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업종 투자 전략
2008년 미디어 업종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베이징 올림픽 특수가 예정된 가운데 각종 제도 변화가 생기며 2002년 이후 가장 좋은 사업적 기회를 맞을 것이다. 여기에 미디어 환경이 다매체 체제로 진화해 가면서 사업자가 늘어나고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 사업자들과 PP 사업자들은 제도 변화와 플랫폼 증가로 실적 확대의 새로운 기회를 잡을 전망이다.1분기 미디어 업황은 소비 경기의 위축과 방송 광고 단가 인상에 따른 광고주들의 청약 거부 움직임 때문에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솟는 물가와 고유가, 고금리는 가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해 소비 심리를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민간 소비 증가율이 둔화될 것으로 보여 광고 경기의 위축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광고주들의 방송 광고 청약 거부 움직임 역시 부담 요인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는 지난해 12월 방송 광고 단가를 평균 7.9% 인상했다. 이에 따라 광고주들은 KOBACO의 불공정 판매 행위를 주장하며 방송 광고 청약 거부를 공언하고 있다. 1월 방송 광고 판매액은 단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전년 수준인 1643억 원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2월과 3월엔 판매액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광고주들의 청약 거부 움직임이 장기화될 것 같지는 않다. 2분기는 2008년 마케팅 성과를 결정짓는 광고·미디어 업계의 연중 최대 성수기이고 3분기엔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한 광고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따라서 광고주들의 집단행동은 단기에 그치겠지만 민영 미디어렙(광고판매대행사) 도입 추진을 위해 다시 한 번 집단행동에 나설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광고 단가 인상 효과는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방송사들과 광고 대행사들의 실적 확대에 반영될 것이다.2분기에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 시행령의 핵심은 대기업 소유 제한 완화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권역 규제 완화다. 첫째, 현행 총자산 규모 3조 원 이상 대기업 기업 집단은 방송사 지분을 소유할 수 없으나 이 같은 소유 제한 기준이 총자산 규모 10조 원 이상으로 변경되는 안이 추진 되고 있다. 이 경우 현재 상장돼 있는 SBS와 YTN 등 지상파 방송사와 보도 채널의 주식 수급 여건이 개선될 전망이다.둘째, 현행 SO는 전국 77개 권역의 5분의 1, 전체 케이블TV 매출의 33% 이상의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SO의 겸영 규제가 가입자 기준 3분의 1 초과 금지로 완화되는 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SO들의 인수·합병 움직임이 대형 케이블TV방송사업자(MSO)를 중심으로 활발해질 전망이다.3분기는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광고주들의 마케팅 활동이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베이징과 서울은 시차가 1시간 정도로 대부분의 경기가 한국과 동시간대에 방송된다. 따라서 광고 효과가 그 어느 올림픽보다 강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광고주들의 광고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들과 제일기획 등 광고 대행사들의 실적 확대가 전망된다.4분기에는 IP TV(인터넷 텔레비전)의 본격적인 출범과 민영 미디어렙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IP TV의 본격 출범으로 지상파 방송사업자들과 PP 사업자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IP TV 사업 법안은 이미 지난해 연말 임시국회에서 통과됐고 IP TV를 관장할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 상태다. IP TV 시행령이 확정되면 4분기 정도부터는 본격적인 IP TV를 시청할 수 있게 된다. IP TV 본격화의 최대 수혜는 지상파 방송사가 될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실시간 재전송에 대한 대가로 IP TV에 수신료 배분을 요구할 계획이고 인터넷 자회사들을 통해 IP TV에서 VOD(주문형 비디오) 사업을 영위할 것이다.PP 자회사들도 IP TV를 통해 프로그램을 송출하며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여 다각적으로 신규 사업의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SO들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해 오던 PP들도 중장기적으로 IP TV라는 새로운 공급 플랫폼이 발생하면서 거래처 다변화를 꾀할 수 있는 문이 열리게 된다.둘째, 9월 이후 민영 미디어렙 도입 논의가 예상된다. 4월 총선 이후 첫 정기 국회가 9월 열릴 예정인데 이때 한국방송광고공사법 개정과 민영 미디어렙법 도입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민영 미디어렙 제도는 방송 광고 단가를 평균 30%가량 올리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지상파 방송사들과 대기업 광고주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그룹 소속 광고 대행사들의 실적 확대가 예상된다.올해 미디어 업종 전망을 종합하면 2008년은 지상파 방송 사업자들의 해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지상파 방송 광고 단가 인상의 효과가 2분기부터 영업 이익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다. 그리고 2분기를 지나면서 대기업 소유 제한이 완화되며 주식 수급 여건이 개선될 전망이다. 3분기 베이징 올림픽 특수에 따른 실적 확대가 예정돼 있고 4분기에는 IP TV라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리게 된다. 이와 함께 민영 미디어렙이 국회에서 논의되며 제도 개선 모멘텀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중장기적으로 신정부는 미디어 산업에 ‘규제 완화’와 ‘공정 경쟁 촉진’을 축으로 여러 제도적 변화를 실행할 계획이다. 인수위원회의 ‘전략적 규제 개혁 방안’에는 KOBACO 독점 광고 대행 체제의 변화, 신문·방송 겸영 허용, 종합 편성 PP의 허용, IP TV 진입 규제 완화 등 네 가지 내용이 담겨 있다.신문 자본의 방송 시장 진출, 보도 채널과 종합 편성 PP의 허용, IP TV 본격 출범은 국내 미디어 산업을 다매체 환경으로 변화시킬 것이고 방송 사업자들을 늘릴 것이다. 사업자 증가는 콘텐츠 수요 확대로 이어지고 종국적으로는 지상파 사업자와 PP 사업자에게 수혜를 가져올 것이다. 앞으로는 강력한 콘텐츠만이 치열해지는 미디어 경쟁 환경에서 생존을 보장해 줄 것이다.투자 유망 종목은 강력한 콘텐츠 역량을 갖춘 SBS이다. SBS는 상장된 유일한 지상파 방송사업자로서 현재 분할 상장을 위해 거래가 정지된 상태로 3월 24일 변경 상장과 재상장이 예정돼 있다. SBS홀딩스와 SBS방송으로 분할돼 지배 구조를 개편하면 현재 단일 법인으로 사업을 할 때보다 운영 효율성이 한층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선진화된 지배 구조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미디어 사업 환경에서 보다 유연한 전략적 대응 능력이 향상될 전망이다.분할 상장 시 SBS방송과 SBS홀딩스 모두 매력적이다. SBS방송은 2008년 실적 확대가 전망되는 데다 방송 제도 개편의 수혜도 기대된다. SBS홀딩스는 우량한 뉴미디어 자회사들의 사업적 가치가 부각되고, 향후 SBS방송이 자회사로 편입됨에 따라 종합 미디어 지주회사로서의 매력이 부각될 전망이다.한익희·현대증권 애널리스트 ikhee.han@hrcviews.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