거 대출을 일으켜 집을 샀고 대출 업체의 과당경쟁으로 이들에게 뒷돈을 대 줬던 것이 직접적인 원인인 것이다.쉽게 말하면 날씨가 추워서 감기에 걸린 것이 아니고 자기 통제가 안 되는 아이가 추운 날 밖에서 너무 뛰어 놀았기 때문에 감기에 걸린 것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자기 통제를 못하는 아이, 두 조건이 모두 충족된 경우에만 감기가 걸리는 것이다. 원인을 날씨에서만 찾는다면 밖에서 뛰어 놀았던 모든 아이가 감기에 걸려야 하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를 혼동해선 안 된다.그러면 일부 투기적 수요자와 그들에게 뒷돈을 댄 일부 금융회사의 손실로 나타난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가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소비 감소에 따른 경기 침체의 가능성 때문이다. 경기 침체는 대량 실업 사태를 예고하고 대량 실업 사태는 구매력을 약화, 더 큰 경기 침체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가져온다.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우해 미국 정부는 두 가지 대응책을 내놓았다.첫 번째 대책은 168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경기 부양을 위해 긴급 투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르면 오는 5월부터 1억3000만 명 이상의 개인들에게 세금 환급의 형태로 이 자금을 나누어 줄 예정이다. 4인 가정의 경우 최대 1800달러(171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1680억 달러라는 규모는 FRB가 추정한 서브프라임 사태의 피해액보다 많은 금액이다. 미국의 경우 세금 환급 등 현금이 생기면 바로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다.그러나 이 정도의 자금 지원은 한 달 정도의 모기지 페이먼트(지불) 금액에 불과하므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두 번째 대책인 금리 인하를 병행하는 것이다.2006년도 중반 5.25%까지 올랐던 금리는 2007년 하반기 이후 점차 낮아져 2008년 2월 현재는 3%로 낮아져 있다. 3월에는 0.5%를 낮춰 2.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02년도부터 2004년도까지 지속됐던 저금리 시대가 다시 도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리가 최고 수준으로 올랐던 1년 전에 비하면 이자 부담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원리금 부담으로 인해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것을 방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서브프라임 부실 사태라고 포괄적으로 표현되는 위기의 실체는 두 가지다. 첫째는 모기지 원리금 체납에 따른 금융 위기이며, 둘째는 경기 후퇴(recession)다. 한국에서는 전자에 주목하는데 비해 미국에서는 후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마도 한국에서 서브프라임 사태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공적 자금을 투여해 몇몇 금융회사를 구제하는데 사력을 다했을 것이다.그러면 서브프라임 사태를 촉발한 금리 인상이라는 악재가 제거된다면 현재의 문제나 미래의 위험성은 모두 사라질 것인가. 그렇지 않다.물론 금융 위기의 위험성은 많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는 단순한 금리 인하로 해결될 수 없다. ‘신용의 위기’라는 또 다른 문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서브프라임 사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전까지 미국 대출 업체는 주택 감정가의 100%까지 대출해 주기도 했다. 일부 금융회사는 일종의 주택 담보대출인 이퀴티론을 통해 집값의 120%까지 대출해 줬다. 적은 돈이나 심지어 자기 돈 한 푼 없이 신용만으로 집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다 보니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신용 불량자를 중심으로 원리금을 갚지 않는 사례가 늘기 시작하면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촉발된 것이다. 포클로저(foreclosure: 저당물 유질= 저당으로 잡힌 자기 집을 포기하는 것)라는 채무 불이행 사태가 와도 본인의 돈이 처음부터 들어간 것이 없으므로 신용의 손상을 제외하고는 경제적으로 손해를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45만 달러의 대출을 받고 5만 달러의 자기 돈을 합해 50만 달러짜리 집을 산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이 집의 시세가 40만 달러가 됐다고 하면 이 집을 팔아보았자 대출금도 갚지 못하기 때문에 원리금을 갚지 않고 집을 포기해 버리는 것이다.이렇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LTV를 너무 높게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에 놀란 미국의 금융회사들은 LTV를 기존의 100%에서 80%로 낮추기 시작했다. 20%라도 자기 자본이 들어가야 그 돈이 아까워서라도 성실히 원리금을 갚아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에 대한 미 금융회사들의 판단은 정확했고 신규 대출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1차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채무 불이행의 위험성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그런데 이런 규정이 새로 집을 살 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리파인낸싱(refinancing)이라고 불리는 재융자 시장에도 적용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LTV를 80%로 적용한다는 의미는 앞으로 20%의 에퀴티(equity: 순자산)는 담보로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즉, 에퀴티가 20% 이상 쌓이기 전까지는 더 이상 집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미국에서 가장 큰 융자 은행인 컨트리와이드는 작년 10월부터 홈 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디트(HELOC) 융자를 해주지 않고 있으며 최근 12만2000명의 HELOC 기존 고객에게 더 이상 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디트를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우편을 발송했다. 또 일부 융자 회사는 현재 90%까지 인정해 주고 있는 에퀴티 한도를 70%로 축소하고 있다.이것은 금리가 인하돼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담보 부족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으므로 저금리 시대가 다시 오더라도 과거와 같이 소비가 살아날 수 없다는 의미다.자동차나 가구 등 목돈이 들어가는 부문은 전반적으로 소비가 줄거나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07년도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2006년 1650만 대보다 적은 1600만 대를 겨우 넘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8년도에도 2007년도의 수준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것조차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와 같이 2차 서브프라임 사태는 아이로니컬하게도 1차 서브프라임 사태의 문제점을 해결기 위해 미 금융회사들이 내놓은 해법에서 발생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100% 적용됐던 LTV를 80%로 적용하는 것은 금융회사가 스스로를 보호하는 좋은 방법이지만 담보 가치를 적게 인정함으로써 대출금이 줄어들게 되고, 이것은 결국 소비에 쓰일 가용 자금이 과거보다 부족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금융회사의 대출 정책 변화는 향후 미국 경기 후퇴의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미국발 경기 불황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경제 규모는 G7(서방 선진 7개국 회의)의 나머지 여섯 국가의 경제 규모의 합에 버금갈 만큼 큰 규모다. 특히 소비 시장 면에서 보면 세계 경기를 좌우할만한 규모를 가지고 있다.그러면 미국 소비 시장이 위축된다면 피해를 가장 많이 볼 나라는 어디일까. 바로 중국이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수출 대국이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 인구에 비해 내수시장이 작고 수출 위주의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 침체에 가장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중국이라는 나라 자체의 성장 잠재력은 크지만, 판로가 줄어드는데 생산만 많이 한다고 매출이 늘지 않는다는 상식에 비춰보면 2008년 중국 기업들의 매출 증가세는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고유가나 중국 내 인건비 상승 추세까지 맞물리면 중국 기업들의 수익성은 크게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2008년 중국 증시는 비관적일 것으로 보인다.물론 베이징 올림픽을 맞이해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내수시장이라는 것이 내구재의 경우 미국 소비 시장의 10분의 1 규모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호재보다는 악재가 우세하다고 할 수 있다.더구나 미국의 경기 축소는 시장의 규모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미국 기업과 외국 기업과의 시장 쟁탈전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런 과열 경쟁은 장기적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보호무역주의 부활을 불러올 가능성까지 있다. 물론 자유무역협정(FTA) 체제 하에서 과거와 같이 노골적인 무역 제재를 하지는 못한다.그러나 지식재산권 분쟁 등을 통한 간접 규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 경기가 불경기일 때 특허 분쟁이 잦았고 미국 기업의 승소 판결이 많았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특허 소송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미국은 배심원제를 택하고 있으며 일반인 중에서 선출되는 배심원들은 자신들의 고용 불안을 외국 기업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내수 경기가 어려울 때는 외국 기업의 패소 확률이 높아진다).이렇듯 2007년 중반 증시를 강타했던 1차 서브프라임 사태(금융 위기)를 쓰나미에 비교한다면 앞으로 닥쳐올 2차 서브프라임 사태(경기 침체)는 밀물에 비교될 수 있다. 한꺼번에 몰려오는 쓰나미는 공포스럽지만 바위나 나무를 꽉 붙잡고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서서히 차오르는 밀물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죽음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는 것이다.<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아기곰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 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의 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한 바 있으며 기존의 부동산 투자 이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How to Make Big Money’,‘100년 후에도 변하지 않는 부자되는 지혜’,‘How to Be Rich’ 등의 저서가 있으며 최근 신간 ‘부동산 비타민’을 내놓았다.아기곰 a-cute-bear@hanmail.net©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